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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Feb 11. 2023

우리 BGM이 달라졌어요

비디오 게임 OST의 상업적/예술적 성취, 그리고 가능성

  근 몇 년간 대한민국의 음원 시장을 강타했던 웹툰 OST들을 기억하는가? ‘취향저격 그녀’의 OST인 산들의 ‘취기를 빌려’가 차트 상위권을 장악함과 동시에 수많은 웹툰 OST가 쏟아져 나왔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웹소설 OST까지 등장했음은 물론이다. 웹툰/웹소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률을 보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의 MAU를 순수 합산하면 1000만이 넘고 시장 규모는 현재 1조에 이른다. 21년 하반기 기준 음악 자체 시장 규모가 3조원 대인 것을 고려하면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그렇다면 다른 콘텐츠인 비디오 게임(이하 게임) OST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꽤나 한정적이지만, 앞서 말한 시장 규모로만 이야기한다면 게임은 21년 기준 20조원 규모를 가진, 더불어 현재 성장률(21년 기준 전년 대비 매출 11.2% 증가)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콘텐츠 산업이다(글로벌하게 보면 279조다!). 이처럼 늘어난 자본 때문인지 게임 OST 씬에서도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게임 OST 콘서트다. 필자가 플레이하는 ‘원신’의 경우 21/22년 각각 온라인으로 OST 콘서트를 개최했다. MMORPG ‘로스트아크’ 또한 반년 전 KBS 교향악단과 함께 OST 콘서트를 진행한 바 있다. 추억팔이 혹은 단순 BGM에 불과했던 게임 OST의 존재감이 수면 위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하지만 게임 OST가 사랑받기 시작한 건 단순 최근 시기만은 아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캐릭터 IP를 케이팝과 절묘하게 결합시킨 ‘K/DA – POP/STARS’ 또한 게임과 대중음악이 더 복합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후 Imagine Dragons, Porter Robinson 등 거물급 아티스트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 IP의 OST와 함께했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게임 OST라기보다는 OSMU 서브 콘텐츠에 가깝지만 콜라보레이션이 아닌 게임 자체 IP에서 끌어낸 음악이라는 점에서는 고무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사실 대중적인 온라인 게임이 아닌 콘솔 게임에도 귀가 즐거운 OST가 있다. JRPG의 경우 요즈음 애니메이션처럼 오프닝 콘텐츠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의 애니메이션 오프닝이 좋은 음악의 보증수표로 정평이 나 있듯이 게임 오프닝 또한 그 퀄리티가 상당하다. 필자가 최근 플레이한 ‘스칼렛 넥서스(스트링스)’의 경우 ‘狂乱 Hey Kids!!’로 잘 알려진 ORAL CIGARETTES가 참여했고, 같은 반다이 남코의 ‘테일즈 오브’ 시리즈 또한 제이팝의 소년스러운 매력을 듬뿍 담은 오프닝을 자랑한다.



  때로는 게임 OST가 일반 아티스트의 앨범보다 더 높은 성취를 차지하기도 했다. 턴제 JRPG인 ‘페르소나’의 경우 최근 시리즈들이 Jamiroquai를 연상시키는 스타일리쉬한 훵크/재즈 사운드를 보여주면서 게임 음악 이상의 고평가를 받기도 했다(RYM 4점 초반). 게임성은 물론, JRPG에는 락 사운드 기반의 메인 테마가 자연스러울 거라는 편견을 깨부순 신선한 조합이었다. 또 다른 RPG인 ‘니어 오토마타’ 또한 게임성을 떠나 많은 콘솔 게이머들이 OST에 고평가를 내놓으면서, 게임 OST 하면 손꼽히는 맛집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한편 음악에도 인디씬이 있듯이 게임에도 인디 게임이라고 불리는 시장이 존재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게임들에 비해 자본이 덜 들어갔다고 OST 또한 그에 비례하는 건 아니다. ‘언더테일’의 경우 제작자가 직접 OST를 작곡했지만 게임과 함께 굉장히 컬트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고(마찬가지로 RYM 4점 초반), 매크로배니아의 명작 게임으로 불리는 ‘할로우 나이트’ 또한 그 작품성과 함께 OST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쯔꾸르 스토리텔링 게임의 역사를 썼던 '투 더 문' 시리즈의 OST 또한 말할 것도 없다. 이는 고평가 인디 게임과 OST의 퀄리티가 어느 정도 비례한다는 반증이며, 제작 쪽에서도 OST를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발에 불이 나도록 국위선양 중인 케이팝은 게임 OST 자리에 낄 수 없을까? 21년 선공개한 펄어비스의 ‘도깨비’의 트레일러 영상을 보면 OST에 케이팝 유명 프로듀싱 팀인 ‘GALACTIKA’가 참여했다. 물론 도깨비가 애초부터 한국적인 미를 강조한 게임이기도 하지만, 케이팝이 OST로 사용되었다는 건 꽤나 재미있는 조합이다. 현재 케이팝은 소위 ‘목적 그 자체’인 음악으로 인식되지만, 웹소설이든 게임이든 어떤 콘텐츠의 수단으로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음악 자체의 산업보다 새로운 콘텐츠가 더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게임은 아직까지는 미개척지인 시장이지 않을까. 언젠가부터 ‘엘소드’와 ‘메이플스토리’와 같은 게임이 케이팝 아티스트와 OST를 꾸준히 발매하는 것을 보면 단순 지레짐작은 아닌 셈이다(애매한 드라마 OST보다 음원 성적이 낫다!).



by 최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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