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3년 1월 2주)

문빈&산하, 짙은, xooos, Belle and Sebastian 외

by 고멘트

“무색무취”


1. 문빈&산하(ASTRO) – [INCENSE]

최크롬 : 문빈과 산하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콘셉트로 구성된 조합이지만, 늘 음악적으로는 과감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INCENSE] 또한 그러한데, 향이라는 뜻의 제목이 무색하게 평범함을 자랑한다. 첫 트랙인 ‘Perfumer’에서는 영어 가사와 공간감 있는 R&B 조합으로 당차게 운을 띄웠지만 타이틀 ‘Madness’부터 다시 ‘치명적인’ 드랍을 전개하는 EDM 범벅의 케이팝 넘버로 돌아간다. 차라리 Sub Urban과 같은 다크팝을 연상시켰던 지난 앨범의 ‘WHO’처럼 더 개성 강한 무드였으면 나았을까 싶다. 수록곡 또한 개별적으로는 무난하나 개인곡의 진지함과 후반의 발랄함을 거치면서 1번 트랙에서 잡아놓았던 앨범의 일관성을 무너뜨린다. 물론 이 또한 다양함이라는 형용사로 포장할 수 있겠으나, 이러한 산만한 트랙 구성은 그룹의 정체성에 의문을 던지게 만든다. 재미있는 시도를 할 수 있는 유닛임에도 불구하고 무색무취로 귀결되어 아쉬운 앨범이다.





"아직 겨울에 머물고픈 당신에게."


2. 짙은 - [겨울]

frank : 계절에서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다. 예컨대 겨울의 차가움에는 고독과 그리움이라는 키워드가 항상 따라붙고, 그 감정이 뻔한 줄 알면서도 한껏 빠져들고 싶은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다. 그리고 나는 보통 그런 이들에게 ‘짙은’의 음악을 권하곤 한다.


‘짙은’의 보컬은 덤덤하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감정으로 그저 읊조리듯 노래한다. 이는 [여름]부터 이어져 온 계절 시리즈 3번째 앨범인 [겨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1번 트랙 ‘Stay’의 <돌아오지 못할 청춘의 밤 꽃은 지고 등불이 꺼지네>, ‘차가운 겨울날’에서 <하지만 넌 나를 다시 영원 속에서 찾아낼 거야. 이 계절이 우릴 데려오는 이 틈에 또다시 빛나고 있을 테니>처럼 아픈 노랫말을 말하듯 덤덤하게 부를 뿐이다. 그리고 그 덤덤함 뒤에 쉽사리 말할 수 없는 큰 상처가 숨겨진 듯 느껴져, 오히려 더 아프고 쓸쓸하게 느껴진다. 짙은 만큼 이 미묘한 감정의 선을 잘 표현하는 보컬리스트를 나는 좀처럼 찾지 못하겠다.





"커버 유튜버의 한계와 가능성"


3. xooos (수스) – ‘Naked’

최크롬 : 커버 유튜버로서 화려한 이력을 보유한 수스의 데뷔 싱글이다. 사실 커버 유튜버의 인기가 본인의 오리지널 음원, 그중에서도 국내 시장에 그대로 반영되기는 어려운데, 이는 세계구급 인지도를 가진 제이플라도 마찬가지다(커버곡으로 낸 음원만 인기 있음). 적지 않은 팔로워를 가진 라온이나 옐로 또한 같은 사정이다. 따라서 커버 유튜버에 있어 국내 인지도 지분은 매우 적다고 봐도 마땅하다.


그러나 수스의 첫출발은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싶다. 힙합 기반 레이블인 웨이비에 입단한 점도 그렇고, ‘Naked’는 기존 콘텐츠에서 보여주었던 팝적인 요소를 피해 리브랜딩되었다는 인상이 크다. 미니멀한 R&B계열의 트랙과 수스의 청아한 보컬 톤은 나름의 시너지를 만들어냈고, 후렴구에서 툭 던지는 챈트 부분은 다소 비장하게 보일 수 있는 곡의 이미지에 캐치함을 더해주었다. 어떻게 보면 트랙적으로는 반전을 주고 보컬적으로는 기존의 장점을 잘 취해간 셈이다. 나아가 이번 싱글은 유튜브 커버 시장과 음원 시장의 구분이 필요하다는 좋은 예시일지도. ‘유튜버’가 아닌 ‘아티스트’ 수스는 이제 겨우 한 발짝을 내디뎠다.





"그들은 무엇을 개척하려 했는가."


4. Belle and Sebastian – [Late Developers]

frank : 레전드가 돌아왔다! 다소 실망스러운 신보와 함께.. 일단 너무나 밝고 경쾌한 톤앤무드에서 고개를 살짝 갸우뚱했고, ‘I Don’t Know What You See In Me’ 같은 트랙은 팝의 색채가 너무 강해 정말 Belle and Sebastian이 맞나 낯설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밴드의 쿨한 무드와 사운드는 온데간데없고, 흔히 볼 수 있는 팝 록 밴드 중 하나가 돼버린 느낌이었다. 여러 커뮤니티에서 언급되고 있듯 프로덕션과 보컬 퍼포먼스도 아쉬웠다. 오랜 시간 기다려 온 팬들에게는 큰 실망을 안겨준 작품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이제 말미에 접어든 밴드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더듬더듬 찾는 느낌도 든다. 유로 팝 사운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무드의 곡으로 채웠고, 그 시도는 8/9번 트랙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물론 그 변화가 그리 효과적이진 못했기에, 올드팬들은 <When the Cynics Stare Back From the Wall> 같은 트랙이 더욱 반가웠으리라 생각한다. 애정하는 밴드의 여러모로 아쉬웠던 작품. 다음번엔 좀 더 기쁘게 놀랄 수 있는 앨범으로 돌아와 주기를 바란다. 그게 언제가 될 진 몰라도.





"음악으로 남기는 기억"


5. Jonah Yano – ‘song about the family house’

frank : 매력적인 음색과 시적인 가사로 인디 씬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Jonah Yano의 신곡. 이번 곡에는 조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는데, 그가 자신의 SNS를 통해 밝혔듯 캐나다에 계신 조부모님이 치매에 걸리셨고 이를 계기로 그들의 삶을 곡에 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곡은 어쿠스틱 기타와 그의 목소리만으로 단출하게 진행되지만, 그가 차분하고 진지한 태도로 과거를 돌아보려 한다는 느낌이다. 현재 조부모님의 모습을 담은 영상 위로 과거 사진이 나열되는 M/V 또한 잔잔한 슬픔 가운데 그들에 대한 사랑의 시선이 함께 느껴진다. 아무래도 그가 처음 일본에서 캐나다로 이주했을 때부터 성장해 온 공간이 조부모님의 집이었기에, 그들의 모습을 통해 Jonah Yano 본인의 뿌리를 돌아보는 시간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중요한 건, 근래 들었던 음악 중 가장 아름다운 사랑 노래라는 사실.





"제이팝 뱅어는 작은 아이디어로부터"


6. OFFICIAL HIGE DANDISM – ‘White Noise’

최크롬 : 오피셜히게단디즘의 가장 큰 매력은 약간은 과한 듯 이리저리 흘러가지만, 필요한 부분에서 클리셰적인 부분(대중성)도 충족시켜주는 보컬 멜로디라고 생각한다. 뻔할 것 같아도 늘 좋은 라인을 구사하는 점은 보컬/피아노 포지션 후지하라 사토시의 폭넓은 음역대 때문이지 않을까. 이처럼 언뜻 히게단디즘의 브랜드 색깔은 보컬 쪽에 치우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운드에도 매번 소박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White Noise’는 사이키델릭한 스트링 간주를 메인 테마로 삼고 있지만, 벌스와 후렴구, 코드진행은 무척이나 정직하고 청량하다. 특히 앞서 말한 클리셰적인 멜로디가 많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환기시켜주는 스트링의 역할은 생각보다 크다. 편안하지만 질리지 않게 작은 부분에도 톡톡히 재미를 주는 부분 또한 바로 히게단디즘의 인기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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