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2년 연말결산 ④)

태연, GongGongGoo009, 윤하, Kirara 외

by 고멘트

"잘하는 가수와 잘하는 회사가 진짜 잘했을 때"


1. 태연 (TAEYEON) – ‘INV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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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 Voice]와 [Purpose] 모두 훌륭한 음반이었지만, 타이틀 곡의 역할이 돋보이지는 않았다. ‘INVU’는 다르다. 정규 3집 음반의 큰 주제를 담고,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끌며 가장 중요하게 기능한다.


유행도 레트로도 아닌 묘한 사운드와, 상대를 사랑하다 못해 질투에 이르는 감정, 달을 연상시키는 실버 콘셉트의 스타일링, 아르테미스를 모티브로 한 감각적인 뮤직비디오 등 음악을 구성하는 다양한 영역에서 부족한 부분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소 심심할 수 있는 멜로디에도 곡이 다이나믹하게 느껴지는 것은 전적으로 태연이라는 보컬리스트의 역량 덕이다. 가사마다 발음이나 소리를 풀어내는 방식이 다양하고, 고음 처리도 곡의 구조에 따라 다르게 표현한다. 또한 가창자 본인의 몰입감이 뛰어나기 때문에,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상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준다.


‘만약에’, ‘I’, ‘사계’, 그리고 ‘INVU’를 거치며 ‘태연’하면 떠오르는 아티스트 이미지를 꾸준히 변화시키고 있다. 그 독특한 방식은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졌고, 아티스트로서의 입지를 더욱 단단하게, 또 다채롭게 만들고 있다.


그 외

(여자)아이들 – ‘TOMBOY’

윤하 – ‘사건의 지평선’

Billlie – ‘GingaMingaYo (the strange world)’

NewJeans – ‘Attention’

NewJeans – ‘Hype Boy’

아이브(IVE) – ‘LOVE DIVE’

권은비 – ‘Glitch’

Crush - Rush Hour (Feat. j-hope of BTS)





"불안정하지만 완전한"


2. GongGongGoo009 –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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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 : 올해 3월 믹스테이프 [회색 단지]로 많은 힙합 팬에게 이름을 알리고, 유명 아티스트들에게 샤라웃을 받으며 새로운 루키로 떠오르던 009(이하 공공구)가 4년 만에 앨범을 들고 나타났다. [회색단지]를 만들 때는 화나 있는 상태였고, [ㅠㅠ]를 만들 때는 슬프고 힘들었다는 009의 말처럼 [ㅠㅠ]는 마치 슬픈 날 적어 내린 일기장 같은 가사와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앨범이다.


타이틀곡인 ‘ㅠㅠ’는 여러 장치가 감정을 들끓게 만드는 역할을 잘한 앨범이다. 009의 가사와 받쳐주는 보코더의 활용, 연인과 대화하는 혹은 뉴스의 소식과 같은 엠비언스, 그로테스크하면서 청자들의 감정을 몰아세우는 션만(SYUNMAN)과 허키 시바세키(hukky shibaseki)의 프로듀싱까지 모든 장치가 서사를 만들어내며 009의 불안정하면서도 완전한 감정을 표현해내는 음악을 만들어냈다.


22년의 국내 힙합 음악을 되돌아본다면 트랩의 여전한 강세와 드릴의 부흥이 인상 깊었고 좋은 곡과 앨범들이 많이 나왔지만, 어지러운 자신의 감정을 담백하게 풀어놓은 009의 ‘ㅠㅠ’ 역시 감히 올해의 국내 힙합 음악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역주행 때문에 뽑은 거 아님"


3. 윤하 - [YOUNHA 6th Album Repackage 'END THEORY : Final E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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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만족스러운 사이즈와 완성도의 정규 앨범을 발매해 온 아티스트 윤하다. 여섯 번째 정규 앨범 'END THEROY'는 윤하의 무거운 고민과 생각을 담았지만, 어렵지 않게 풀어내 깔끔했다.


전작이 아닌 리패키지를 더 고평가하게 되는 두 가지 이유는, ‘사건의 지평선’의 존재와, ‘정규 앨범에 대한 성의’ 때문이다. 사실상 전작과 동일한 앨범이나 다름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데, 신곡 세 곡을 추가하며 트랙을 전면 재배치했고, 듣는 순서가 달라지니 감상의 흐름도 변한다. 인트로였던 ‘P.R.R.W’는 음반의 중심에서 흐름을 무게감 있게 바꾸어 내고, 엔딩이었던 ‘Savior’ 대신에 ‘잘 지내’를 배치하면서 이 이야기의 결말이자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을 전한다.


‘끝 이론’이라는 거창한 천문학적 세계관과 생소한 어휘와 개념, 다양한 장르를 가지고 노래했지만, 모든 곡들은 결국 한 메시지로 귀결된다. '윤하, 그리고 당신을 응원한다.'


그 외

태연 – [INVU - The 3rd Album]

NCT DREAM – [Beatbox - The 2nd Album Repackage]

NewJeans – [NewJeans 1st EP 'New Jeans']

이찬혁 – [ERROR]

Glen Check – [Bleach]

woo!ah! – [JOY]

키 (KEY) – [Gasoline - The 2nd Album]

LUCY – [Childhood]





"그들만이 전할 수 있고 답할 수 있는 메시지"


4. Kirara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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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 : ‘그냥 댄스 음악이니까, 재밌게 들어주세요.’로 시작하는 Kirara의 [4] 앨범의 첫 트랙은 Kirara가 음악을 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성소수자들에게 무관심하며 차가운 사회의 시선을 담대하게 얘기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앨범 [4]는 아이러니함을 가장 잘 나타낸 앨범이라 칭하고 싶다. 댄스 음악에 어울리지 않는 참변, 손실, 규탄, 사별과 같은 단어들을 제목으로 정한 것과 노이즈가 낀 강하고 날카로운 사운드의 진행 중 나오는 갑자기 나오는 sin파형 리드와 나레이션 같은 음악적 장치들이 [4]의 메시지를 더 강하고 의미있게 전달하고 있다.


재밌게 들어달라는 말처럼 앨범의 처음은 일반적인 전자음악의 앨범처럼 느껴지지만 앨범의 후반부로 갈수록 마치 그라데이션처럼 Kirara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깨닫게 되는 앨범이다. Kirara가 전하는 메시지에 답장을 건네기란 어렵고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의미를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답장만큼 소중할 것이라 생각한다.





"고백? 선언? 위로? 감사합니다."


5. Taylor Swift– ‘Anti-Hero’

: Taylor Swift라는 프로듀서의 커다란 한 발자국이다. 성숙해진 나이와 연차만큼이나 음악의 깊이 또한 달라졌다. 이지 팝과 어쿠스틱, 전자음악의 이모저모를 모두 들려주면서도, 보컬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내며 가창자로서의 역할도 완벽하게 수행한다.


사생활이나 개인적인 불안을 털어놓기도 하고, 자신에게 닥친 문제와 위기들이 결국 바로 자신 때문에 초래되었다고 고백하며 그의 작품 중 가장 그의 내면을 비춘다. 뮤직비디오의 각본과 연출에도 직접 참여했을 만큼, 이 곡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자신을 ‘문제 (Problem)’이라고 결론짓는 이 우울한 전개에도 곡이 루즈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누구나 갖고 있는 마음속의 어둡고 약한 부분을 건드리니, 느긋해진 마음이 결국 이 곡을 품게 만들어 버린다.





"Queen"


6. Beyonce – ‘Break My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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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 : 팝의 여왕이 누구냐고 한다면 음악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누구나 단연코 비욘세를 가리킬 것이다. 수많은 신인 아티스트들과 항상 여왕의 자를 넘보는 관록 있는 아티스트들에게 ‘Break My Soul’의 앨범 [Renaissance]는 자리를 넘보지 말라는 경고를 하면서 본인의 위치를 보여주는 앨범이라 칭하고 싶다. [Dangerously In Love]부터 많은 평론가들이 무결점 앨범이라 얘기한 [Lemonade]까지 여왕이 되기 위한 과정이었다면 [Renaissance]는 여왕의 대관식을 축하하기 위한 음악이 아닐까 싶다.


[Renaissance]의 타이틀곡 ‘Break My Soul’은 비욘세가 돌아왔다! 도 있겠지만 하우스가 돌아왔다! 라고 얘기하고 싶다. 최근 디스코와 펑크 음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음악시장에 전자음악과 댄스음악의 한 시대를 점유했던 하우스를 사용하면서 기나긴 코로나 시대의 끝, 나아가 침체되어있던 클럽과 공연업에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앨범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Break My Soul’의 앨범인 [Renaissance]은 어떤 곡이 타이틀인지 헷갈릴 정도로 높은 퀄리티를 가진 앨범이다. 수록된 곡들의 흐름은 62분짜리 기승전결이 완벽한 음악을 듣는 것처럼 배치가 되어있으며 전 수록곡 차트 진입이라는 기록을 세울 만큼 곡마다의 퀄리티 또한 훌륭한 앨범이다.


2023년에는 하우스와 같은 전자음악들을 비욘세와 같은 아티스트의 음악들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돌아오길 고대해 본다.





"그래, 우리 때 스타가 이 정도지"


7. Avril Lavigne(에이브릴 라빈) – [Love S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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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반기 결산으로 이 앨범을 꼽은 후, 다른 아티스트의 작품들도 기대했지만, [Love Sux] 만큼 본인을 신나게 하는 앨범은 없었다.


에이브릴라빈의 성공적인 귀환에도 큰 의미가 있으며, 모두가 그리워할 때쯤 나타나주었다는 점에서 최고의 타이밍이라 말하고 싶다. 주 무기를 다시 꺼내 들었는데 그 타이밍이 레트로와 트렌드의 절묘한 만남인 것도 포인트. 나의 티네이지 슈퍼스타가 돌아온 것만으로도 들어볼 가치가 충분한데, 대놓고 ‘내가 예전에 하던 거 보여줄게’라고 하니, 안 넘어갈 수 없다.


의도했는지, 얻어걸린 건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녀의 귀환은 기다리던 팬들을 기쁘게 했고, 음악적인 만족감까지 채워주었다. 부담감을 떨쳐낸 티네이지 슈퍼스타는 ‘추억 보정’이라는 아이템 하나만 제대로 이용해도, 이렇게나 매력적인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전자음악씬의 특급 유망주"


8. Sam Gallaitry – [VF VOL II]

페페 : 나무위키에도 정보가 없는 현 전자음악 시장의 유망주 가장 기대되는 아티스트 Sam Gallaitry가 9월에 발표한 [VF VOL II]이다. Daft Punk로부터 받은 영감과 French House, Nu Disco, Future Trap의 장르를 한데 모아 Sam Gallaitry가 본인의 음악으로 재정립한 앨범이다. 앨범만을 들었을 때는 정말 잘 만든 좋은 앨범이지만 이전 Sam Gallaitry의 음악을 들은 나는 [VF VOL II]는 성장통과 같은 앨범이라 얘기하고 싶다. 전자음악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작년 [DUO]에 비해 팝적인 요소를 더 가미시켜 자신이 할 수 있는 음악의 풀을 보여주는 앨범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하지만 이번 앨범을 통해 Sam Gallaitry의 약점 또한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바로 보컬의 활용이다. 아직 보컬의 진행되는 라인이 멜로디와 음악의 소스 그 경계를 명확하게 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아티스트만의 색깔이라면 할 말이 없겠지만 더 좋은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약점을 보완한 곡 역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Sam Gallaitry는 내년에는 또 얼마나 더 성장한 앨범을 보여줄지 기대할만한 아티스트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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