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3년 1월 3주)

H1-KEY, NewJeans, 별, Macklemore 외

by 고멘트

"삭막한 아이돌 경쟁 속에 피어난 하이키"


1. H1-KEY (하이키) - [Rose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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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옹 : 최근 띵곡으로 떠오르는 화제의 곡의 주인공, H1-KEY (하이키). 이제 막 데뷔 1주년을 맞이한 하이키는 이전의 ‘ATHLETIC GIRL’이나 ‘RUN’에서 강조하던 스포티함과 건강미에서 벗어나 새로운 느낌의 곡으로 컴백했다. 이번 타이틀곡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Rose Blossom)’는 2세대 케이팝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곡이다. 특히나 코러스 들어가기 전에 나오는 에어혼 소리가 그때 그 음악을 연상시킨다. 최근 북미에 먹힐 세련된 음악을 고수하는 케이팝 씬에서 이런 감성은 흔치 않다. 뽕삘을 담은 케이팝으로 현재 활동 중인 걸그룹은 스테이씨와 브레이브걸스정도 그 예로 볼 수 있겠다. 하이키가 그다음 주자가 되었다.


이번 신곡이 화제가 된 또 다른 요인은 작가진이다. 이전 싱글부터 JYP 작가들의 곡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특히나 데이식스(DAY6)의 영케이(Young K)가 작사하고 데이식스 전담 홍지상 작가가 프로듀싱했다. 담백하면서도 벅차오르는 멜로디와 희망적인 메시지는 데이식스 음악에서 느낄 수 있던 감성이기도 하다. 선배 영케이의 작사는 신인 걸그룹 하이키에게 험난한 연예계에서 악착같이 살아남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아 노래에 새로운 서사를 부여해준다.


수록곡 중 ‘Crown Jewel (Feat. Tachaya)’는 트랩 비트에 오리엔탈 사운드를 입힌 곡으로 하이키의 새로운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케이팝에서 동양풍 음악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지만, 이 곡은 국악기와 태국 전통악기를 혼용하여 새로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하이키는 차별화된 음악과 포지셔닝으로 컴백했지만, 다른 걸그룹의 음악과 비교했을 때 어쩔 수 없이 촌스러움을 지우기 힘들다. 하지만 예전 케이팝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그 의미는 충분했다. 가사 내용대로 험난한 경쟁 속에서 화려하게 피어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중소의 기적은 일어날 것인지 기대된다.





"ONE & ONLY"


2. NewJeans – ‘O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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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실베실 : 저번 앨범에서 ‘Cookie’를 맡았던 FRNK가 다시 한번 총대를 멘 작품이다. 볼티모어 클럽이라는 한국에서는 아직 마이너한 장르를 차용해와 화제가 됐던 ‘Ditto’와 달리 Trap과 UK Garage 장르를 사용한 음악인데, 그렇기에 오히려 뉴진스의 강점은 단지 “신선함”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증명을 한 셈이 아닐까 싶다. 다른 케이팝과 달리 랩 파트도 없고, 강박적인 리듬 변환과 킬링 벌스들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작품을 감싸고 있는 아우라는 순간의 임팩트보다는 하나의 작품으로의 완성도이다. 물론 케이팝의 타이틀 곡으로서 어딘가 밋밋하다는 일부 사람들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현재 세계적인 팝의 트렌드를 고려했을 때에, 그리고 음악 씬의 생태계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MSG 가득 친 음악보다는 이런 무해하고 건전한 음악 또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사실에도 큰 의의를 가진다. 마냥 심심하게 들리는 사람들은 노래의 더블링을 한 번 집중해서 들어 보기를 권한다. 현재 작법과 전혀 다른 코러스 운용은 “왜 뉴진스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훌륭한 대답이다.





"Welcome Back"


3. 별 - [Startr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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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실베실 : 요 몇 년간 눈에 띄는 활동이 없었기에 큰 기대가 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사실 활동 당시에도 음악적으로 뛰어난 인상도 아니었고, 소속사가 Quan인 만큼 발라드 프로덕션에 있어서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감도 있었다. 그러나 분명 이번 앨범은 이런 내 편견을 불식시켜 주기엔 충분했다.


앨범은 눈에 띄는 고음이나 작위적인 전개 없이 진행해 나가는 정통 발라드에 가깝다. 가장 인상 깊은 점은 이러한 곡들을 지루하지 않게 묶은 앨범의 유기성이다. ‘달’과 ‘노래’ 같이 잔잔하고 미니멀한 트랙 뒤에는 ‘오후’와 같은 상대적으로 극적인 곡을 배치하고, 그 후에 다시 기타 위주의 트랙 ‘Imagine’과 ‘알 수 없지만’이 가장 R&B에 가까운 타이틀 곡 ‘You’re’의 전후에 배치된 것이 그 예시이다. 별의 보컬이 그 사이에서 유연하게 중심을 잡아준다는 느낌은 받지 않지만 그래도 곡의 느낌을 저해할 만큼은 아니다.


크레딧 적으로도 공을 들인 것이 티가 나는 앨범이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영준을 비롯해 죠지, 권영찬, 장들레, 정석원 등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이 앨범은 별에게 하여금 “나 아직 죽지 않았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괜찮은 앨범을 만들어냈다. 이 정도 퀄리티의 컴백은 언제나 환영이다. 그 앨범이 현재 기근인 발라드 장르라면 더더욱.





"12년 전에는 너가 Hero였는데…"


4. Macklemore - ‘HER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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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실베실 : 최근 몇 년간 이후 꾸준하게 싱글을 발매해왔으나 지난 12~13년의 영광을 다시 한번 되찾기에는 요원해 보이던 그였다. 단지 상업적 성공이 문제가 아니라 그의 음악을 들어주던 몇 안 남은 리스너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영 좋지 못했다는 것이 크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곡이 힙합이라기보다는 팝 장르에 가까운 노래들인데 그렇다고 코러스가 캐치한 것도 아니었고, 랩 퍼포먼스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딱 잘라 말해서 10년 전 그때 그 음악의 열화판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약 12년이라는 세월이 지날 동안 그의 랩 커리어하이가 여전히 ‘Can’t Hold Us’라는 것은 분명히 암울한 사실이다.


그래도 서서히 랩의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걸까? 저번 싱글 ‘FAITHFUL’은 미니멀한 비트에서 코러스 없이 NLE Choppa와 함께 랩으로만 풀어 나갔고, 이번에 공개한 싱글 ‘HEROES’는 DJ Premier와 함께 샘플링 가득한 정통 Boombap을 택했다. 물론 랩 퍼포먼스는 아직도 만족스럽진 않다. ‘Can’t Hold Us’를 넘을 랩은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 또 곧 발매한다는 정규 앨범 [BEN]의 트랙리스트에는 이런 최근의 힙합 넘버와 예전에 공개했던 팝 넘버 싱글들이 마구잡이로 섞여 있다는 사실은 또 그의 미래를 지독히 암울하게 만든다. 안 들어도 잡탕이 될 게 뻔하기에 정규 앨범의 기대감이 단 하나도 생기지 않는다.


그래도 과거의 영광에 갇혀 되도 않는 팝 랩을 할 때보다는 한 단계 발전했다는 사실에 박수를.





"불사조 같은 팝스타"


5. Miley Cyrus - ‘Flo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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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옹 : 감탄과 실망이 난무하던 마일리 사이러스의 음악 커리어에서 새로운 반향을 일으킬 리드 싱글 ‘Flowers’이 발매됐다. 음악 자체는 리드미컬한 베이스와 호소력 짙은 음색을 제외하고는 큰 특징이 없다. 튀지도 않고, 심심하지도 않은 정도의 디스코풍 댄스 팝 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기교 없이 그녀의 음색 하나로 먹혀 들어가는 곡이기도 하다. 현지 국민 노래 ‘When I Was Your Man’을 샘플링하면서 익숙하면서도 뻔하지 않게 확연히 다른 느낌을 주었다. 애절한 원곡의 보컬과 가사에 반해, 마일리의 곡은 덤덤한 보컬에 자기애 넘치는 가사이다. 뮤직비디오에는 넓은 집에서 마일리 혼자 춤추는 모습이 나오는데, 현실적인 화려한 솔로의 모습을 보여준 듯하다.


마일리 사이러스는 여태 여러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며 다양한 도전을 해왔다. 하이틴 스타 시절부터 계속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에게 어울리는 혹은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 탐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주 빌보드 차트 HOT100 1위를 약 10년 만에 꿰차면서, 불사조처럼 계속해서 수면 위로 떠오르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리드 싱글 ‘Flowers’는 아직 죽지 않은 팝스타 마일리의 새로운 앨범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키기에 충분하다.





"나만 알고 싶은 싱어송라이터"


6. Stacey Ryan – [Over To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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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옹 : 새로 발매된 ‘Over Tonight’는 하얀색의 다크팝이 존재한다면 이 곡이 아닐까 싶다. 깨끗하고 따뜻한 그녀의 음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관능적인 알앤비 곡이 탄생했다. 기존의 착한 스테이시 라이언 음악에서 벗어나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작년 상반기에 발매된 ‘Fall In Love Alone’도 수록되어 있다. 이 곡은 틱톡 바이럴로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다양한 버전과 피처링으로 싱글로 5번이나 발매됐는데 또 수록됐다. 하지만 상행하는 코드 진행과 그녀의 탑라인은 계속 들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곡이다. 그녀는 음악이나 패션이나 특별히 꾸미지 않고 음악성 하나로 승부를 보는 싱어송라이터의 정석이다. 다양한 악기 사용 외에도, 그녀만의 독창적인 작곡 능력이 돋보인다. 그녀의 멜로디는 하나의 악기처럼 풍성하게 듣는 이를 만족시킨다. 스테이시 라이언은 아직 싱글 몇 장이 전부인 루키지만, 짧은 시일 내에 떡상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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