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음악 시장의 현재

삼바와 보사노바는 잠시 넣어두겠습니다.

by 고멘트

아마 대다수가 영미권, 한국 또는 일본 정도가 전 세계 음악 시장을 주도하고 있을 거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의외로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사실 하나가 있다면, 브라질 음악 시장 역시 그에 미치지 않게 큰 규모를 자랑한다는 점이다. 2023년, 브라질은 세계 상위 10대 음악 시장에 이름을 올렸고, 총 음악 매출은 약 6억 4,1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약 18.7% 성장하였다. 전 세계 음악 시장 평균 성장률이 10% 초반인 점을 생각하면, 브라질 음악 시장의 성장 속도는 굉장히 빠른 편이다. 특히 스트리밍이 전체 음악 수익의 약 80%를 차지하는 독특한 구조 속에서 디지털 플랫폼에 최적화된 음악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브라질 음악 시장은 전 세계 스트리밍 가치 기준 7위로 평가되며, 이는 곧 한국, 미국, 영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음악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지금까지도 10명 중의 9명은 '브라질 음악'이라고 하면 MPB, 삼바, 보사노바 같은 전통적이고 클래식한 장르만을 떠올릴 것이라 생각한다. 혹은 제니의 'Like Jennie'나 ALLDAY PROJECT의 'Wikid' 같이 최근 케이팝에서 차용된 브라질리언 펑크 정도로만 접한 것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브라질 차트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차트를 통해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트릴 브라질 음악 시장의 현 상황을 직접 확인해보자.



** Billboard Brasil Hot 100, 스포티파이 Weekly Top Songs Brazil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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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차트 내 자국 음악의 비중이 압도적이라는 것이다. 차트를 몇 번만 스크롤 해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상위권은 브라질 아티스트의 곡으로 대부분 채워져 있다. 일반적으로 자국 음악과 글로벌 히트곡이 적절히 섞이는 다른 국가의 차트와 달리, 브라질 차트는 내수 시장이 독점하는 모습이다. 예컨대 남미에서 인기가 많다던 케이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글로벌 팝 역시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다. 그 대단한 Taylor Swift조차도 빌보드에선 23위, 스포티파이에선 53위에 머무는 정도이다. 이는 해외 히트곡이 SNS나 영화, 애니메이션 OST 등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차트에 진입하는 우리나라나 다양한 국가의 음악이 섞여 있는 빌보드, UK 차트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즉, 현재 브라질 음악 차트는 우리가 그간 익숙하게 봐왔던 자국 음악과 글로벌 히트곡이 합쳐진 형태가 아닌 내수 시장이 단단하게 설계된 상황이다.


다음으로 주목할 특징은 '라이브 음원(Ao Vivo)'이 강세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콘서트 ver.’, ‘페스티벌 ver.’과 같은 현장 라이브 음원은 팬서비스 성격의 부가 콘텐츠에 가깝지만, 브라질에서는 이러한 라이브 음원이 디지털 플랫폼 상위권에 오르며 정규 음원과 동일하게 소비된다. 공연의 생생한 현장감을 선호하는 성향이 시장 전반에 자리 잡은 것으로, 실제로 브라질의 일부 이용자들은 원곡보다 라이브 음원을 더 즐겨 듣는다는 보도가 있기도 했다. 2026년 1월 기준, 스포티파이 30위권 내에서 라이브 음원은 총 11곡을 차지하였다. 이러한 성향은 브라질 음악 산업의 수익 구조와도 연관되는데, 앞서 말했듯 브라질은 스트리밍이 전체 음악 산업 매출의 약 80% 이상을 차지하며 매년 20%가 넘는 증가율을 보인다. 반면, 실물 음반 매출은 전체 시장의 1~2%에 그치는 미미한 수준으로 다수의 국가가 '음원+음반+공연'이 균형을 이루는 수익 구조를 가진 것과 달리 브라질은 사실상 스트리밍이 전체 시장을 주도하는 셈이다. 때문에 브라질에서 음악은 '소장'보다 '경험'의 대상으로 소비되고, 이러한 환경 속에서 현장감이 고스란히 담긴 라이브 음원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이렇듯 브라질 음악 시장은 라이브 경험과 스트리밍 소비가 중심이 되는 구조로 움직인다. 그리고 이러한 소비 환경은 음악 제작 방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브라질 대중음악 씬의 마지막 특징으로는 아티스트보다 DJ와 프로듀서가 중심이 되는 제작 구조를 가졌다는 점이다. 가수가 곡을 이끄는 싱어송라이터형 구조가 아닌, DJ가 먼저 비트와 트랙을 만들고 이후 여러 보컬이 피처링으로 참여하는 형식의 콜라보가 일반적인 형태이다. 때문에 수많은 리믹스와 다양한 버전이 파생되고, 하나의 곡은 일회성으로 소비되기보다는 여러 형식으로 변모해 장기간 소비된다. 해당 방식은 스트리밍과 파티 문화가 결합된 브라질 환경과도 맞물리는데, 클럽이나 거리 파티, 지역 축제 등에서 DJ가 활용하는 비트 중심의 트랙이 현장에서 먼저 반응을 얻고, 이후 SNS와 스트리밍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Pedro Sampaio, Dennis DJ, DJ GBR처럼 프로듀서가 핵심적인 인물로 여겨지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음악 산업 구조 속에서 현재 브라질 사람들이 실제로 듣고 있는 음악은 무엇일까. 확실한 건 가장 클래식하다 여겨지는 보사노바나 삼바, MPB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빌보드와 스포티파이에선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전통 장르를 주력으로 하는 신인은 지속적으로 나올지라도 이들의 곡이 주류 씬에서 대중적으로 소비되진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자리는 현장에 최적화된 라이브형 음악과 강한 지역성을 지닌 로컬 팝이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funk carioca (펑크 카리오카)가 있다. 리우데자네이루를 중심으로 발전한 이 장르는 강한 베이스와 반복적인 비트, 단순하고 직관적인 훅으로 구성되어 클럽과 파티, 축제 현장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내기에 최적화된 장르이다. 현재 스포티파이에서 꾸준히 1위를 유지 중인 Mc Ryan SP & Mc GP의 'Nós Não É Migo'나 스포티파이와 빌보드에서 2위인 Pedro Sampaio의 'Jetski' 모두 펑크 카리오카 계열의 음악으로 해당 장르가 차트 상위권을 장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한 forro (포호) 역시 마찬가지다. 전통 악기인 아코디언과 타악기를 기반으로 하지만,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포호 팝'이나 '포호 전자음악' 버전들은 지역 축제나 페스티벌에서 인기를 얻으며 스트리밍으로 이어진다. 특히, 이 장르는 듣는 음악이라기보단 차트 상위권에 다수 분포된 현장형 음악인 라이브 음원과 직접적인 연관을 가진다. 다만, 펑크 카리오카나 세르타네주처럼 특정 히트곡이 차트를 장악하는 방식이라기 보다는, 다양하고 짧은 트랙이 라이브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소비되는 방식에 가깝기 때문에, 장르 자체의 누적 소비량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지만 단일 곡 단위로 차트에 진입하는 경우는 잘 없기도 하다. 그러나 차트 내 다수 분포된 라이브 음원들처럼 Grupo Fernandez의 ‘El Pelo Chino (Live)’와 같은 현장성 짙은 곡들이 상위권에 오르며 포호 계열의 음악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브라질 내수 시장을 단단히 지탱하는 또 하나의 장르, sertanejo (세르타네주)가 있다. 흔히 '브라질 컨트리'로 불리지만, 정서적으로는 가족, 사랑, 이별 등 보편적인 감정을 노래하는 한국의 발라드나 트로트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세르타네주는 대형 공연장과 지역 축제를 중심으로 폭넓은 대중성을 확보했고, 특히 ‘세르타네주 유니베르시타리오’라 불리며 브라질 내수 시장의 대표적인 팝 형태로 자리 잡아 차트에서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Henrique e Juliano, Diego & Victor Hugo와 같은 세르타네주 아티스트의 곡들도 빌보드 상위권에 꾸준히 진입하는 모습이다. 정리하면, 현장성이 강한 펑크 카리오카나 포호는 파티나 축제 문화와 직결되고, 세르타네주는 정서적 공감과 공연이 결합하며 꾸준한 소비로 이어진다. 이처럼 현재 브라질 대중음악 씬의 주류 장르들은 현장 인기를 기반으로 디지털 플랫폼에서 확산되고, 이후 차트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보이는 순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이 흐름은 브라질 음악 시장이 전체적으로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살펴본바, 브라질 음악 시장은 우리의 머릿속에 박혀있던 '삼바와 보사노바의 나라'라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다. 파티와 축제 열기가 생생히 담긴 펑크 카리오카나 포호, 감성적인 팝 형태의 세르타네주가 브라질 음악 시장의 기둥이 된 지금이다. 뿐만 아니라 자국 음악이 차트를 점령하고, 라이브 음원이 활발히 소비되며, DJ와 프로듀서 중심의 협업 구조가 산업 전반을 이끌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흐름의 중심에는 스트리밍이 있다. 때문에 앞으로의 브라질 음악 시장은 해외 곡이 유입되어 새로운 지형을 펼치기보다는, 강력한 내수 음악이 스트리밍과 SNS를 통해 해외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케이팝과 월드뮤직 씬이 브라질과 라틴 씬을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DJ 중심 제작, 리믹스와 피처링, 콜라보의 확산과 같은 방식은 현대 음악 산업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시장의 특성을 활용하여 해외 프로모션을 전략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투모로우바이투게터와 Anitta가 콜라보한 ‘Back for More (with Anitta)’가 대표적인 사례다. 기존 팀의 팝적인 색채에 브라질 펑크 리듬을 자연스럽게 결합하며 현지와 국내 모두 친숙한 사운드를 제시했고, 그 결과 케이팝 그룹 곡으로는 이례적으로 브라질 차트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반면, NMIXX와 Pabllo Vittar와 함께한 ‘MEXE’는 화제성 있는 조합에도 불구하고, 음악적 정체성을 희석하며 그저 '클럽, 신나는 음악'에만 초점을 두어 파급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현지에서 적극적으로 소비되는 리듬을 활용하여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다면, NMIXX는 단순히 '클럽 사운드'라는 요소만으로 승부를 봤기에 기대 이하의 반응을 끌어낸 것이다. 단순히 브라질이라고 하여 라틴이나 신나는 정도로만 생각하지 말고, 브라질만의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하다. 결국 성패를 가르는 건 '누구와 하느냐'가 아닌 '어떻게 섞이느냐'인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완성된 케이팝을 브라질 시장에 수출하는 것보단, 현지 DJ 및 프로듀서와의 제작과 콜라보, 그리고 세르타네주의 직관적인 멜로디라거나 펑크 카리오카나 포호처럼 현장성을 반영한 음악적 전략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by. 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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