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e, Bye Bye Badman, Fin Fior 외
광글 : 치밀하고 섬세한 프로덕션은 'Pure'라는 단어를 소리로 완벽히 재현해 낸다. 이 음악은 바쁜 현실 속에 치인 당신을 과거의 가장 순수함이 가득했던 순간으로 데려갈 것이다. 방 안으로 스며드는 부드러운 햇살과 살랑거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을 바라보며 평화롭게 누워 있던 어린 시절 말이다. 먼저 기반을 다지는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는 자연스럽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은은하게 스며드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앨범 전체를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는 동시에 그 위에 울리는 맑고 투명한 플럭과 벨 사운드와 함께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특히 입체적인 패닝은 공간감을 더욱 선명하게 전달하며 현실이 아닌 것 같은 분위기를 극대화시킨다. 순수의 성 꼭대기에서 울려 퍼지는 ‘among angels’의 코러스는 아기 천사들이 천국 어딘가에서 노래하는 듯 한 성스러운 분위기까지 선사한다. Archie는 각각의 다른 소리를 정교하게 지휘해 완벽한 하나의 성을 만들었다. 감각적이고 추상적인 단어를 음악적으로 실체화했다는 점에서 '소리의 미학이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준 앨범이 아닐까 싶다.
플린트 : 오랜만에 돌아온 아티스트의 작업물을 기다리는 이유는 그들의 음악 스타일을 다시 느껴보기 위함과 동시에, 그간 숨어 있던 시간 동안 배우고 얻어온 것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그들이 없는 동안 흘러온 시간을 어떻게 녹여낼까를 보는 재미도 있다. 첫 곡부터 들리는 브릿팝의 에너지는 마치 ‘Zero’에서 시작한 듯 데뷔 앨범을 떠올리게 하며 반가움을 선사한다. 그 토대를 기반으로 우리의 기억에 마지막으로 남은 여름날 휴가가 떠오르는 곡들을 간간이 섞어내며 그간의 변천사를 한데 묶었다. 거기에 Gila의 슈게이즈가 톡 쏘는 맛을 더했고, 이를 부담스럽지 않게 잘 배합한 것은 프로듀서로 본인의 파이를 구축해 낸 구름의 대중적인 역량 덕분이다. 잔뼈 같던 그간의 활동으로 이젠 역동적인 슈게이즈마저 그들만의 팝스러움 속에서 풀어내며 지금껏 달려온 Badman의 시간의 의미를 분명하게 소개한다. 재결합이라는 클러치 Timing에 그간 쌓아온 매력과 그 매력을 원숙하게 담아내는 역량을 보여주며 말이다. 잠잠했던 Bye Bye Badman은 시간이 주는 무게감을 정체성으로 빚어냈다. "밴붐온" 속에서도 든든한 터줏대감의 부재로 가벼웠던 인디씬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을 [Bad Timing]의 깊고 다듬어진 맛은 그러기에 더더욱 빛난다. 마치 처음엔 밍밍했어도 해마다 더해지며 숙성된 종갓집의 씨 간장처럼.
루영 : 모든 것이 어지럽게 소용돌이치는 와중에도, 서정적이고 아름답다. 앨범 소개글에 적힌 표현을 빌리자면 가히 '매혹적인 잡종'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팝적인 감성을 지닌 멜로디 위에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더해져 첫 번째 트랙에서 마지막 트랙까지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강렬한 에너지를 형성한다. 트랙마다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신디사이저 사운드와 노이즈는 레이지를 연상시키듯 공격적으로 귀를 쏘아대다가도 (I Surrender, XGF), 역동적인 EDM 비트, 서정적이면서도 경쾌한 팝 멜로디와 어우러져 흥을 돋우기도 한다. (Alice / Sound of Sorrow, As You Wished, Red Rain) ‘Art Fair’처럼 강렬한 락 사운드, ‘Get Used to It’, ‘I Realized’처럼 댄서블하면서도 마음 한 켠의 아련한 기억을 꺼내게 만드는 레트로 스타일의 사운드와 잘 버무려진 트랙도 추천할 만하다. Fin Fior가 가진 도시인의 자아와 폭넓은 음악적 바탕에 프로듀서 Guinneissik(기나이직)의 역동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일렉트로닉 비트와 사운드가 더해진 결과는 실로 경이롭다. 전작 [겁이나]에서 한강을 배회하며 마음속으로 삭여낸 실존적인 불안과 외로움은, [Flock]의 눈부신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비로소 세차게 날개를 퍼덕이며 폭주한다. 온갖 계산과 압박으로 마음에 경계를 그어왔던 현대인의 자아를 잠깐이라도 해방시키는 데에는 이 앨범이 적격일 것이다.
베실베실 : 김뜻돌, 바이 바이 배드맨, 이찬혁 등 다소 메이저한 아티스트들부터 언더의 수많은 밴드에 이르기까지, 최근 한국 인디 씬에 노이즈 음악의 붐이 불고 있음을, 그리고 그 붐의 근원에는 파란노을이라는 존재를 빼놓을 수 없음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꼬리표처럼 그를 따라다니는 호불호가 있었다면 아무래도 보컬에 있지 않았을까 싶다. 단순히 "노래를 못 부른다"를 떠나, 감상에 방해가 될 정도로 심각한 실력, 그리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서인지 지나치게 걸려있는 보컬 튠과 (로파이임을 감안해도) 조악한 보컬 믹싱은 분명히 옥에 티로 느껴질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렇지만 새 이름 'Huremic'으로 발매한 이번 앨범은 어딘가 다르다. 멜로디보다는 주술적 읊조림에 가까운 "I'm seeking darkness"를 시작으로 본 앨범에서의 목소리는 탑라인이 아닌 하나의 트랙으로 사용될 뿐이며, 노이즈, 다양한 전통 악기, 신디사이저와 같은 각종 소리들을 익스페리멘탈과 포스트 락의 문법으로 버무려 일종의 종교적 체험을 청자에게 선사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국악 요소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퓨전, 그리고 앨범 단위의 완벽한 음악적 내러티브는 왜 파란노을의 음악들이 그리 극찬을 받아왔는지에 대한 방증이다. 2집의 '찐따 감성'에서 시작해 마법 같은 순간들을 겪으며 다소 유해지고 있다 생각했건만 그의 가슴 한 켠에는 여전히 이런 암흑이 불타고 있었나 보다. 노을은 지고 다시 깊은 어둠이 찾아왔다.
JEN : 만약 당신이 이 앨범을 듣고 '이게 뭐지?' 싶었다면, 정답이다. 이건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만든 음악이 아니다. 자신의 이름을 타이틀로 내건 다섯 번째 정규 앨범 [키라라]는 말보다는 소리, 뚜렷한 메시지보다는 순간의 감각을 담은 단지 그 순간 재밌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앨범이다. 트랙마다 제각기 다른 감각이 튀어나오고, 곡의 질감도 매 트랙마다 달라진다. ‘음악’의 들뜬 전자음과 선우정아의 재지한 스캣, ‘샐러드’에서의 무의미한 채소 나열, ‘조각’의 비정형적인 랩 진행까지. 모든 트랙이 하나의 목적을 향해 정렬되기보다는, 그 순간 떠오른 감각이 가장 진한 상태로 던져진다. 무질서하다는 말이 어울릴 수 있지만, 그 안에는 통제되지 않은 창작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살아 있다. 피처링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에서도 파트를 나눠 맡는다기보다, 각자 가장 잘하는 소리를 마음껏 터뜨리는 식이다. 그래서 '설명하려는 노래'보다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생생히 존재하는 소리'가 더 많다. 처음 들으면 낯설고 어지럽지만, 그 감각 자체가 이 앨범이 담고자 한 본질임을 곧바로 느끼게 된다. 키라라는 이 앨범을 통해 어떤 감정을 전달하려 하기보다, 감정을 관찰하고 흐르게 둔다. 마치 자기 안에 가득한 소리와 리듬을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흘려보내듯이 말이다. 그렇게 흩뿌려진 무수한 조각들은, 결국 하나의 자신으로 수렴된다. 그것이 이 앨범의 진짜 구조다 — 전하려는 메시지 없이도, 가장 명확하게 '나'를 보여주는 방식.
아인 : 모든 것이 뿌옇고, 불분명하며, 들쑥날쑥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불확실함 속에서 마음이 잠잠해지는 순간이 있다. MurderMartyr의 [PoemforNothing]은 바로 그 모호한 정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오히려 의도적으로 포착해 낸다. 슈게이즈를 기반으로 하되 글리치, 드론, 포스트록, 일렉트로닉, 심지어 프리재즈의 형식까지 끌어들인다. 몽환적인 기타 드론이 고요히 깔리다가, 순간 벽음향이 몰아쳐 귀를 압도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모든 소란이 하나의 곡 안에서 균형을 이룬다. 이 불균질함의 조화, 그것이 바로 MurderMartyr가 해낸 일이다. 이 앨범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기존의 틀을 벗어났다'는 데 있지 않다. 이들은 아예 다른 프레임 안에서 음악을 다시 짠다. 슈게이즈의 회색빛 정서를 수용하면서도, 그것을 혼란과 미학의 층위로 끌어올린다. 사운드는 층을 이루고, 보컬은 질감이 되어 더 깊숙한 감정선을 긁어낸다. 이들은 직접적인 의미 전달 대신, 뿌연 방식으로 감정을 흘려보낸다. 어떤 음악은 침묵 속에서 더 뚜렷한 울림을 만든다. [PoemforNothing]의 침묵과 여백이 깊게 와닿는 건, 이질적인 감각과 장르를 뒤섞어 청자를 전혀 다른 청각의 세계로 이끌기 때문이다. 현실로 돌아와서야 비로소, 그 힘이 얼마나 강했는지 알게 된다. 이는 장르의 진화를 증명하는 실험이자, MurderMartyr가 고유한 음악 체계를 드러낸 첫 선언이다. 이런 희소성 있는 밴드야말로 음악의 세계를 실제로 넓힌다고 믿는다. 모든 것이 불명확한 시대. 이처럼 모호함 자체를 노래하는 앨범은 오히려 가장 명확한 정서를 남긴다. 그것이 바로 [PoemforNothing]이 가진 강력한 힘이다.
르망 : 대중음악에는 '구조'가 존재한다. 역사를 관통하며 생겨난 공통적인 '구조'들. 송폼이라고 부르는 이 '구조'를 지켜야만 사람들은 음악을 비로소 '노래'라고 인식한다. 다만, 자연의 소리는 노래 같지 않다. 불완전하고 비선형적인 소리의 배치들이 한데 모여 ‘자연의 소리’라는 하나의 큰 개념을 구축하고 사람들은 이 불규칙성에서 비로소 자연임을 인지한다. Naojusung의 [사양]은 '구조' 간의 경계가 흐릿해 자연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각 트랙에 등장하는 비정형적인 리듬의 신스, 불협에 가깝다고 느끼는 오묘한 화성의 화음들이 모여 Naojusung이 포착한 자연의 한순간을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사양'은 저녁때의 저물고 있는 해를 의미한다. 어둠이 찾아오기 직전, 해의 죽음이 찾아오는 순간이지만, 이때 하늘과 땅 경계에 다다라 사라지기 전의 해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크고 붉다. 이 자연의 아이러니함을 '희망이 꺼지려는 우울의 순간에, 오히려 가지고 있던 희망만이 자신을 밝혀주고 있다는 사실'로 비유한다. 사양의 도입을 보여주는 1번 트랙 ‘꿈’부터 시작해, 앨범을 전개하는 동안 사운드들이 우울의 순간 찾아오는 역설적인 희망을 꿈꾸게 한다. 6번 트랙 ‘영원한 빛’에서 비로소 희망을 만나게 되며 위로를 받는다. 그 이후로 사양이 완전히 질까 싶을 때, 8번 트랙 ‘소망 있는 불행’으로 다시 떠오를 해를 기대하며 시간을 돌린다. 사양은 결국 지고 시간이 흐른 뒤 해가 다시 떠오른다. 새로운 해, 즉 새로운 희망은 다시 태어나기 때문에 사양의 순간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Naojusung이 [사양]을 통해 말하며 손을 건네 리스너들을 일으켜 세워 준다.
유진 : 로데오의 한 지하 라운지에서는 새로운 문화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우후죽순 생겨난 EDM 페스티벌이나 테크노가 점령한 이태원, 홍대에 즐비한 힙합 클럽에서 솔직히 억텐으로 리듬을 탄 적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 안에서 만난 소울 딜리버리는 다르다. 사람들을 하여금 연주자의 표정과 손 끝, 넷이 만들어낸 화음과 리듬에 교감하게 하며 자연스러운 그루브를 만들어낸다. 이번 앨범 [NEW WAVE]는 리듬이란 물가에 조심히 띄운 나룻배의 움직임과 같다고 알려준다. 서울의 따뜻하고도 도시적인 감각을 표현한 연주 위로 dePresno의 멋스러운 보컬이 얹힌 ‘Forget ME NOT’ 같은 잔잔한 물결을 지나면, 또 때로는 트럼펫이 만들어낸 쾌활한 리듬감이 돋보이는 ‘NEW WAVE’처럼 넘실거리는 파도에 몸을 맡기기도 한다. 그러다 제주의 노을 지는 해변에서 탄생한 ‘oowee’은 쌓아온 모든 에너지를 훅- 놓아줘 버린다. 이는 피날레를 위한 장치로, 이윽고 비장한 스트링 패드가 등장하는 ‘Paradise’은 드럼과 베이스, 기타, 건반이 제 자리에서 유려하게 움직이며 다시 에너지를 모으고 이를 신디사이저가 정점을 찍으며 합주를 완성시킨다. 마치 길었던 영화의 엔딩 장면을 보는 듯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음악은 연주자의 심성이 드러나기에, 좋은 음악은 좋은 영혼, 즉 소울 딜리버리가 말하는 좋은 '넋'을 가진 연주자들에 의해 탄생된다. 같은 넋을 공유한 네 연주자가 만들어낸 잼을 앨범의 여정에 따라 감상하다 보면 그들의 넋이 물결처럼 옮겨온다. 새로운 문화를 일고 싶단 그들의 바람대로 소울 딜리버리의 [NEW WAVE]는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음악과 문화를 선물했음이 분명하다.
제트 : 일렉트로니카, 포크, 재즈, 프렌치 팝, 보사노바, R&B 등 한 앨범 안에서 끝없이 펼쳐지는 장르들의 연결을 책임지는 건 단연 스텔라장의 보컬과 캐릭터다. 두 번째 정규 앨범 [STELLA II]는 전체적인 흐름보다는 각 곡의 개성과 이야기를 완성도 있게 빚어내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트럼펫, 퍼커션, 기타, 전자악기 같은 다양한 악기의 질감은 트랙별 분위기에 맞추어 더욱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데, 그 위에 특유의 프렌치 향을 머금은 멜로디와 통통 튀면서도 담백한 보컬이 더해지며 스텔라장만의 독특한 캐릭터성을 다채롭게 맛볼 수 있었다. 특히 유니크한 보컬이 하나의 이펙터처럼 기능하는 ‘What Makes You?’, 찰랑거리는 사운드와 변주로 경쾌한 색깔을 표현한 ‘워크맨’, 디즈니 영화가 떠오르는 ‘I Love To Sing’은 각기 다른 결로 다양한 매력을 한껏 담아냈다. [STELLA II]가 빛난 이유는 단지 이처럼 풍부한 사운드를 담아낸 데에 그치지 않는다. 제각각의 트랙들을 가수 본인의 존재감으로 자연스레 전개를 이어가고자 했고, 그것은 제대로 작동했다는 점에 있다. 이에 비교적 색채가 엷거나 전개가 느슨해지는 곡조차도 특유의 평화롭고 섬세한 사운드와 특색으로 수렴되기에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다. "살아가는 스텔라장을 담았다"라는 점이 유일한 공통점이라는 소개처럼, 이번 앨범에서 스텔라장은 그 자체로서 앨범의 주제이자 개연성이었다. 단순한 장르적 실험이나 감각적인 사운드를 넘어, 본인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가수의 정체성과 서사'로 설득력 있게 펼쳐 보였다는 점에서 이 앨범은 분명한 가치를 남겼다.
635 : K-샘플링에 꽂힌 프로듀서와 최고의 악기가 된 舊 카피캣 現 트렌드세터. Lil Moshpit이 된 그루비룸의 휘민과 식케이의 이야기다. 싱잉, 이모, 오토튠, 레이지까지 사실 누구보다 트렌드를 추구하는 식케이에게 씌워진 카피캣이라는 프레임은 휘민을 만남으로써 해방될 수 있었다. ‘Yes or No’부터 싹수를 보인 휘민의 K에 대한 사랑은 [K-Flip]까지 이어졌고 뇌절이라는 이야기를 충분히 들을 수 있는 리스크 있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결과물을 보고도 그렇게 생각할까. 적어도 내 생각엔 아니다. ‘Desert Eagle’을 샘플링한 ‘K-FLIP’부터 식케이는 '듣기 싫음 듣지 마 강요 안 해 누가 들으랬어?' 같은 정곡을 찌르는 벌스들로 첫 트랙부터 찢으며 시작한다. 12년도 오케이션과 빈지노의 힘을 빌린 ‘LALALA (Snitch Club)’ 또한 뇌리에 박히는 훅이 디스곡이라는 확실한 목적에 들어맞았다. 이 덕분에 플로우에 맞춰진 가사 아니라 가사에 플로우가 따라가는 듯하게 했으며, 누군가의 카피캣이라는 생각은 들 수가 없는 트랙이었다. ‘Self Hate’에서는 김사월의 ‘달아’를 샘플링하며 장르에 한계를 두지 않는 휘민의 K-샘플링 능력을 볼 수 있었다. 여기서 혹여나 휘민의 역할에 대해 K-샘플링이 끝이냐고 묻는다면 ‘PUBLIC ENEMY’를 들려주고 싶다. 혹시 ‘zeitgeist’ 기타 리프를 이렇게 샘플링하고 프로듀싱할 거라고 상상한 다른 프로듀서가 있냐고 물어보게. 물론 휘민에게서도 상상해보지 못한 결과물이었지만. 이로써 [K-FLIP]은 최선이자 최고가 되었고 '100마디씩 말해줘 봐야 뭐 해 난 행동으로 해'라는 식케이의 벌스처럼 카피캣이 아닌 트렌드세터로, 휘민은 Lil Moshpit으로서의 증명을 이어나가게 했다.
Noey : 바버렛츠 활동과 다수의 작곡 참여로 이미 음악적 역량을 증명한 안신애는 [Dear LIFE]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대중과의 거리를 더욱 가까이 좁혔다. 도시의 삶에 지친 이들을 위로했던 전작 [Dear City]의 연장선상에서, 다시 일어나 삶을 마주한 사람들에게 바치는 응원이자 찬가이다. 앨범은 펑크(funk)의 리드미컬한 베이스와 기타, 드럼 비트가 움츠렸던 어깨를 자연스럽게 펴게 만드는 ‘South to the West’를 시작으로, Crush와 호흡을 맞춘 뉴잭스윙 ‘Lover Like Me’가 기분 좋은 여유를 채운다. 이어 Ann One과 함께 보사노바의 부드러운 리듬을 스치는 ‘Unconditional’을 지나, 피아노 한 대와 담담한 목소리로 마음 깊숙한 곳을 두드리는 ‘해주오 (Dear Life)’에 다다른다. 각 곡은 친숙하지만 결코 뻔하지 않은 사운드를 보여주며,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청자가 앨범의 정서에 편안하게 젖어들도록 한다. 여기에 다채로운 장르 사이를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게 오가는 편곡은 안신애의 탄탄한 내공이 엿보인다. 그러나 이 앨범의 특별함은 음악적 완성도에만 머물지 않고,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치유 이후의 희망'이라는 명확한 메시지로 하나의 뚜렷한 감정선을 만들어낸다는 데 있다. 이처럼 음악성과 대중성, 메시지의 균형 잡힌 설득력 덕분에 [Dear LIFE]는 올해 수많은 앨범들 사이에서도 듣고, 읽고, 기억하게 만드는 힘을 남긴다.
baan - [Neumann]
Huremic - [Seeking Darkness]
Leaveourtears - [acid sugar]
MurderMartyr - [PoemforNothing]
NMIXX - [Fe3O4: FORWARD]
SUMIN (수민), Slom - [MINISERIES: Remixes]
T. Kotta Suite - [T. Kotta Suite]
김동용 - [두족류 친구들 모여라]
백현진 - [서울식: 낮 사이드]
홍크 - [Dot]
G-Dragon - [Übermensch]
IVE (아이브) - [IVE EMPATHY]
Jay Park - ‘Keep It Sexy (MOMMAE 2)’
Zior Park - [A Bloodsucker]
스윙스 - [Fire]
아이유 - [꽃갈피 셋]
오존 (O3ohn), 카더가든 - [TWO]
이세계아이돌 - ‘SYZYGY’
진 - [Echo]
창모 - ‘Op.1’
by 고멘트 <주간 신보 리뷰> 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