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un, FIFTY FIFTY, 식구, Damiano David 외
635 : 한 밴드의 보컬이 솔로 활동을 한다고 하면 밴드의 이미지나 색 때문에 보여주지 못한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일 것이다. 이번에 밴드 캔트비블루의 보컬 이도훈이 솔로 데뷔곡으로 가져온 ‘two five’는 밴드 사운드가 아닌 미니멀한 구조의 R&B 곡이다. 이런 R&B 트랙에서 섬세한 이도훈의 보컬은 몽환적이고 공간감을 주는 사운드와 함께 꿈을 꾸는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곡 앞뒤에 배치된 독특한 샘플링 사운드는 몽환적인 메인 사운드들과 대비되며 페이드인-아웃 되는 듯한 연출로 이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준다. 이러한 모습들은 캔트비블루에서 보여준 이도훈과 다른 모습이기는 하다. 캔트비블루의 ‘사랑이라 했던 말속에서’를 대표적으로 툭툭 내뱉는 듯한 짧은 호흡, 그리고 터질 것 같은 빌드업 이후 오히려 절제하는 등의 구성이었다. 이렇게 사운드와의 대비감을 주며 보컬을 돋보이게 하는 캔트비블루의 이도훈이었다면 솔로 아티스트 'dohun'이 이번에 보여준 것은 보컬을 하나의 악기처럼 사용해서 사운드에 집중하는 음악이다. 이런 점에서 보았을 때 솔로 아티스트로써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two five’라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별개다. 새로운 걸 하자는 것에 너무 포커스를 맞춘 걸까, 이제는 너무 흔히 볼 수 있는 얼터너티브 R&B이고 그 와중에 뚜렷한 개성도 없는 ‘two five’다. 결국 이번 솔로 데뷔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말고는 아무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당장 떠오르는 딘이나 콜드 같은 아티스트가 너무 굳게 지키고 있는 R&B 씬이기 때문에 솔로 아티스트로써 의미를 가지려면 그들처럼 'dohun'의 개성을 가진 음악이 필요해 보인다.
플린트 : ‘Cupid’에 안주한 듯 안주하지 않은 듯, 여전히 "피프티피프티 깔"의 음악과 접근법이다. 근본적으로 멤버부터 바꼈지만 정작 전략적으로는 과감한 리브랜딩이 보이지 않았던 저번 앨범처럼 이번 앨범도 같은 기조가 보인다. 이제는 FIFTY FIFTY의 매크로가 된 듯한 파스텔 톤이 떠오르는 미디엄 템포 디스코 팝 중심의 폭신한 이지 리스닝 스타일 앨범이다.
앨범에서 핵심이 되는 타이틀 곡 ‘Pookie’와 선공개 곡 ‘Perfect Crime’은 이 딱 "이런 신곡이 나오겠구나"라고 누구나 예상할 법한 도입부와 드럼 비트 및 사운드 구성이었다. 마이애미 베이스 장르인 마지막 곡 ‘Midnight Special’을 제외하면 퍼포먼스가 그려지거나 트렌디하지 않으며, 늘 그래왔듯 순하고 차분한 사운드로 꾸려져 있다. 음악 외적인 요소, 즉 비주얼이나 콘셉트가 강조되지도 않았다. 이처럼 K를 뗀 팝으로 시장을 공략했던 전략은 아직도 FIFTY FIFTY에게 적용되고 있으며, 통통 튀거나 멋있거나 한 K팝의 문법을 생각해 보면 확실히 여타 K팝 안에 공존하기에는 이질적인 느낌이 남아있다.
반대로 말하면, 이렇게 여전히 "아이돌스럽지 않은" FIFTY FIFTY는 K팝의 아웃라이어이기 때문에 이지 리스닝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메리트가 있다. 다른 그룹들의 이지 리스닝이 "아이돌"과 "이지 리스닝"의 교집합 안에서만 논다고 하면, 여전히 팝을 지향하는 FIFTY FIFTY는 "아이돌스럽지 않은"이지 리스닝을 활용할 수 있었다. 컨셉츄얼함과 퍼포먼스를 배제하고 들어도 용납할 수 있기에 ‘Work of Art’와 ‘Heartbreak’ 같은 심심한 수록곡 위주로 앨범을 꾸릴 수 있는데, 이런 K팝과 이질적인 수록곡의 존재는 확실히 앨범을 찾아 들을 재미를 제공한다. 1기부터 이어진 이질적인 포지션을 FIFTY FIFTY 스스로 만족한다면, K팝의 트렌드에 편승하지 않고 K팝의 가장자리에서 이지 리스닝 원조 맛집으로 자리를 굳히는 것도 나쁘진 않아 보인다.
광글 : B급의 유치함만을 의도했다면 성공적인 시도다. 정말 유치하다. 그룹 명 '식구' 그리고 푸줏간처럼 모두 -간으로 끝나는 곡명을 보면 그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국적인 오브제를 삽입해 유머를 유도했지만 그 과정이 매우 전형적인 탓에 클리셰에 그치고 말았다. '대한민국'이라는 키워드와 어울리는 소재를 아무거나 떠올려 보자. 분명 그중 하나는 가사 혹은 MV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이틀곡 ‘방앗간’은 과거 마이티 마우스가 생각나는 단순 반복 후크송이다. 하우스 비트와 클랩 사운드, 킥으로 관악기 루프가 돋보인다. TEAM TOMODACHI의 성공에서 정녕 이들이 얻은 건 Tik Tok을 노려야겠다는 단편적인 시각뿐인 건가.
'얼씨구절씨구'라는 가사와 타령을 떠올리게 하는 코러스는 올드함 한 스푼을 더한다. 'Jazz dance Rock dance Street dance'라는 구절 뒤에 함께 등장하는 각 장르의 악기들은 진부함이라는 요리의 화룡점정이다. 특히 'Beethoven, Mozart, Bach 식구'와 같은 피상적인 나열은 앞서 외치는 Jay Park의 패러디지만 정말 중요한 재미가 없으니 흉내에 그치고 만다. B급 감성을 살리려면 실력과 유머의 균형이 필수다. 그러나 이번 음악은 TEAM TOMODACHI에서 보여준 완급 조절도, 발칙한 래핑도 그 무엇도 보이지 않는다. 식구는 '가짜 힙합'을 물리친 승리의 기쁨을 음악에 나타냈다. 과연 리스너들은 이들을 '진짜 힙합'이라고 평가할까? 조심스레 반대편에 줄을 서본다.
광글 : 그룹에서 솔로 커리어를 시작할 때 취할 수 있는 전형적인 두 가지 방법은 서로 양 극단에 서 있다. 하나는 그룹의 색채를 유지해 기존 팬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통해 새로운 리스너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Silverlines – prod. Labrinth’를 비롯한 Damiano David의 이전 싱글은 후자에 가까웠다. 팝과 발라드 장르를 선택하고 비교적 가벼운 보컬 톤을 사용한 점에서 Måneskin의 강렬한 색을 의도적으로 지우는 걸까 추측했다. 그러나 인디 팝 장르의 ‘Voices’는 Måneskin 특유의 섹시한 보컬이 다시 드러난다. 이는 밴드의 정체성과 팝 스타로서의 전환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Voices’는 Måneskin의 전형적인 곡 구성을 따라가며 기존 팬들에게 낯설지 않게 다가간다. 동시에 은은한 신스 패드와 둔탁한 드럼은 끈적한 무드의 보컬을 적절히 중화시켜 준다. 이러한 조화는 감정이 고조되는 브릿지에도 과도하게 무거워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줬다. 혼란스러운 감정을 담은 ‘Voices’는 향후 발매될 데뷔 앨범 [Funny Little Fears]에서 중요한 단서다. Damiano David가 프론트 맨과 팝 스타 사이 그 어디쯤에서 정체성을 확립하려 하는지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플린트 : JPEGMAFIA는 익스페리멘탈 힙합이란 장르명에 맞게 "실험적인 힙합"을 한다. Flume은 최근 EDM의 트렌드처럼 레이빙을 위한 전자음악이 아닌, 본인이 주목받던 2010년대 중반 당시 스타일처럼 가상적인 사운드로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주는 전자음악에만 정체된 듯하다. 매니악한 익스페리멘탈 힙합과 철이 지난 퓨처 베이스라는 좁은 파이를 상징하는 이 둘은 각자의 색이 뚜렷한 만큼 제공할 수 있는 감상도 다르고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이 둘이 만들어 낼 중간 지대를 그려보기 어려웠다.
의심과 함께 들어본 첫 트랙 ‘Track 1’부터 의외로 이 둘이 상호보완이 가능하고, 또 융합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시차를 두고 직선적인 JPEGMAFIA의 색에 점점 몽환적인 Flume의 색이 얹어지는 트랜지션은 자연스레 그들이 잘 배합된 앨범으로 리스너를 불러들인다. 이후 3곡에서 사운드는 Flume, 구성은 JPEGMAFIA를 따르며 JPEGMAFIA는 새로운 사운드란 무기를 쥐었고, Flume은 그 사운드를 활용하는 새로운 문법을 입었다. 게다가 이들이 원래 공통적으로 제공하던 완성도 높은 사운드에서 오는 청각적 쾌감이란 장점은 명실상부하게 담겨 있었다. 둘의 색이 공존하면서도 분명하며, 이를 적합하게 활용했단 점에서는 이 앨범은 이상적인 합작이었다.
그러나 사실 이번 앨범도 "비현실적이고 실험적이다"라는 수식에서 달라진 게 없다. 그저 두 가지를 융합하는 실험이란 방향으로 합력을 보여줬을 뿐이다. 그래서 플레이 타임이 짧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함께해서 보여줄 수 있는 건 둘이 융합된 색을 보여주는 쇼케이스 정도의 분량뿐이었다. 예컨대, 이 앨범을 통해 어떻게 어필하겠다 하는 접근이나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진 못했고, 그런 점이 없다면 이 둘이 함께하면 언제든 이런 부가가치 없는 조합은 만들 수 있다. 여전히 이들은 이들의 스타일 안에서만 놀고 있으며, [We Live In A Society]란 앨범 명의 의미처럼, 둘의 여집합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손이 가기 어려운 앨범이다.
635 : 코로나 시기 등장한 숏폼은 한철 유행을 넘어 대중문화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틱톡커 출신의 아티스트들도 늘어나고 있다. Natalie Jane 역시 그중 하나이며, 특히 동세대인 MZ 세대의 일상과 감정을 꿰뚫는 가사로 눈길을 끌었다. 다만 그녀를 돋보이게 하는 건 MZ라는 공통점과 음악 그 자체의 독창성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Natalie Jane은 음악을 기획할 때부터 틱톡에서의 반응과 팬들과의 소통 방식을 염두에 둔듯하며, 이를 통해 곡의 메시지를 확장하고 공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번 ‘how u been?’은 이별 후에도 여전히 상대의 안부가 궁금한 복잡한 감정을 다루며, 다소 익숙한 주제지만 lo-fi 한 보컬과 미니멀한 편곡으로 공허하고 서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낮게 깔리는 베이스라인, 절제된 드럼 비트는 가사의 외로움과 잘 어우러지며 Natalie Jane의 보컬의 호소력을 더욱 짙게 만든다. 또한, 음악 외적으로 본 곡 발매 세 달 전부터 지속적으로 틱톡에 하이라이트 부분을 공개하며 "여러분의 이별 경험을 들려달라"는 메시지와 함께 팬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비슷한 사례로 또 다른 MZ세대 아티스트인 PinkPantheress는 짧은 데모와 훅을 틱톡에 선공개하며 음악적 요소로 주목을 받았다. 반면 Natalie Jane은 음악적 요소를 넘어서 댓글 참여와 리믹스를 유도했고 팬들은 그에 상응하듯 립싱크 영상 혹은 듀엣 형식의 영상을 만들어 내며 한층 확장된 공감대를 만들어 냈다.
이렇듯 Natalie Jane의 진가는 단순히 MZ 세대 아티스트라는 이미지와 그 음악에 그치지 않는다. 세대가 사랑하는 문화인 틱톡에 본인의 음악을 활용해 음악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 내려 하고 팬들과 소통하며 곡에 대한 경험을 함께 나눈다. 이번 ‘how u been?’ 또한 음악에서 그쳤다면 보편적인 이별 감정을 단순한 노래였겠지만, Natalie Jane은 모두가 함께 나누는 경험으로 변화시켰다. 이처럼 Natalie Jane은 음악을 음악만이 아닌, 또 다른 방향의 소통 방식을 통해 영향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음악이 꼭 음악이어야만 가치를 보이는 게 아니란 걸 점차 눈으로 보고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 '광글', '635'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