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IPPIN, BIGONE, woo!ah!, 첫사랑, Reol 외
융 : 권은비의 ‘Glitch’, 로켓펀치의 ‘FLASH’ 등 울림이 올해 꽤 흥미로운 음악들을 들려주고 있다. 드리핀의 전작인 ‘ZERO’ 역시 높은 완성도의 곡이었다. 첫 정규앨범의 타이틀인 ‘The One’은 ‘ZERO’ 때 보여주었던 확장 세계관과 락킹한 사운드를 이어간다. 강조되어 있는 기타 리프와 킥은 화려한 퍼포먼스와도 잘 어울린다.
저번에도 그랬지만, 음악 외적인 것들이 자꾸 갸우뚱하게 만든다. 후렴에서의 청량함과 뮤직비디오의 다크하고 와일드한 연출이 전혀 매치되지 않고, 특수효과를 사용한 씬들은 곡에 대한 몰입과 집중을 방해한다. EXO의 ‘Power’ MV 정도의 톤앤매너를 따랐어야 한다. 오디오와 비디오의 불협화음은 멤버들의 어색한 표정연기와 2% 부족한 가창을 부각시킬 뿐이다.
최크롬 : 팝펑크는 그 성격이 분명하고 직관적인 장르인 만큼, 휘발적이고 지속적인 감상에 취약하다. 따라서 앨범 전체를 동일한 장르로 코팅한 빅원의 첫 정규가 이 문제점을 피해 갈 수 없음은 사실 당연했다. 그의 레퍼런스 포지션인 MGK의 경우 비슷하면서도 다른 트랙을 꽤나 채용함으로써([mainstream sellout]) 평균으로의 회귀를 막으려고 했지만, [BIGONEISTHENAME]은 ‘다시 돌려 들을 만한’ 매력에 도달하지 못한 걸로 보인다. 선발매 싱글인 ‘바람이 나를 안을 때’와 ‘비밀번호 486’, 그리고 ‘여전히 그대로’와 같은 곡들이 중간중간 새로운 호흡을 만들어 주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이는 빅원과 팝펑크의 싱크가 부족했다기보다는 그저 장르적인 한계와 고정된 프로듀서진에서 나온 다양성 부재에서 기인한다. 호불호 없는 햄버거와 치킨, 피자를 하루 종일 돌려 먹는다 한들, 결국 같은 계열의 음식이고 질리기 마련이다.
융 : 빈틈없이 꽉 찬 걸그룹 대전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들만의 영역을 조금씩 만들어 나가고 있는 woo!ah!다. ‘Rollercoaster’는 과감하고 거침없었던 ‘단거’에 비해 조금 더 가공된 사운드와, 부드러운 멜로디를 보여준다. 이우민 작곡가의 곡답게 트와이스의 펑키팝 ‘Talk that Talk’ 등이 떠오르고, 멤버들의 표현도 분명 그 지점을 향하고 있다. 전작만큼의 에너지나 유니크함은 부족하지만, 대중성을 잡아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의 영리한 선택이다.
다만, 안무가가 제작한 그룹이라는 점이 무색할 만큼 안무가 심심하다. 너무 보편적이며, 어디서 본 듯한 동작들의 나열이라 퍼포먼스의 재미가 부족하다. 코러스에서 반복되는 ‘너와 나의 Rollercoaster’ 파트라도 더욱 캐치하게 구성했어야 한다.
최크롬 : 중소 신인들이 가시밭길을 걷는 와중, 정직하게 청순 콘셉트의 계보를 이어 데뷔 때부터 나쁘지 않은 반응을 이끌어낸 첫사랑이다. 지난 타이틀 ‘첫사랑’이 러블리즈의 무언가와 비슷하다면 이번 타이틀 ‘러브티콘’은 프로미스나인 데뷔 초창기와 같은 인상을 준다. 음악적으로 약간의 변화구를 주었을지라도 앨범명과 곡의 부제에서 이런저런 포인트를 심어 놓은 것을 보면 여전히 청순이라는 골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음악과 메시지에 청순을 직접적으로 표방한다고 한들, 그것을 싸놓은 포장지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여느 케이팝 걸그룹처럼 적당히 구현된 ‘10대스러운’ 공간에 등장한 뮤비 속 첫사랑의 모습은 초기 위클리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는 청순을 염두에 두지 않은 전형적인 영앤프레쉬 걸그룹의 이미지에 더 가깝다. 혹자는 트렌드를 적당히 반영한 청순이라고 반박할 수 있겠으나 청순은 극한의 인위적인(남성향에 가까운) 콘셉트이다.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내세웠다면 이를 일관성 있게 풀어내는 디테일도 중요하다.
최크롬 : Ado와 비슷한 공격적인 일렉트로 팝 계열이지만, 날카로운 톤과 리듬감에 있어서는 분명 Reol만의 영역이 있다. 이것의 연장선으로 [COLORED DISC]는 그녀의 랩(힙합)적인 퍼포먼스를 엿볼 수 있는 싱글이기도 하다. ‘SCORPION’은 이전 곡들 내 기본 탑재된 폭발적인 기승전결, 컴플렉스트로스러운 구성은 살짝 줄여서 키치함과 랩 보컬 및 무드를 살리는 쪽에 집중했고, ‘secret trip’은 다소 투박하지만 부드러운 인디팝 감성을 그려냈다. 물론 이 수록곡들이 과거 앨범에 비해 광적으로 하입되는 힘을 가지거나 밸런스/완성도가 높은 건 아니다. 하지만 본인 포지션에서 납득할만한 시도라는 점, 그리고 아티스트의 또 다른 강점을 미리 개발해볼 수 있는 커리어의 교두보로서는 어느 정도 눈여겨볼 만하다.
융 : 미니멀한 구성 안에서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한다. 나의 정신 (My Mind), 나 자신 (Me), 그리고 날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조울증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다 내려놓고 체념한 듯한 애티튜드가 이 곡의 메신저와 메시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리스너들의 마음까지. 물론 셀레나 고메즈의 보컬은 여유롭지 않고 불안하지만, (특히 고음으로 갈수록 더더욱) 그 덜컹거림 덕에 음악이 의미를 갖는다. 음악은 가창력이나 사운드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움직였다면, 그걸로 제 역할을 다 한 셈이다.
※ '최크롬', '융'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