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2년 11월 2주)

진, 짙은, 카더가든, Alan Walker, Joji 외

by 고멘트

"명장들이 쏘아올린 작지 않은 우주비행사"


1. 진 – ‘The Astrona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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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봄 : 방탄소년단의 거대한 성공 속에서 진이 음악적인 부분에서나 무대 차원에서 돋보이는 멤버였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상당한 보컬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뛰어난 춤 실력을 지니고 있는 것도 아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본인의 언어로 world wide handsome이라는 뛰어난 외모가 그의 가장 큰 강점이다. 냉정하게 말해, 다른 멤버들과 비교했을 때 진은 비교적 애매한 포지션이다.


그러나 그 애매해 보이는 멤버의 싱글에 곡을 준 프로듀서들의 면면은 실로 상당하다. Max Martin, Kygo, Chris Martin과 같은 이름들을 보면 그저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 이름에 걸맞게 진의 보컬을 꽉 감싸는 곡을 만들어냈다. 몇 번 감상하지 않았을 때는 다소 심심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방탄소년단의 <MAP OF THE SOUL : 7>에서 수록되었던 진의 솔로곡 ‘Moon’의 우주적 무드(?)를 몽환적으로 잘 받아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달과 우주비행사로 이어지는 스토리라인이 꽤 그럴 듯하지 않은가. 아무쪼록 늦은 나이에 안전하게 복무하고 돌아오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크게 짙지 않은 가을 색과 향"


2. 짙은 –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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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봄 : 지난 여름에 발매된 EP [여름]에 이어 이번에는 [가을]이 찾아왔다. 상당히 괜찮게 들었던 기억이 있는 [여름]으로 인해 적당한 기대를 품고 [가을]을 감상해보았는데, 기대를 충족할 만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다. 지난 앨범에서는 신선한 구성으로 여름이라는 계절에 대한 재해석이 있었다고 보는데, 이번 앨범은 대체로 가을의 감성을 무난하게 풀어낸 것 같다. 가장 다른 분위기라 돋보이는 트랙인 ‘지금이 가장’은 오히려 그 잔잔한 산뜻함이 앞 뒤 곡의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형국이다. 차라리 ‘하염없이’나 ‘바람’과 같은 분위기로 통일해 진지한 감상을 유도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진행될지 안 진행될지는 모르나, 이어서 [겨울]과 [봄]이라는 이름으로 앨범이 발매된다면 짙은이 바라보는 겨울과 봄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된다. 신선한 소재는 아니지만, [여름]과 같은 독특함이 또 튀어나올지 모를 일이다.





"어렵게 맺은 열매는 더욱 달 수 밖에"


3. 카더가든 - [DIAM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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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 : 카더가든은 좋은 뮤지션이다. 모 경연 프로그램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명동콜링’을 통해 수많은 사람의 뇌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데 성공했다. 이후 ‘나무’, ‘가까운 듯 먼 그대여’ 등 좋은 곡들을 많이 남겼고, 드라마 OST에도 꾸준히 참여하며 인지도를 높여왔다. 하지만 누군가 카더가든이 자신만의 영역, 자신만의 장르를 확보한 아티스트인지 묻는다면, 아마 나는 그렇진 않다고 답해줄 것 같다. 물론 꾸준히 시도는 했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의 보컬이 캐릭터가 너무 강한 탓에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을 뿐. 즉, 사람들이 카더가든에게 기대하는 보컬이 오히려 아티스트로서의 시도를 방해하는 형국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앨범을 통해 카더가든은 아주 크게 한 발을 내디딘 듯하다. 4개의 트랙 모두 기존 음악과는 완전히 결을 달리하지만, 그의 보컬이 지나치게 억제되었다는 느낌도 없다. 그가 타협점을 찾고자(혹은 나아가고자)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특히 타이틀곡 ‘DIAMOND’는 전반적인 사운드에서 밴드 Kikagaku Moyo가 연상되는데, 이런 사운드에도 카더가든의 보컬이 굉장히 어울린다는 것을 확인한, 매우 신선한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이번 앨범에 대중의 반응이 뜨거울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카더가든의 작품 중 가장 흥미로운 앨범이라고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마무리로 약간의 뇌피셜을 더하자면, 왠지 카더가든 본인도 이 앨범을 너무나도 자랑스러워할 것 같다는 느낌.





"샘플링과 숏폼, 환장의 콜라보"


4. Alan Walker – ‘Loves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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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봄 : Alan Walker가 싫어하는 아티스트는 아니지만, 이번 싱글은 좋은 음악을 만들겠다는 생각보다는 너무 산업적으로 노리고 나온 것 같다는 느낌이 크다. ‘Lovesick’의 러닝타임은 앞서 언급했던 진의 싱글인 ‘Astronaut’을 두 번 채우고도 남는 2분 9초 밖에 되지 않는다. 요즘 음악 산업이 숏폼의 영향으로 보통 이렇게 흘러가니 그렇다 치지만,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을 샘플링한 멜로디까지 들어가고 보니 요새 유행한다는 것은 다 집어넣은 느낌이다.


처음 감상했을 때는 익숙하게 흐르는 탑라인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살펴보며 들어서인지 생각보다 들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2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러닝 타임 동안 미치게 반복되는 ‘헝가리 무곡’의 멜로디는 이내 듣는 사람에게 상당한 피로감을 준다. 과도한 샘플링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곡이 아닐까.





"애매하게 나아가기보단 아름답게 머물겠어요"


5. Joji - [SMITHERE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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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 : 최근 Joji의 작품들은 일관된 방향으로 흘러간다. 잔잔하고 우울하지만 아름다운, 톤 다운된 멜로디와 깊고 묵직하게 울리는 보컬이 앨범 전체에 짙게 깔려있다. 평단의 찬사를 받았던 전작 [NECTAR]와 전체적으로 비슷한 분위기이며, 그만큼 안정적이라는 느낌이지만 동시에 아쉬운 측면도 있다. Disk 1, 2로 나눈 것 치곤 부족한 트랙 수, Disk 2로 넘어가며 비교적 빠른 템포의 곡이 등장하긴 하나(그의 예전 곡들이 떠오르는) 베리에이션 측면에서 크게 효과적이진 못한 느낌이다. 물론 서사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더욱 과감한 전환을 기대했던 사람으로서 더욱 아쉽게 느껴진 부분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앨범이 그의 뮤지션으로서의 입지를 한층 공고히 해주었다고도 느낀다. 특히 현재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2번 트랙 ‘Glimpse of Us’는 Joji의 음악적 역량을 모두 동원해 가장 아름답게 풀어낸 곡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비슷한 보컬 톤인 James Blake와 함께 이 분야의 권위자라고 불러도 이제는 손색이 없다는 입장. 슬픔을 소재로 하는 아티스트는 많다. 다만 Joji만큼 잘하지 못할 뿐.





"쉽고, 가볍고, 좋은 음악 찾아요?"


6. NEIL FRANCES x dreamcastmoe - ’She’s Just the Type of 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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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 : 가끔 그럴 때 있지 않나. 요즘 어떤 음악이 유행이든, 누구 앨범이 발매했든, 이런 명반은 꼭 들어봐야 된다던 뭐든 다 필요 없고 그냥 뇌를 비우고 들을 수 있는 노래가 필요할 때. 그런 시기를 마주하신 분들께 이 곡을 소개한다.


프랑스의 일렉트릭 팝 듀오 NEIL FRANCES와 R&B 뮤지션 dreamcastmoe가 함께한 이번 곡은 레트로 무드로 꽉 찬 통통 튀는 신스팝이다. 한여름에 드라이브하며 들으면 딱 일 것 같은데(심지어 뮤비의 배경도 여름) 대체 왜 지금 발매를 한 건지 의문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열 오를 일이 많은 요즘도 쿨링을 위해 꽤나 열심히 듣는 중이다. 가볍고 신나는 멜로디와 매력적인 음색의 보컬, 흥얼거리기 딱 좋은 쉽게 짜인 훅, 질릴 만 하면 끝나는 적절한 곡 길이까지, 마음에 안 드는 구석 찾기가 힘든 곡이다. 여행 땡기는 날이라면 특히 적극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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