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3년 2월 3주)

CIFIKA, Zior Park, Ado, Andy Shauf 외

by 고멘트

"신성한 전자음악의 폭발력"


1. CIFIKA – ‘Crus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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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 : 이제는 국내 일렉트로닉씬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중 하나로 자리 잡은 CIFIKA의 싱글. 이전작들이 FKA Twigs의 꿈꾸는 듯한 바이브에 가까웠다면, 이번 곡은 Charli XCX가 연상되는 메카니컬한 사운드가 곳곳에 눈에 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듣기에 편하다는 것. 전반적으로 평온한 곡의 진행 가운데 중간중간 삽입되는 이펙트들도 곡의 무드와 안정적으로 어우러진다. 벌스에서 각기 흩어져 부유하던 사운드들이 후렴에서 순간적으로 응집해 터져 나오는 구성 또한 인상적이었다. 모든 구간에서 터지기만 하는 촌스러운 일렉트로닉 음악 넘어, CIFIKA의 에너지를 표출하는 가장 세련된 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짧은 트랙 안에서도, CIFIKA는 자신의 위치를 다시 한번 강렬히 각인시켰다.





"좋음과 위대함 사이의 간극"


2. Zior Park – [WHERE DOES SASQUATCH LIVE? 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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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크롬 : 지올 팍이라는 아티스트를 깊게 파지는 않더라도 상당히 콘셉츄얼한 음악을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다. 톤과 보컬의 구사는 흑인음악 쪽이지만 정작 음악은 팝스럽다는 점도 말이다. 해외 아티스트에서나 보이는 사이키델릭한 캐릭터와 무드 또한 그만의 강점이다. 무엇보다 영어 가사 등 비직관적인 요소를 내세움에도 불구하고 대중성 있는 멜로디로 밸런스를 맞추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동화적인 사운드와 치밀하게 기획된 서사를 담고 있는 이번 EP 또한 전작들의 방향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기서 발생하는 양날의 검은 그가 스토리텔링에 늘 작가주의적으로 신경을 씀에도 불구하고, 음악 자체로는 커리어상 드라마틱한 차이가 없기에 체감이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늘 재밌고 특이한 음악, 흥얼거리며 듣기 좋은 음악이라는 결과물에서 인식이 멈춘다. 분명 ‘CHRISTIAN’의 키치함과 흡인력만으로 앨범 전체를 돌려 듣기엔 아쉬운 부분이 있다. 영어 가사를 차치하더라도 장르/사운드 시도에 보수적인 건 의아하다. 서사와 캐릭터가 독보적일지언정, 도전이 없다면 음악은 시간에 풍화되기 마련이다.





"컴필레이션 명가의 귀환"


3. 스윙스, Xeeyon (지용), kweeel, JINBO – ‘적응 (Survival Of The Fittest) (Prod. By mil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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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크롬 : 지주회사 ‘AP Alchemy’를 설립하며 또 한 번 씬에 출사표를 던진 스윙스의 최근 인터뷰는 자신만만하다. JM에서 시작된 스윙스 사단의 역사와 앞으로의 큰 그림 또한 흥미로웠지만, 더 눈길을 끌었던 건 바로 무지막지한 볼륨을 자랑하는 다음 컴필레이션 앨범 예고였다. 게다가 인터뷰 발행과 동시에 리드 싱글 발매까지 이루어진 추진력까지. 마인필드가 처음 출범했을 때 그가 아티스트를 포켓몬처럼 수집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은 그날 사라졌다.


한편으로 10년도 중반 힙합씬을 주름잡았던 [파급효과], [우리효과]의 또 다른 소포모어 징크스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다행히도 ‘적응’은 최소한 프로덕션적인 부분에서는 걱정을 덜었다고 생각한다. 예측가능할 것 같았던 트랩 뱅어 비트는 각 벌스마다 브라스, 일렉기타와 같은 리드 사운드를 더하면서 재미를 준다. 랩 부분에서는 kweeel이 바이브를 잡아주고 Xeeyon이 테크닉을 자랑했다면, 스윙스는 곡의 하이라이트를 맡았다. 결과적으로 스윙스를 제외하고 스타급 플레이어 없이 앨범의 기대감을 올리기에 성공한 건 분명하다. 살짝 꼰대스럽게 말한다면, 힙합이 싱잉 등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가벼워진 시대이기에 이번 컴필이 유독 기다려지는지도 모르겠다.





"오타쿠의 심장은 bpm 150 이상에서 뛴다"


4. Ado – ‘アタシは問題作’

최크롬 : 빠른 호흡과 공격적인 무드에서 다양한 스타일을 구사하는 Ado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일렉트로니카 계열에서 최고의 시너지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원피스 극장판 OST 이후 두 개의 록 싱글을 내놓았지만 ‘踊’에서 절정에 달했던 특유의 뽕이 없어 늘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러나 스스로를 ‘문제작’이라고 칭하는 이번 싱글에서는 메시지와 파괴력적인 부분에서도 이러한 갈증이 해소된 듯하다. 보컬과 후렴구에 무게가 실려 있고 심플한 사운드 구성이지만 군데군데 살짝 치고 빠지는 덥스텝적인 요소는 재미있는 부분이다. 천연덕스러움과 카리스마를 한꺼번에 보여줄 수 있는 아티스트는 Ado 외에 몇 없다.





"가장 따뜻한 잔혹동화"


5. Andy Shauf - [Norm]

frank : Andy Shauf의 음악을 처음 접했을 땐 그저 잘 다듬어진 포크송이라고 생각했다. 안정된 기타 톤에 신디사이저가 적절히 섞인, 그의 앨범 커버만큼이나 따뜻한 사운드와 담담하게 읊조리는 듯한 보컬에는 누가 들어도 '좋은 음악'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힘이 있기에. 하지만 Andy Shauf 음악의 이면에 담긴 것은 그보다는 더 심오한 이야기이다.

사실 그의 앨범에는 항상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이 존재해 왔다. 전작 [The Party]는 같은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의 이야기였고, [The Neon Skyline]은 하룻밤 동안 벌어지는 영화 같은 스토리를 담았다. 그리고 이번 앨범 [Norm]의 테마는 부드러운 멜로디와는 상반되는 섬뜩한 이야기이다.

1번 트랙 'Wasted on You'의 MV에는 신과 예수가 등장해 이야기를 나누며 Was all my love wasted on you?(나의 모든 사랑은 낭비된 걸까?)라며 한탄한다. 그다음 트랙부터는 Norm이라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는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전화를 걸고 받자마자 끊거나, 집 주변에 숨어 그녀를 지켜보다가 급기야 극장으로 끌고 가는 왜곡된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이다. 이 2개의 서사는 언뜻 전혀 무관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생각되기도 한다. 신이 인간에게 주는 일방적인 사랑을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행했을 때의 딜레마. 그렇기에 신은 자신이 준 사랑을 후회하는 듯한 말을 한 게 아닐까 하는.

부드러운 사운드와 섬뜩한 가사의 부조화. 그리고 많은 생각을 낳는 이야기. 그래서 자꾸만 곱씹게 된다. Andy Shauf는 스스로가 타고난 이야기꾼임을 다시 한번 증명해 냈다.





"작지만 아늑한 다락방의 초상(肖像)"


6. Jonah Yano - [portrait of a dog]

frank : 이미 소개한 바 있는 아티스트 Jonah Yano의 신보. 게다가 이번에는 무려 정규 앨범이다. 같은 레이블의 BADBADNOTGOOD이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전작과는 달리 재지한 무드로 가득 찬 앨범이 완성됐다. 컨템포러리 재즈의 불규칙하고 난해한 사운드가 Jonah Yano 특유의 차분한 바이브를 해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보컬과 적절히 밀고 당기며 놀라울 만큼 편안하고 따뜻한 질감의 사운드로 포장해 냈다(그래 이게 음잘알의 프로듀싱이지,,). 이렇듯 대부분의 트랙이 재즈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그 와중에 ‘glow worms’ 같은 트랙에서 맛 보여주는 개쩌는(?) 기타 솔로는 듣는 맛을 더해주는 동시에 수많은 음악적 가능성에 대한 ‘짧고도 강력한’ 예고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앨범 전반에 깔린 먼지 덮인 지하실 같은 공간감 또한 음악과도, Jonah Yano와도 퍽 잘 어울린다. 어찌 그 작은 방 안에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두려움까지 모두 담았을까.





※ '최크롬', 'frank'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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