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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Feb 17. 2023

스물아홉, 내가 사랑한 음악들

나의 인생 음악 10곡

사람의 인생에서 음악은 생각보다 큰 부분을 차지하고,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특히 나의 인생에는 많은 영향을 끼쳤다. 과거를 꺼내 무언가를 추억할 때도, 내 감정에 취해 비련의 주인공이 될 때도, 숨 막힐 것 같은 9호선 출근길에도 항상 음악이 함께였다. 


나는 모든 장르에서 랭킹을 매기며 정리하는 습관이 있는데 (오타쿠 특), 그중 가장 사랑하는 음악이라는 영역에서 나의 취향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 나와 취향이 겹치는 분이 계시다면 추천곡을 놓고 가셔도 좋을 것 같다. 


정말 많은 곡을 사랑하지만, 그중 딱 열 곡을 소개합니다.




1. 소녀시대 - 'FAN'

내가 소녀시대의 FAN이라 이 곡을 고른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소녀시대를 제외하고 나의 인생 음악을 논하기는 참으로 무리라서.. 


소녀시대는 데뷔 때부터 메인보컬 한 명의 돋보임보다는 멤버들의 하모니를 중요시하는 이른바 '떼창'사운드에 공들여 왔는데, 그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곡이다. Kenzie의 덜컹거리며 내달리는 사운드 위로 태연을 중심으로 한 8명의 떼창은 팬이라면, 아니, 팬이 아니더라도 벅차오름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곡의 주제인 "난 항상 팬인걸, 그대의" 파트에서 도치를 사용한 점이나, [으]가 아닌 [에]로 발음할 수 있는 '의'를 사용해 문장을 마무리한 점은 곡의 진행을 세련되고 깔끔하게 만들어 준 포인트다.


당시 10주년을 맞이한 그들이었기에 나에게 전해지는 전달력이 더욱 강했다.



2. 엄정화 - 'Oh Yeah (Feat. 종현)'

'Ending Credit', '버들숲' 등 훌륭한 곡들이 가득한 엄정화의 10번째 정규 <The Cloud Dream of the Nine>에서 듣자마자 좋아했던 곡이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두 아티스트의 만남이라 더욱 좋았다. 사랑을 주제로 했지만 뻔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사람 사이의 '사랑'은 서로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 힘이 얼마나 위대한 건지 감각적으로 정의하고 비유했다. 그 어떤 듀엣보다 사랑스럽게 느껴졌고, 이 곡을 사랑하게 됐다.


분명 달콤한데, 어딘지 모르게 섹시한 엄정화의 매력적인 음색과 곡의 맛을 한껏 끌어올려주는 종현의 쫄깃한 리듬감까지. 편곡-가사-보컬 이 세 영역의 센스가 발휘되어 곡의 매력이 엄청나다. 



3. 쿨(Cool) - '작은 기다림'

고등학교 입시 지옥 시절, 혼자만 아는 노래를 찾아내는 것이 나의 유일한 취미이자 휴식이었다. 단지 이재훈의 목소리가 좋다는 이유로 그가 부른 모든 곡을 들어보다 발견해 낸,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숨어있는(?) 명곡이다. '해변의 여인', ‘애상’, '진실' 등의 숱한 히트곡들보다 훨씬 많이 들었다. 어찌 보면 쿨의 곡들 중 가장 쿨 같지 않다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쿨의 시작은 이재훈의 따뜻한 음색에 가려진 댄스 실력과 함께였다. (‘너이길 원했던 이유’도 그렇고.) 지금 보면 다소 촌스러운 안무와 함께 감상하는 것도 포인트라면 포인트.



4. 샤이니(SHINee) - 'Sherlock · 셜록 (Clue + Note)'

‘Lucifer’ 이후 1년을 넘게 기다린 컴백은 모든 샤이니월드를 만족시켰다. 초반부에 다섯 멤버가 시간차로 만들어 내는 잔상 안무는 신기하다 못해 경이로웠고, 이내 하이라이트인 후렴으로 달리더니 그 하이피치의 멜로디를 청량하게 질러 버리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한민국 가요 퍼포먼스의 기준을 너무 끌어올려버렸다. 해당 앨범 수록곡인 'Clue'와 'Note'를 매시업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 이수만의 뇌구조도 참 궁금했다.



5. 거북이 - '비행기'

인생에서 처음으로 '좋아하는 노래'라는 내 마음속 리스트에 들어갔던 곡이다. 초등학교 때 한창 가요에 관심이 많아질 시기에 mp3로 노래를 재생하든, 노래방에 가서 놀든 항상 이 노래였다. 댄스곡이라는 장르의 본질은 어쩌면, 단지 신나고 기분 좋다면 그것으로 되지 않나 싶다. 이 곡이 나에겐 그랬다. 뿅뿅 거리는 재밌는 사운드와 이제 와서 보니 참으로 따뜻했던 가사, 유일무이한 음색의 터틀맨과 여자 보컬의 청량감까지. 즐길 거리가 많은 장난감 같은 곡이다. 



6. 러브홀릭 - 'Loveholic'

이 곡을 좋아하고 나서부터 밝은 사운드와 쓸쓸한 가사의 접목을 좋아하게 됐다. 사랑에 중독됐다는 Love-Holic은 상대의 매력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랑이 아니었다. 터널 속을 헤매고, 버려진 사진기 같고, 기억 속 꿈속에라도 다가오지 말라고 부탁하는 몹쓸 병이었다. 이별, 헤어짐, 추억 등의 단어도 없는데, 그 어떤 이별 곡보다 쓸쓸하고, 외롭고, 아프다. 이별곡으로 추천하기엔 후유증이 커질 우려가 있으니, 사랑에 빠져 있을 때 듣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7. 변진섭 - '너무 늦었잖아요'

흔히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들었다'라고 표현하는데, 내가 그 시대 사람이었다면 이 곡을 그렇게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중학교 때 반 친구들이 포맨에 빠져 있을 때, 나 홀로 변진섭을 들었다. 듣기에도 부르기에도 좋은 발라드 곡을 좋아하는데, 변진섭의 이 곡이 딱 그렇다. 


변진섭보다 노래를 잘하는 가수야 물론 있겠지만, 그의 곡은 그의 목소리로 불렀기에 좋은 곡들이 많다. 특유의 발음 처리와 음색, 감정 표현이 이 곡에서도 잘 들린다. 참 매력적인 보컬리스트라고 생각한다. 



8. 에픽하이(Epik High) - '우산 (feat. 윤하)'

타이틀곡인 'One'을 꼽아야 하나 고민했으나, 추억팔이라는 요소를 배제하면 이 곡이 인생 음악에 더욱 적합할 것 같다. 힙합은 어린 나에게 그저 시끄럽고, 영어 많고, 못 알아듣는 노래였는데, 이 편견을 완벽히 깨뜨려 주었다. 윤하라는 좋은 보컬리스트도 알게 해 주었으니 나의 음악 인생에서 참 고마운 곡이다. 분위기는 발라드만큼이나 서정적인 데다가 가사는 굉장히 감각적이고 아기자기하게 표현되어 있어 감성적인 날엔 이 곡만 한 게 없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bgm을 이 곡으로 해 놓았던 게 문득 떠올랐는데, 지금 카카오톡의 프로필 뮤직으로 해 두어도 부끄럽지 않을 거 같다. 



9. BoA(보아) - 'My Name'

보아라는 아티스트를 좋아하고 난 후에야 이 곡의 진가를 알았다. 정규 7집 타이틀곡 'Only One'에 빠져 있을 때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무대를 챙겨 본 적이 있다. 그러다 Girls On Top - My Name - No.1으로 이어지는 완벽한 라이브 메들리에 보아를 더욱 찾아보게 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내 귀에 맴돌던 건 이 'My Name'이다. 분명 알던 노래이긴 했지만, 성장하고 다시 들었을 때의 감상은 또 달랐다. '보아는 어른들의 여유를 가볍게 뛰어넘는 엄청난 에너지를 전달했었구나' 하고 깨달았던 것 같다. 발매 당시엔 나도 어렸으니 얼마나 대단한 건지 못 느꼈을 터. 전혀 옛날 노래 같지 않은 세련미가 있는데, 묘하게 옛날이 떠오르기도 하는 그런 곡이다. 



10. 장숙희 - '안녕 디지몬'

'가요' 10곡이었다면 이 곡을 제외했겠지만, '음악' 10곡이기에 이 곡을 넣을 수 있게 됐다. 유치원에 다닐 때쯤 아침마다 방영했던 애니메이션 '디지몬 어드벤처'의 엔딩곡이다. 디지몬 오타쿠라서 뽑은 것도 맞지만, 곡 자체가 워낙 예쁜 곡이다. 동심을 자극하는 가사와 편안하고 쉬운 멜로디, 부드러운 보컬까지. TV 앞에 앉아 기다리던 만화가 끝나는 아쉬움을 충분히 달래준다.


사실 넣을까 말까 망설였는데, 음악의 음도 모르던 그 애기가 외워서 부르고 다녔던 걸 생각하면.. 그거야말로 ‘인생 음악’이 아닌가 싶어 골랐다. 아직까지 이 곡만큼 나에게 향수를 일으키는 곡은 없다.




음악을 너무 사랑해서 그런지, 더욱 고르기 어려웠다. 아마 다음 주, 혹은 내일 다시 고른다면 또 달라질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나의 인생 음악’이라고 네이밍 할 만한 좋은 곡들이 많이 있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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