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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의 변천사

센터는 언제나 존재한다. 그리고 발전한다.

by 고멘트


케이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보통 독보적인 비주얼 때문에 처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처럼 케이팝 시장에서 비주얼을 중요시 생각했던 것은 1세대 H.O.T. 그리고 S.E.S.부터 어쩌면 당연하게 지금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아이돌 비주얼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그룹의 ‘센터’다. 센터는 그룹에서 비주얼을 담당하고 있을 만큼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그만큼 감당하기 어려우며 부담감을 지기도 한다. 오늘날에는 당연시 화제가 되는 센터라는 포지션은 과연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으며, 또 어떠한 변화를 거치게 됐을까?




사실상 앞서 소개한 1세대 아이돌이 활동했던 시절에는 구체적인 센터라는 포지션은 존재하지 않았다. S.E.S. 의 유진과 핑클의 성유리처럼 그룹에서 비주얼이 유독 돋보이는 멤버는 있었지만, 그 멤버를 항상 중심에 세우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센터라는 개념이 구체적으로 나오게 된 시점은 언제일까? 그 답은 2007년 SM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한 소녀시대이다. 소녀시대는 동시대에 활동한 원더걸스 (데뷔 당시 5명) , 카라 (데뷔 당시 5명) , 브라운아이드걸스 (데뷔 당시 4명)와 차별적으로 유일하게 다인원 그룹(데뷔 당시 9명)으로 대중들에게 나타났다. 사실상 4분이 넘지 않는 노래로 활동하면서 멤버 수가 많으면 오히려 산만하고 집중이 흐트러질 수 있지만 소녀시대는 센터 ‘윤아’를 필두로 오히려 당당하게 맞섰다.



윤아는 무엇보다 같은 소속사 선배 이연희, 고아라와 묶여 SM 3대 미녀라고 불릴 만큼 비주얼이 뛰어나 아직도 정석적인 미인 & 청순 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에 남아있다. 그렇기 때문에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에서 후렴 단체 군무의 센터 자리를 차지했다. 이전에는 H.O.T.의 장우혁 또는 신화의 이민우 , 동방신기의 유노윤호처럼 팀에서 춤을 담당하는 멤버가 퍼포먼스의 중심을 이끌었지만, 소녀시대의 윤아는 같은 멤버 중 댄스를 담당하는 효연과 유리를 제친 점에서 일명 비주얼 센터라는 개념이 정식으로 처음 들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확실한 센터를 가진 소녀시대는 2008년 ‘키싱 유(Kissing You)’를 통해 뮤직뱅크에서 첫 1위를 차지했으며, 2009년 발매한 ‘Gee’는 아직도 뮤직뱅크에서 아직도 깨지지 않은 9주 연속 1위라는 기록을 만들었다. 그리고 2011년에 데뷔한 인피니트는 처음 데뷔곡 ‘다시 돌아와’의 후렴구 안무 센터를 성규에서 비주얼로 초반에 인기 있었던 L로 바꿨던 것처럼 센터의 역량을 중요시 생각했다. 이처럼 처음 센터라는 개념은 일명 그룹에서 비주얼 원탑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2016년 Mnet에서 방송된 ‘프로듀스 101’ 시리즈에서 센터의 개념은 더욱 대중들에게 들어왔으며, 의미가 살짝 바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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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개의 시즌으로 방송된 ‘프로듀스 101’은 처음 무대로 모든 연습생이 공식 주제가를 불렀다. 아무래도 다수의 연습생이 참여하는 무대이기에 무엇보다 더욱 이목을 끌 수 있는 센터를 차지하기 위해 모두가 노력했다. 그리고 실제 위 주제가에서 센터를 차지한 최유정 , 이대휘 , 미야와키 사쿠라 그리고 손동표는 모두 데뷔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처음 센터로 대중들에게 제대로 각인이 되었으며, 손동표를 제외한 나머지는 단 한 번의 평가에서도 데뷔 순위권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이처럼 그룹에서 센터의 포지션을 맡는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성공 보장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시즌 1에는 정채연과 주결경, 시즌 2에는 배진영과 황민현, 시즌 3에는 왕이런, 장원영과 안유진, 시즌 4에는 김요한과 김우석 등 참가자들이 뽑은 비주얼 순위에 멤버들이 센터가 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센터 = 비주얼이라는 선입견은 살짝 없어지기 시작했다. 비주얼보다는 최유정처럼 확실한 표정 연기에서 나오는 끼로 아니면 이대휘처럼 깔끔한 춤선으로 연습생들에게 인정을 받아 센터를 차지하는 경우가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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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프로듀스 48’ 경연 중 콘셉트 평가에서 ‘다시 만나’팀의 무대를 보고 아티스트 이홍기가 심사하는 ′센터가 되면 무엇을 보여주고 싶나요?′ 이라는 제목에 영상은 조회수 600만 회를 기록해 센터의 개념이 변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영상에선 안무 실수 그리고 불안정한 음정을 보여줬지만, 단지 비주얼이 이쁘니까 곡에 센터를 맡은 왕이런에게 이홍기는 센터의 자질은 “우리를 보세요”라고 보여 줄 수 있는 사람이라 말했다. 즉, 단순히 비주얼이 아닌 “그룹의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멤버가 센터가 되어야만 한다고 했다. 이때부터 센터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가장 대표적으로 그룹의 정체성을 센터로 잘 표현한 멤버는 ITZY의 신류진이다. ITZY의 메인 콘셉트는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걸크러쉬를 살짝 톡톡 튀게 틴크러쉬로 표현하는 것이며, 그런 색깔을 성숙미 넘치는 잘생쁨의 비주얼을 가진 류진은 가장 잘 표현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비주얼로만 센터를 정했던 시절에는 유나가 당당히 그룹을 대표했겠지만, 그룹의 정체성을 보다 강조할 수 있는 류진을 센터로 데뷔한 것이다. 특히, ITZY의 ‘WANNAVE’에서 초반 류진을 센터로 세운 안무는 유튜브 채널 ‘스튜티오 춤’에서 6,6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ITZY가 보여 줄 수 있는 당당한 매력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또한 2024년에 테디 걸그룹으로 데뷔한 MEOVV는 아역 배우 시절부터 뛰어난 미모로 리틀 제니라고 불린 엘라가 아닌 나린을 처음 센터로 많이 비추었다. 그 이유는 MEOVV가 지향하는 음악 스타일에는 메인래퍼 포지션으로 활동하는 나린이 더욱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에 걸맞게 도입부 파트를 잘 소화해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그리고 걸그룹 KiiKii는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개성이 넘치는 그룹의 의미에 걸맞게,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비주얼 지유를 당당히 센터로 내세웠다. 지유는 지브리 시리즈의 포뇨를 닮았을 만큼 개성이 강한 덕후몰이상으로 큰 인기를 얻어 팬들 사이에선 ‘단발머리 걔’ , ‘손끝에 나비 걔’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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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그룹이 ‘올라운더’ 아이돌 그룹을 목표로 하기에 구체적인 센터에 대한 포지션도 없어지는 추세이다. 결국 우린 모두가 센터가 될 수 있으니 굳이 한 명을 돋보이게 할 필요 없다. 이런 이상을 꿈꾸는 현실 속 과연 센터라는 개념은 아예 없어졌을까? 이런 의견에 대해서는 100% 부정할 수 있다. 왜냐하면 최근에 데뷔한 ‘TWS’ , ‘이즈나’ , ‘베이비몬스터’ , ‘라이즈’ , ‘아일릿’ , '이프아이' 등 거의 모든 그룹에는 초반 그룹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센터가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이다. 노골적으로 “우리의 센터는 000입니다”라고 말하지 않았을 뿐 아직도 특정 멤버를 유독 돋보이게 하는 안무 구성 그리고 콘텐츠 영상 제작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예능, 연기 등 특정 멤버가 그룹을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그룹의 성공을 위해 특정 멤버의 역량이 현저히 줄어들었기에 인기가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다. 구체적으로 특정 멤버만 인기를 얻게 되면 파트 분배 또는 자체 콘텐츠의 분량 문제로 팬들에게 비난을 받는 등의 문제를 피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시간이 지나도 아이돌 그룹의 센터라는 개념은 아직도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신기한 부분은 처음에 말한 센터 = 비주얼이라는 공식이 걸그룹은 어느 정도 깨지고 있어 다양한 매력의 센터가 등장하고 있지만, 보이그룹은 아직 그 공식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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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덱스가 진행하는 ‘덱스의 냉터뷰’에서 현 아이들의 리더 전소연이 출연한 적이 있었다. 그 방송에서 전소연은 아이돌로 덱스가 데뷔하게 된다면 센터가 아닌 사이드 쪽으로 덱스를 포지셔닝 시킬거라 말했었다. 그 이유는 남자 아이돌 센터에는 호불호가 갈리지 않고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조각 미남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라 말했다. 그리고 덱스 같은 캐릭터는 완전 센터 주위를 맴돌면서 자꾸 시선을 끌게 만드는 전략을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전략에는 틀린 부분이 하나도 없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 비주얼 센터로 팬이 되었다가 결국 색다른 매력을 가진 (동방신기의 시아준수 , 인피니트의 성규) 같은 멤버에게 빠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예시로 최근 데뷔해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라이즈의 원빈은 정말 누가 봐도 비주얼이 가장 뛰어나 처음부터 센터로 활약했다. 또한 같은 멤버 소희(귀여운 매력)도 초반엔 인기가 없었지만, 라이즈가 인기가 많아질수록 소희의 팬들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여자 아이돌 센터의 기준은 넓어졌지만, 남자 아이돌은 아직 그대로인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팬덤의 성향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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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팬들 중에는 ‘유사연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단순 팬으로서 동경, 좋아하는 감정을 넘어서 사랑하는 감정까지 느끼는 경우도 있다. 그 때문에 이상형 월드컵 같은 투표가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단순 앨범과 포토카드를 구매하는 것을 넘어 최애의 성공을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하는 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남자 팬과 여자 팬은 큰 차이를 보인다. ‘잘생기면 다 오빠’라는 말은 살면서 어디선가 한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또한 스포츠엔 큰 관심이 없지만 비주얼이 잘생긴 조규성(축구 선수) 같은 선수를 덕질하는 여자들도 많이 봤을 것이다. 이처럼 여성 팬들은 비주얼을 가장 중요시 생각하며, 영화 늑대의 유혹에서 강동원이 우산을 들고 등장하고 있는 장면이 아직도 화제가 되는 만큼 정말 짧은 시간에 비주얼로 사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 아이돌의 센터에는 ‘만찢남’ 느낌이 강한 정석 미남이 아직도 큰 인기를 얻는 것이다. 반면 남자들 사이에선 외모가 아닌 다른 매력으로 이상형을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형적인 미인상 엔믹스의 설윤과 다른 톡톡 튀는 과즙상의 장원영 또는 아일릿 원희처럼 10대 초중반의 발랄한 귀여운 매력을 잘 표현하는 멤버 등 다양한 센터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걸그룹을 좋아하는 여자 팬들의 비율은 보이그룹을 좋아하는 남자 팬들의 비율보다 현저히 높기에, 이러한 여자 팬들의 확보도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핫걸 포지션으로 전 아이들의 서수진 , 키스오브라이프의 나띠가 센터로 활약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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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케이팝에서 ‘센터’는 처음 등장부터 약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모든 그룹에서 통용으로 쓰이고 있다. 아무리 그룹 전체의 인지도가 중요하고 멤버 모두 균등한 인기가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1년에 수십 팀이 데뷔하고 해체하는 현시대에서 잘 뽑은 센터 하나는 그룹의 자존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필자 역시 센터는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단순 비주얼을 넘어 그룹의 색깔을 짧은 시간에 보여 줄 수 있는 것이 센터의 정의이기에 절대 복제가 불가능하다. 센터로 먼저 그룹에 팬이 되어야만 센터 옆에 다른 멤버가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고 그렇게 그룹의 인지도를 높여야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또한 앞서 살펴본 센터라는 개념의 변천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언제든지 범위가 넓어질 수 있으며, 이러한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해 새로운 센터를 가져오는 것이 중요하다.



by 만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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