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2년 11월 1주)

REVOLUTION HEART, LE SSERAFIM, 슬롬, 박봄 외

by 고멘트

"가상 아이돌 그게 먹힌다고? ㅇㅇ 먹힘."


1. REVOLUTION HEART - ‘TRIG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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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옹 : 버추얼 아이돌 그룹 REVOLUTION HEART(레볼루션 하트)의 첫 싱글곡. 이 그룹의 혁명군 컨셉에 따라 강렬하고 웅장한 힙합 댄스곡으로 나왔다. 이전에 공식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던 곡들과 크게 다른 분위기는 아니지만, 자작곡을 공개하던 것과 달리 이번엔 프로 작가를 통해 음악을 제작했다. 아쉬운 점은 전체적으로 아이돌 그룹의 느낌이 음악에서 부족하다는 점이다. 멤버 중 아이돌 연습생 출신이거나 음악을 했던 멤버들이 있다. 하지만 보통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하려면, 소속사를 통해 합숙하여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추고 아이돌로 거듭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이러한 점이 현 상황으로는 이 그룹이 갖는 한계점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싱글은 버추얼 아티스트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많은 팬을 확보한 데에 있어서는 게임 방송, 더빙 만화, 라이브 방송 등 다양한 컨텐츠들이 한몫했다. 하지만 이 그룹의 강점은 다양한 일러스트를 통한 다양한 무드의 곡을 커버하는 음악 컨텐츠임을 부정할 수 없다. 덕후 몰이하기에 좋은 국악 노래나 퇴폐미를 강조한 노래들(ex. 호랑수월가, 빅스의 사슬 등)을 커버한 컨텐츠들이 그 예이다. 무엇보다 음색에 중점을 둔 음악을 선별했다는 점에서 목소리를 통해 팬들을 열광케 했다. 또한 일러스트를 통해 제작한다는 점에서, 낮은 제작비용으로 다양한 컨텐츠를 선보일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이 그룹과 같은 버추얼 아티스트들의 강점임을 보여준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레볼루션 하트가 앞으로 등장할 버추얼 아티스트의 길잡이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멤버 변화는 괜찮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2. LE SSERAFIM - (르세라핌) [ANTIFRAG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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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실베실 : 앨범의 첫 트랙은 항상 여러 외국어가 섞인 인트로, 곡 제목들은 무조건 영어인 데다가 되도록이면 일상에서 잘 쓰이지 않는 단어들. (특히 이번 앨범은 더더욱), 음악 스타일은 패션쇼 느낌 나는, 시크함 한가득으로.


이것이 내가 느낀 르세라핌만의 스타일이다. 종합해 보자면 음악 관련 브랜딩에서만큼은 기존 케이팝의 친숙함보다는 해외스러운, 힙스터 감각을 추구한다고 나는 이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앨범은 그런 쪽에서 성공이라고 볼 수 있을까? 먼저 타이틀곡 ‘ANTIFRAGILE’은 이전과 다르게 레게 리듬을 스리슬쩍 넣어놨는데 그러면서도 기존 르세라핌의 기조까지 쫓다 보니 노래가 잡탕이 된 느낌을 감출 수가 없다. 노래의 신스나 탑라인은 시크함이 넘치는데 드럼은 계속해서 강하게 레게 리듬을 찍고 있으니 언밸런스하게 들리는 것이다. 이러한 아쉬움은 수록곡에서도 이어지는데 순도 100% 팝 펑크인 ‘No Celestial’이나 잔잔한 팝 발라드 트랙인 ‘Good Parts’ 같은 곡은 이들이 아니라 비슷한 시기 발매한 ‘아이들’에게 조금 더 어울리는 곡이다. 뿐만 아니라 르세라핌만의 ‘시크함’이랑도 거리가 멀다. 그나마 괜찮은 곡이 ‘Impurities’이지만 작곡가가 작곡가인지라 SM과 뉴진스 음악이 자꾸만 오버랩된다.


노선 자체는 잘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대중적인 음악들을 들고 나왔는지에 대한 의문이 자꾸만 남는다. 탈퇴 멤버에 대한 구설수나 멤버 변동 등 때문에 ‘무조건 히트해야 한다’라는 부담이 있었을까? 당장 차트 성적은 괜찮았다지만 르세라핌이라는 브랜드를 장기적으로 본다면 좋은 선택은 되지 못할 것 같다. 다음 앨범에서는 어떤 행보를 택할지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히트곡 남기고 싶었구나…"


3. Slom - [WEATHER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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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실베실 : Zion.T나 Lilboi를 비롯한 여러 아티스트와의 합작, SUMIN 과의 콜라보 앨범, 쇼미더머니 출연 등을 통하여 본인 특유의 음악 스타일을 매니아는 물론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본인 이름 두 글자를 각인시킨 후 솔로로 낸 첫 앨범이다. 나는 이 앨범을 처음 듣고 나서 ‘PEEJAY’의 [WALKIN’ Vol 2]가 떠올랐는데, 분명 본 앨범의 퀄리티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해오던 음악들과 비교했을 때 너무 순한 맛이 나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기존 Slom이 그렇게 마이너스러운 음악을 프로듀싱해왔다는 것은 아니지만 쇼미더머니에서도 항상 일관된 음악을 해온 그였다. 베이스 라인이 눈에 띄면서도 올드스쿨함이 존재하는 그런 스타일. 그런 스타일의 정점이 SUMIN 과의 합작 [MINISERIES]였고 말이다.


이 앨범도 기존의 비트와 아주 거리가 먼 것은 아니지만 피쳐링 진의 문제인지 훅 메이킹의 문제인지 어딘가 너무 가볍고 팝적이다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런 부분마저 빈지노 앨범 [12]에서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프로듀싱을 선보인 후 본인 정규 앨범엔 ‘나비야’ ‘와리가리’ ‘STRANGER’ 같은 팝 넘버로만 가득 채워 넣은 PEEJAY가 떠오른 것이다. 뭐 평소엔 무대 뒤편에 존재해야만 하는 것이 프로듀서의 숙명이기에 본인 명의로 된 앨범과 본인 명의의 곡에서 누구나 좋아할 만한 히트곡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매니아들이 슬롬에게서 기대하는 것은 이런 것은 아닐 것이다.





"투애니원 시절 여유를 되찾은 듯한 그녀의 보컬"


4. 박봄 (Park Bom) – ‘Remembered’

예옹 : 박봄의 음색이 다 한 곡. 거기에다 바닐라맨의 프로듀싱까지. 곡에서 투애니원표 발라드 향수가 짙게 느껴진다. 투애니원 탈퇴 이후에 계속해서 싱글을 발매했지만, 어딘가 힘이 잔뜩 들어간 보컬이 아쉬웠다. 따라서 발라드를 내세우고 있는 박봄의 솔로 음악을 계속해서 듣기엔 힘든 경향이 있었다. 이번 싱글은 한껏 힘을 빼고 여유를 장착한 보컬로 돌아와, 음악과 잘 어우러져 이지리스닝이 가능하다. 안타까운 건 전부터 박봄의 신보는 홍보가 잘 안 돼서, 항상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발매 여부를 알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음색 매니아층과 네임 밸류 덕에 계속해서 스트리밍 유입은 가능한 듯하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박봄의 음악 방향성이 안정화되어, 박봄이라는 장르가 더 사랑받길 바란다.





"하면 잘하는 놈이 꼭 화를 내야…"


5. Drake, 21 Savage - [Her Loss]

베실베실 : 역시 퀄리티가 좋지 않았던 [Scorpion]이나 [Certified Lover Boy]에 비해 [Honestly, Nevermind]가 더더욱 욕을 많이 먹었던 이유는 아예 랩과 거리를 두고 되지도 않는 House와 R&B 장르를 시도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Hold On, We’re Going Home’과 같은 곡을 통해 드레이크가 굳이 힙합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보여줬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흐름 상 몇 곡 정도는 좋다 정도이지 전곡을 그렇게 채워달라고 빌은 사람은 그 누구도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앨범이 더더욱 반갑다. 딱 잘라 말하자면 이 앨범이 결코 뛰어난 앨범이라고는 죽어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Views]에서부터 이어진 드레이크의 고질적인 문제 ㅡ트랙 수는 쓸데없이 많고 중반 넘어가면 너무 지루하다는 여전하고 사운드적으로 특별한 것은 없다. 그렇지만 드레이크가 여전히 랩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것. 랩 실력은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것으로 그 의미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이 앨범에서 21 Savage를 언급하지 않는 것은 말이 합작 앨범이지 비중이 거의 공기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앨범의 진가를 알고 싶다면 그녀에 대해 먼저 공부할 것"


6. Taylor Swift – [Midnights (3am Edition)]

예옹 : 최근 빌보드 차트 1~10위까지 이 앨범의 트랙들로 줄 세우는 등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는 테일러 스위프트. 곡 하나하나 뜯어보는 것보다는 앨범의 스토리텔링에 대해 적는 것이 맞겠다 싶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그녀에게 열광할까?”라고 생각하는 국내 리스너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유명세를 제외하고 듣는다면 지극히 평범한 신스팝 앨범으로 들릴 수 있다.


그녀의 음악이 계속해서 대중에게 설득력을 갖게 되는 이유는 테일러 스위프트라는 아티스트 그 자체에 있다. 발매 전에 테일러는 이 앨범에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전 세계적인 팝스타인 그녀는 온갖 루머에 휩싸이기도 하고, 정치적 혹은 사회적 이슈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말하기로 유명하다. 약 16년 동안 컨트리부터 팝까지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면서 다양한 팬층을 확보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위기를 이겨낸 대서사와 사회운동가적 면모는 현재 많은 젊은 세대를 열광케 한다. 그녀의 긴 음악 커리어를 함께한 대중은 이 앨범에서 그녀가 외치는 그녀의 스토리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물론 그녀의 캐릭터 이외에 음악이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테일러 스위프트 음악의 특징은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히 들을 수 있는 멜로디에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써내려 간다는 점이다. 특히나 이번 곡 ‘Anti-Hero’에서 그녀는 음악을 통해 자기혐오에 관한 문제를 직면하고 솔직하게 고백하면서 많은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Bejeweled’ 같은 곡의 가사와 뮤비는 다소 유치하고 뻔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당찬 그녀의 이미지를 더 부각해 자신감 넘치는 여성 이미지로 묘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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