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멘트 Jan 21. 2023

삶을 나누다 : 김진호 콘서트 <듣는 사진전>


대부분의 대중음악 공연이나 콘서트는 정해진 스크립트나 순서에 따라 가수의 음악을 감상하고 준비된 VOD를 시청하는 등 대체로 획일화되어있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공연마다 특별한 주제나 형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왕왕 존재한다. 여기 자신의 공연에서 자신의 삶을 특별한 방법으로 팬과 나누는 가수가 있다. 지난 12월 말에 진행된 김진호의 콘서트 <듣는 사진전>이 그렇다.


노들섬 라이브하우스 입구


콘서트는 노들섬 라이브하우스에서 진행되었다. 공연 이전에 큼직한 콘크리트 경기장이나 건물이 아닌 한강 위의 고즈넉하고 탁 트인 공간을 먼저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특히 저녁 시간 대의 공연이었던지라 노을 지고 있는 하늘이 공연 이전에 감성을 복 돋아주는 듯했다. 더해서 버스 정류장이 바로 공연장 바로 앞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많이 걸을 일이 없어 접근성도 나쁘지 않았다.


엽서 (좌), 로비 (우)


<듣는 사진전>이라는 공감각적 제목에서 이번 공연의 주제와 형식을 대강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이를 강조하려는 듯 매표소에서는 표와 함께 김진호의 사진으로 만든 엽서를 나눠주었고, 대기하는 로비에는 김진호의 어린 시절을 오려 놓은 패널과 동요가 쉴 새 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공연 시작 전


무대와의 거리가 가깝기도 했지만 공연장 자체의 크기가 크지 않기도 해서 비교적 원활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공연은 사진에 보이는 스크린을 통해 김진호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 장씩 같이 보면서 숨겨진 이야기를 나누고 그 이야기에 맞는 자신의 곡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탄생부터 결혼에 이르는 자신의 삶을 ‘도착’부터 ‘결혼사진’의 이르는 곡들로 요약해냈다. 특히 공연의 마지막 즈음에 공개된 자신의 결혼사진은 관객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전반적인 곡들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다고 느꼈는데, 바이올린 두 대와 비올라 한 대, 첼로 한 대로 구성된 현악기들이 큰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잔잔한 분위기가 주를 이루는 ‘도착’이나 ‘친구에게’ 등의 곡에서 가장 돋보였다. 편곡에서 스트링의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것이 음악의 깊이와 함께 공연의 주제와도 잘 어울렸다는 생각이다.


콘서트를 관람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게스트로 자신의 친구들을 초대했다는 것이다. 대체로 가수의 콘서트에는 가수의 휴식이나 기타 정돈을 위해 동료 가수를 초대해 잠시 무대를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듣는 사진전>에서 김진호는 동료 가수가 아닌 스크린에 띄워진 사진 속 일반인 친구들을 초대해서 함께 ‘사람들’을 부르는 무대를 선보였다. 서투른 친구들의 목소리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김진호의 사람됨을 잠시 엿볼 수 있는 순간이라 기억에 오래 남았다.


후일담으로 김진호는 이번 공연의 연출부터 출연까지 노개런티로 진행하였다고 전해진다. 코로나 동안 진행되지 못했던 공연들로 출연진과 제작진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그렇다고 한다. 따뜻한 공연 내용에 더불어 여담까지 그러한 말이 들려와, 기억에 더 좋게 남는 공연이 된 것 같다.





By 동봄


매거진의 이전글 케이팝 덕질 트렌드 돌아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