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3년 2월 2주)

TripleS, VIVIZ, 키, Daniel Caesar 외

by 고멘트

"신선하다고 해야 할지, 잘 베꼈다고 해야 할지"


1. TripleS (트리플에스) - [ASSEM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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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실베실 : 타이틀 곡 ‘Rising’은 영락없는 뉴진스 ‘Hype Boy’의 복제판이다. Hype Boy의 신스 소리를 멤버들의 코러스로 대체했고, 뭄바톤 대신 Funk로 대체한 드럼과 베이스가 Verse를 이끌어 나가며 Chorus에서의 사운드 디벨롭 역시 유사하다. 그루비한 탑라인 역시 마찬가지고. 차이점이라면 Chorus B의 번잡한 댄스 브레이크와 지나치게 조악한 랩에 있겠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제2의 Hype Boy는 신선함일까 단순한 카피일까? 뉴진스의 등장 후 “나만 기존 케이팝 별로였음? 뉴진스는 그렇지 않아서 좋았음.” 과 같은 의견으로 물타기하며 뉴진스를 추앙하려는 시도들은 많았지만 정작 그 후에도 기존 케이팝의 음악 클리셰를 타파하려는 움직임은 찾기 힘들었다. 어떻게 보면 Hype Boy 이후 반년이 지난 지금에야 비슷한 음악이 나온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대중문화적으로 어떤 새로운 것이 등장했을 때 빠르게 카피한 제2의 xxx까지는 대체로 인정받는다고 생각한다. 그 후에 뒤늦게 동참한 사람들은 카피캣에 머무를 테지만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Rising은 분명히 의의를 지니고 있는 곡이다. 빠르게 니즈를 파악하고 복제하는 것도 능력이다. 정병기는 확실히 추진력이 있는 인물이다. 민희진만큼은 아니지만.





"비비지 컬러는 아직 찾는 중"


2. VIVIZ (비비지) - [Vari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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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옹 : 발랄함 가득했던 전작들에 비해,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VIVIZ (비비지)이다. 정식 활동곡은 아니지만, 유니버스 뮤직 ‘Rum Pum Pum’에서부터 슬슬 이미지 변신이 시작되고 있었던 듯하다. 타이틀곡 ‘PULL UP’의 가사는 사랑을 속삭이는 것이 아닌, 당찬 화법으로 도도하게 일침을 가한다. 또한 이전에는 들을 수 없던 거침없는 걸크러쉬 랩 파트도 포인트다. 이번 EP는 타이틀곡뿐만 아니라 수록곡에서도 비비지의 한껏 성숙해진 색깔을 엿볼 수 있다. 타이틀곡 ‘PULL UP’과 수록곡 ‘Blue Clue’, ‘Love or Die’까지 그녀들의 도발적인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그다음 ‘Vanilla Sugar Killer’를 과도기로, ‘Overdrive’와 ‘So Special’로 기존에 가졌던 발랄함을 보여준다. ‘Vanilla Sugar Killer’ 트랙을 기점으로 비비지의 성숙한 색깔부터 통통 튀는 음색까지 모두 느낄 수 있다. 청순하고 서정적인 음악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걸그룹 여자친구에서, 새로운 걸그룹 비비지로 거듭나기까지 이들은 그 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아직 겪고 있는 듯하다.





"이게 최선입니까?"


3. 키 (Key) - [Ki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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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실베실 : 처음 ‘Killer’를 듣자마자 귀를 의심했다. 설마 싶어 두 번 세 번 또 들었다. 하지만 이 노래는 여전히 ‘Blinding Lights’ 그 자체였다. 빠른 BPM, 드럼 리듬, 반복되는 신스를 비롯한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 … 표절이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도 지나친 레퍼런스임은 분명하다. 이미 작년부터 Doja Cat, Rosalia, Lil Nas X 등의 아티스트 레퍼런스가 케이팝 씬을 스쳐갔지만 그 아티스트들은 적어도 The Weeknd 만큼 식상하지는 않았다. 지금이 ‘Blinding Lights’가 막 나온 19년 혹은 20년이라면 참작이 가능했겠지만 현재로선 이미 단물 다 빠진 이 장르를 굳이 키라는 아티스트가 뒷북 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외의 수록곡 ‘Heartless’와 ‘Easy’ 역시 다 어디서 들어본 뻔한 클리셰의 반복이라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샤이니의 그룹, 솔로 모든 커리어를 통틀어 역대 최악의 앨범이다. 2023년 말 많은 SM의 첫 단추는 이렇게 암울하게 꿰어져 버렸다.





"네오소울 씬 Caesar의 귀환"


4. Daniel Caesar - ‘Let Me Go’

베실베실 : 조만간 정규가 나오려는지, 1월 27일 ‘Do You Like Me?’에 이어 새로운 싱글을 들고 나왔다. 몽환적인 EP를 시작으로 적당하게 매력적인 탑라인과 떠다니는 듯한 보컬과 기타의 공간감. 브러시로 연주하는 듯한 드럼의 톤 등이 섞여 제법 들을 만한 곡이 탄생했다. 당연히 1집 [Freudian]에 비해서는 아쉽긴 하겠지만 ‘Get You’와 닮았던 ‘Do You Like Me?’와 BADBADNOTGOOD과 함께 했던 ‘Please Do Not Lean’, 그리고 이번 곡까지 한데 모아 들어본다면 적어도 졸작은 아니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든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2월 10일이 아닌 2월 14일에 발매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아메리카노들에게 날리는 팬서비스"


5. Rosalia - ‘LLY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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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옹 : 라틴 음악에 익숙지 않은 사람도 로살리아(Rosalia)의 음악은 귀에 걸리는 것 없이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인어 가사를 노래하면서도, 스페인어 특유의 강한 발음들을 뭉개면서 노래하여 듣는 이의 귀에 매끄러움을 선사한다. 물론 그렇다고 듣기에 마냥 편안하고 나른한 음악을 발매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발매한 싱글 ‘LLYLM’은 전작들에 비해 라틴 색채의 다채로움이 비교적 약한 곡이다. 클랩 사운드와 경쾌한 라틴 리듬이 포인트인 곡이지만, 제목으로 보나 후렴구를 보나 “팝”에 더 가까운 곡이다. 차트와 틱톡을 겨냥한 듯한 후렴구 멜로디와 단순한 제목은 다소 신선함이 떨어진다. 또한 후렴구 전체를 영어로 부르기에 대놓고 상업적으로 나온 곡이라 볼 수 있다. 심플한 후렴구가 지나치게 반복되며 지루하기도 하지만, 미니멀한 구성과 심플한 사운드는 듣는 이로 하여금 곡에 지치지 않고 반복재생하게 만든다.





"진정한 아티스트는 숨겨져 있어도 드러나는 법"


6. RAYE - [My 21st Century B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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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옹 : RAYE가 온갖 고난 끝에 독립에 성공하면서 세상에 공개될 수 있었던 첫 정규 앨범이다. 제목부터 [My 21st Century Blues]인 이 앨범은, 오프닝 트랙부터 마치 블루스 클럽에 공연을 보러 온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앞으로 펼쳐질 그녀의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효과를 준다. 앨범명 때문에 블루스 음반일까 긴장했지만, 다행히도 그렇지 않았다. 블루스, 힙합, 하우스 등 장르가 다양하여, 들으면서 그녀의 다양한 음색과 프로듀싱 능력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그녀는 이번 앨범에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흥겨운 리듬에 담아 잘 표현했다. 전체적으로 무심하게 툭 뱉는 랩과 힘을 주지 않은 보컬이 포인트이다. 트랙들이 모두 과하지 않으면서도 신선하여 그 밸런스를 끝까지 잘 유지하는 앨범이다. 그녀의 고통을 담은 가사에 주목하며 앨범을 즐긴 후에 마지막 트랙 ‘Fin’까지. 마치 블루스 클럽에서 공연을 보고 난 후에, 그녀의 소감을 들으며 클럽을 떠나기 전 배웅을 받는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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