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jinn jane, RM, 숀, 정예인 외
준9 : jeanjinn jane의 인지도는 아직 높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다운(Dvwn), dress, 글로잉독의 앨범에 송라이터이자 싱어로, 아이유, 백현, 카이, NCT의 곡에 송라이터로 참여한 그의 이력은 잠재력을 보증하고 있다. 포텐셜 가득한 jeanjinn jane의 첫 공식 싱글 ‘화약’은 근래 발표된 한국 알앤비 음악 가운데서 단연 두드러지는 얼터너티브 알앤비 트랙이다. 시작은 다소 앙상해 보인다. 어쿠스틱 기타 샘플과 저음이 강조된 킥 드럼 정도만으로 구성된 벌스는 소리적으로 빈 공간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금방 코러스에 진입하며 잔향 낀 스트링이 합쳐지는데, 이것이 아득한 공간감을 연출해내며 극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jeanjinn jane의 보컬은 비록 대단한 개성과 스킬을 보여주진 않지만 적절한 완급과 디자인 요소로서의 보컬 운용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의미심장한 가사 역시 곡의 매력을 살리는 중요한 요소다.
작편곡을 맡은 m/n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다운과 CHE의 앨범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해온 실력 있는 프로듀서다. 이번 싱글에서 역시 그의 역량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는데 특히나 곡의 도입과 말미에 사용된 엠비언스 사운드의 연출은 곡에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로 꼽힌다.
2분 50초의 짧은 길이임에도 불구하고 이 트랙은 강렬하다. jeanjinn jane의 기량과 에너지가 잔뜩 응축되어 있는 이 싱글이 앞으로 그의 커리어를 기대하게 만든다.
준9 : 4년 만의 솔로 작품이다. 정규라는 타이틀을 단 만큼 화려한 참여진을 자랑하는데, 첫 트랙부터 Erykah Badu가 목소리를 보태고 이어지는 곡에서 Anderson.Paak이 등장하더니 이후 타블로, 김사월, 폴 블랑코, 영국 R&B 싱어 Mahalia, 그리고 콜드, 조유진, 박지윤까지 개성 강한 멋진 뮤지션들이 그야말로 대거 출연한다.
이렇게 사공이 많은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RM은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다. 네오소울, funk, 힙합, 포크, 시티팝 등 다양한 장르에서 RM의 랩과 보컬은 크게 어색한 지점 없이 어울린다. 무엇보다 그가 앨범을 이끌어 나가는 힘은 가사에 있다. 현대 사회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의 고민과 성찰이 깊이 있게 다뤄진다. RM의 랩을 듣고 있으면 언뜻 에픽하이의 4집 앨범이 떠오른다. 그 시절 에픽하이가 보여주었던 음악적 깊이나 넓이를 흡수한 RM의 앨범에서 타블로의 랩이 등장하는 순간은 묘한 감흥을 주기도 한다.
물론 갸우뚱한 지점도 있다. ‘건망증’의 곡 배치가 이전 트랙의 흐름을 이어가기에 다소 돌출적으로 느껴지고, ‘All day’의 후렴이나 ‘Lonely’의 악기 구성에서 기성 BTS 곡이 연상되는 지점은 아쉽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indigo]는 장점이 더 많은 앨범임이 분명하다. 솔로 뮤지션 RM은 이 앨범을 통해 자기만의 깊이를 확보한 뮤지션으로 기억될 것이다.
동봄 : 이전의 그 구설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숀이 발매하는 작업물들은 꾸준하게 수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앨범에 본인의 이야기와 메시지를 담아내며, 그것을 바탕으로 곡의 사운드를 처음부터 끝까지 잘 빚어내고 괜찮은 탑라인도 뽑아내는 모습은 실로 멋진 아티스트의 모습이다.
첫 트랙 ‘Monsters’는 청량한 플럭 사운드를 바탕으로 벅찬 감성을 쌓아 올리다 마지막에 스트링으로 터뜨리는 좋은 구성을 보여주고 있는 일렉트로니카 장르의 곡이며, 이어지는 ‘Shooting Star’는 쟁글쟁글한 사운드와 뚜벅거리는 드럼 사운드가 중심이 되어, 숀 본인의 언어대로 드라이브할 때 어울릴 법한 곡이다. 마지막 트랙 ‘Swan Song’은 이 음반의 백미를 찍는 밴드 사운드의 곡인데, 마지막 코러스와 이후에 이어지는 기타 솔로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여전히 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지만, 잘 만들고 있으며 이번 앨범이 잘 만든 앨범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동봄 : 러블리즈의 음악을 전반적으로 꽤나 좋아했으나, 이들의 계약 만료 이후 각자의 솔로 활동에서는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그룹들이 각자 활동을 하게 되면 겪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형식을 러블리즈 역시 겪고 있는 셈이다. 이는 배우 중심의 기획사 써브라임으로 이적한 정예인도 마찬가지이다. 정예인은 올해 초 싱글 ‘Plus n Minus’을 발매하며 가수로서의 활동을 병행하려는 듯 보였으나, 같은 소속사의 예린이 그랬던 것처럼 큰 여파도 없었고 큰 감흥도 없었다. 배우로서도 가수로서도 활약이 없는, 애매함의 전형성이다.
지난 싱글에 비해 이번 싱글 ‘버스정류장’은 그나마 담백하고 아련한 음색을 어필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싱글 ‘Plus n Minus’는 그들이 나름 적당하다고 생각한 비트에 적당히 보컬을 디렉팅하여 적당히 발매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번 싱글 ‘버스정류장’은 그래도 헤이즈에게 곡을 받아, 보컬의 음색을 돋보일 수 있도록 신경을 쓴 듯한 느낌이 강하다. 적어도 아티스트로서 어필할 수 있는 무언가를 담아내긴 했으나, 그래서 정예인의 포지셔닝이 어떻게 되는지는 여전히 의문부호이다.
준9 : 나를 키운 건 8할이 네오소울이었다. 이런 고백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디앤젤로(D’angelo), 소울쿼리언스(Soulquarians)의 느낌을 훌륭하게 재현해낸 이 싱글을 듣고 덤덤할 수 없다.
곡의 구성은 그야말로 완벽하게 느껴진다. 드럼과 베이스가 만들어내는 절뚝이는 그루브 위에 리듬을 보충하는 EP와 기타. 보컬 하모니가 적당한 타이밍에 등장해 더욱 풍성한 바이브를 만들어주고, 무엇보다 잘 짜인 탑라인 멜로디와 그것을 구현하는 준수한 퍼포먼스. 벌스와 코러스 파트의 간극도 곡을 심심하지 않게 해주는 중요한 포인트다.
이렇게 좋은 곡을 만들 줄 아는 실력자 Devin Morrison은 ‘90년대 R&B 리바이벌’을 정체성으로 삼는 뮤지션이다. Masego와 함께한 싱글 ‘Yamz’, 국내 뮤지션 Crush, Sumin과 각각 작업했던 트랙들, 개인 정규앨범 [Bussin’]에서 그러한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90년대 R&B 음악에 향수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그의 음악이다. 더 많이 알려져야 하는 아티스트 중 하나.
동봄 : 스포티파이를 유유히 유영하다가 찾아낸 WurtS. 과장 좀 보태서 올해의 발견이라 말하고 싶을 만큼 이번 앨범을 좋게 들었다. [MOONRAKER]는 단순히 이전에 발매했던 싱글들을 뭉쳐 놓은 형식이긴 하지만 막상 뭉쳐 놓고 보니 코스요리라 해도 좋을 정도로 다양한 장르의 맛있는 곡들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가장 좋게 들었던 곡을 꼽으라고 해도 꼽지 못할 정도로 한 곡 한 곡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퓨처 하우스부터 칩튠까지, Vox부터 브라스 사운드까지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과연 알찬 앨범이다. 그러나 그만큼 수록곡 간의 장르적 유기성은 떨어진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더해서 각 곡들의 사운드적 존재감이 상당히 강한 편이라, 오히려 앨범의 제목이기도 한 ‘MOONRAKER’가 많이 뒤처져 보이는 감도 있다. 확실한 것은 이번 앨범을 이유로 항상 신보를 기다리는 아티스트가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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