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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달라달라'져야만.

ITZY(있지) - [Girls Will Be Girls]

by 고멘트

절대 '달라달라'져야만.

ITZY(있지) - [Girls Will Be Gir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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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알던 '있지'

ITZY(이하 ‘있지’)는 분명 음원강자였다. 데뷔 싱글 ‘달라달라’부터 쉽고 캐치한 멜로디와 후킹한 파트, 화려한 색감의 뮤직비디오와 멤버들의 비주얼은 대중성을 잡기에 충분했고, 음원차트를 석권했다. 이후 발매했던 ‘ICY’, ‘WANNABE’, ‘Not Shy’까지 꾸준히 좋은 성적을 이어갔다. 유례없던 고퀄리티의 퍼포먼스로 댄스신에서의 주목도 상당했으며, 글로벌 팬덤의 큰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실험(?)적인 ‘마.피.아. In the morning’과 첫 정규앨범의 타이틀곡 ‘LOCO’는 충격적인 가사와 애매한 콘셉트로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여름 발매로 계절감이 잘 맞았던 ‘SNEAKERS’로 잠시 호조를 보였지만 이내 ‘Cheshire’, ‘CAKE’ 등의 심심한 트랙으로 다시금 혼란에 빠졌다. 그렇기 때문에 있지에게 작년은 정말 중요한 타이밍이었다. 후배 그룹인 엔믹스가 점점 대중성을 찾아갔고 에스파, 아이브 등 다른 4세대 그룹들이 계속해서 좋은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달라달라’의 아성을 넘을 또 다른 무언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아쉽게도 작년에 발매한 [BORN TO BE]와 [GOLD]는 의문점만을 남기며 그 반등의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BORN TO BE]는 총 10곡이 수록되는 정규 앨범을 방불케하는 스케일의 기대작이었으며 타이틀곡 ‘UNTOUCHABLE’이 강렬한 사운드와 함께 톤 다운된 분위기를 연출했으나, 멜로디의 단조로움과 메인보컬의 부재로 이렇다할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이후 ‘GOLD’에서 다시금 있지의 에너제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려 했으나 난잡한 구성의 곡은 대중을 납득시키기 어려웠다. 있지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는 허울(만) 좋은 작품이었으며, JYP는 프로듀싱에 대한 의심과 불신을 피할 수 없었다. 대중들은 쌓여만가는 아쉬움으로 앞으로의 있지를 걱정하면서도, ‘그래도 다음은..’이라는 기대를 걸었다. 8개월만의 컴백인 [Girls Will Be Girls]는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었을까, 우려를 현실로 만들었을까.



2. 미니앨범 [Girls Will Be Girls]: 비주얼을 따라가지 못하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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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을 구성하는 비주얼 요소는 있지의 모든 활동 중 가장 훌륭하다. 유광굉 감독이 작업한 트레일러 필름은 빈티지한 색감과 감각적인 무드가 잘 표현되었고 류진의 잃어버린 심장을 찾아 떠난다는 스토리라인으로 있지에게는 잘 볼 수 없었던 서사나 세계관이 포함되어있다. 뮤직비디오 역시 역대 작품 중 가장 큰 스케일을 자랑하는데, 조지아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진행한 것만으로도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멤버들의 결속을 힘으로 하여 검은 새들과 대치하는 장면들은 게임이나 판타지 영화의 멋진 전투를 떠오르게 한다.


비주얼로 한껏 끌어올린 기대감은 타이틀곡을 재생하자마자 보란듯이 꺾여버린다. 시작하자마자 공격적인 사운드와 함께 몰아붙이는 ‘Girls will be girls’의 외침은 초반부 이목을 끌기 충분하지만, 이내 전작들에서도 지적됐던 ‘단조로운 멜로디와 단절된 구성’이 또 반복되며 애매한 감상이 남는다. 특히 프리코러스 파트의 어수선함은 곡의 흐름을 매끄럽지 못하게 만든다. 안 그래도 빠른 음악에 리듬을 잘게 쪼갠데다, 한국어와 영어를 혼용한 가사를 붙이다보니 딕션과 가사 전달력이 무너진다. 후렴에는 도입부에 나왔던 ‘Girls will be girls’가 다시 반복되고, 이후의 코러스에서는 ‘Ah ya ya ya’로 리듬이 늘어지며 뻔한 멜로디가 이어진다. 브릿지나 3절 후렴을 생략하고 댄스브레이크로 속행하는 구성은 지루함을 타파하기 위한 좋은 판단이나, 이는 차선책일 뿐이다.


주입식이면 뭐 어떤가, 후킹한 파트를 만들어내는 것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수록곡들의 방향성도 이해하기 어렵다. 커플링곡 ‘Kiss & Tell’은 타이틀곡만큼이나 강한 사운드와 속도감으로 퍼포먼스에 특화된 곡이지만, Charli xcx 등의 레퍼런스가 빤히 들여다보여 온전히 즐기기 쉽지 않다. ‘Locked N Loaded’부터 안정감을 찾아가나 싶더니 갑자기 튀어나오는 소녀시대식 발라드 ‘Promise’와 초반부에 어울리는 ‘WALK’가 엔딩에 배치되는 등 당위성이 부족한 구성으로 방향성을 완전히 잃어버린다. 각 곡의 흐름은 물론 앨범 전체의 흐름까지도 부자연스러운 진행을 보인다.



3. 지금 있지에게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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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음악에 호불호가 있으며, 어떤 의견이 절대적으로 맞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있지는 ‘마.피.아. In the morning’ 때부터 지금의 ‘Girls Will Be Girls’까지 거쳐간 8개의 앨범이 모두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아왔다. 음악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반복되는 점은 더 이상 호불호의 영역이 아닌 ‘만듦새’ 자체의 문제일 것이다. 계속해서 누적되고 있는 실망감은 대중들로 하여금 앞으로의 있지의 음악을 기대하지 못하게 만든다.


있지가 데뷔하자마자 큰 주목을 받은 데에는 분명 ‘춤’의 힘이 매우 크다. ‘달라달라’는 물론, ‘Not Shy’까지 만족스러운 코레오가 계속되었으나, 최근의 퍼포먼스에서는 데뷔초에 느낄 수 있었던 활기와 속도감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콘셉트가 변화한 것도 원인이겠으나, ‘WANNABE’의 퍼포먼스 퀄리티로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던 것을 생각하면 있지에게 바라는 그 에너지 자체가 줄어든 건 사실이다. ‘퍼포먼스 강자’라는 영역을 꾸준히 지키고 싶다면 더 높은 퀄리티의 코레오와 그를 받쳐줄 음악이 다시 한번 필요하다. 계속해서 농도만 찔끔 조절하다보니 새로운 갈피가 잡히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습이다.


이미 데뷔 연차가 꽤 되었고, 멤버들도 점점 성숙해지는 나이가 되고 있기에 다시 한번 ‘달라달라’를 재연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하지만 거침없고 자신감이 넘치는, 당당한 있지의 이미지가 콘셉트 변화의 그늘에 가려 흐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들의 말마따나, 있지가 ‘굳이 뭔가 될 필요는 없’다. ‘그냥 나일 때 완벽’한 아티스트로 비춰지기 위해서는 JYP의 고민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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