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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Feb 04. 2023

위대한 뮤지션과 그들이 입은 것들

패션 아이콘으로서의 록스타를 돌아보며

1.

    이지부스트, NOCTA, 스캇x조던. 뮤지션과 패션 브랜드의 협업은 오늘날 매우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되었다. 그리고 앞서 나열한 협업의 주인공들 칸예 웨스트, 트래비스 스캇, 드레이크처럼 현 패션씬의 최전선에서 트렌드를 이끄는 주인공은 힙합 뮤지션들이다. 그렇다면 그 이전에는?


    1960년대 비틀즈의 매니저 브라이언 앱스타인은 멤버들에게 딱 달라붙는 슈트와 타이를 입히고 바가지 머리를 하도록 스타일링해 전 세계적으로 ‘모조 록’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타이트한 흰색 탱크톱과 레더 팬츠를 입고 무심하게 아디다스 스니커즈를 신은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모습은 그의 압도적인 보컬 능력만큼이나 사람들의 머릿속에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다. 그런 그들을 우리는 록스타라고 불렀다. 요즘처럼 적극적인 형태의 협업은 없었지만, 그들의 패션은 곧 뮤지션으로서의 아이덴티티가 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영향을 끼쳐왔다. 이번 글에서는 위 예시보다 가까운 과거에 활동한 록스타들의 패션과 영향력에 대해 조명해보고자 한다.

비틀즈의 '모즈 룩'


2. 

    밴드 너바나의 프런트맨이었던 커트 코베인에 대해 흔히 이 시대의 마지막 록스타라고 말하곤 한다. 비극적인 죽음이 그를 더욱 록스타답게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지만, 커트의 유니크한 패션은 90년대를 대표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다양한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이 되고 있다. 특히 자주 쓰던 둥근 쉐입의 선글라스는 뭔가 우스꽝스럽고 고급스러워 보이진 않았으나 확실히 그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아이템이었고, 시간이 지나 ‘레트로 선글라스’라는 이름으로 일본 브랜드인 넘버나인에 의해 복각되며 재조명받게 되었다. 


    이후, 하이엔드 브랜드인 생로랑의 런웨이에도 등장하고 국내에서는 지드래곤이 착용하여 화제가 되는 등 유행의 뿌리가 되기도 했다. 커트 코베인은 항상 후줄근한 티셔츠에 가디건을 걸치고 낡은 컨버스를 신고 다녔지만, 그의 스타일이 ‘허름한’이라는 의미의 그런지룩이라는 패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정제되지 않은 너바나의 음악 스타일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좌) 레트로 선글라스를 착용한 커트 코베인  (우) MTV Unplugged 라이브 무대


3. 

    밴드 리버틴즈와 베이비솀블즈의 프론트맨 피트 도허티. 이 글을 읽는 여러분 대부분이 누구야? 했을 가능성이 높을 만큼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뮤지션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밴드 리버틴즈는 2002년 <Up the Bracket> 이후 2004년 해체 전까지 밴드 스트록스와 더불어 영국 밴드 씬에서 가장 혁신적인 팀으로 손꼽혔으며, 도허티 본인도 수려한 용모와 록스타다운(?) 자유분방한 사생활로 항상 화제의 중심에 있던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특히 연인이었던 케이트 모스와의 일거수일투족이 가십거리가 되었는데, 당시 도허티는 패션모델로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던 케이트 모스에게도 꿇리지 않는 그만의 스타일링을 보여주었다. 


    60년대 모드족 스타일의 쫙 달라붙는 블랙 앤 화이트 수트를 베이스로 아무렇게나 풀어헤쳐진 셔츠, 타이에 무심히 중절모를 걸친 그의 모습은 금방이라도 술과 약에 절어있다가 밖으로 나온 듯했고, 우월한 기력지와 소년 같은 얼굴이 더해지며 록스타의 위태위태한 바이브를 누구보다 잘 살려냈다. 그는 역사적인 디올 컬렉션을 통해 전 세계에 스키니핏을 유행시켰던 디자이너 에디 슬리먼의 뮤즈이기도 한데, 도허티를 두고 “다른 록 스타들은 브랜드까지 차릴 정도로 열심이지만, 피트 도허티는 패션 디자이너가 먼저 그에게 다가가게 만드는 매력적인 존재”라며 예찬할 정도였다. 사생활 문제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미워할 수 없는 아이코닉한 존재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좌) 모즈룩에 중절모를 즐겨쓰던 피트 도허티 (우) 연인 케이트 모스와 함께

  

4.

    다음 소개할 아티스트는 현재도 활발히 활동 중인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이다. 그가 보여줘 왔던 음악적 성과가 너무나도 압도적이라 스타일이 덜 조명된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젊은 시절엔 파격적인 스타일링으로 록 밴드 프런트맨으로써의 에너지를 뽐냈다면, 나이가 들며 점차 화려하진 않아도 색채가 뚜렷한 브랜드(드리스반노튼, 언더커버, 꼼데가르송, 마르지엘라 등)를 적절히 매치하며 중후한 멋을 표현하는 쪽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는 일본 패션 브랜드 언더커버(UNDERCOVER)의 오랜 팬으로 유명한데, 디자이너인 준 다카하시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브랜드의 런웨이 음악을 작곡했고 2016년엔 룩북의 메인 모델로 공개되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던 두 사람만큼 화려한 행보는 아니지만, 록스타에서 아티스트로의 변화 과정이 그의 스타일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고 느껴지기에 오히려 더 리스펙트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좌) '16년 언더커버 모델 화보컷 (우) 베니스 영화제에서 드리스 반 노튼을 입은 톰 요크


5.

    지금까지 이야기한 모든 것들은 과거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은 여전히 누군가의 영웅이고, 누군가는 여전히 과거 그들의 스타일을 따라 옷을 입는다. 그리고 누군가는 한정판과 리셀이 난무하는 현재의 패션씬을 보며, 과거 록스타들의 희소한 아이템을 찾아 헤매던 낭만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무엇이 좋고 나쁘다를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그저 이야기하고 싶었다. 지금 수많은 이들이 래퍼들의 패션과 아이템에 열광하듯, 우리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고. 그리고 그건 예나 지금이나 꽤 멋지다고.



by fr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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