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3년 2월 4주)

LUCY, STAYC, TNX, 더보이즈, imase 외

by 고멘트

"이번 판에서 LUCY의 플레이는?"


1. LUCY – [INSERT 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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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봄 : [Childhood]라는 수작을 뒤로하고서 LUCY는 새로움을 시도한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레트로 게임을 컨셉으로 잡고 제작한 앨범은 비단 컨셉에서만 그치지 않고, 8bit 게임 사운드를 과하지 않게 곡에 삽입함으로써 유쾌한 느낌으로 앨범을 이끌어 나간다. ‘아니 근데 진짜’에서는 기존 LUCY의 색과 이를 잘 섞어내었고, ‘바쁘거든’에서는 이를 더 과감하게 섞어낸 모습이다. ‘Never in vain’이나 ‘채워’ 같은 트랙에서는 기존 LUCY의 모습과 상반되는 강렬한 사운드를 담아내기도 했다. 색다른 시도들을 진지하지 않게 가져감으로써 대중에게 적당히 잘 어필했다는 생각이다. 유일하게 아쉬운 것이 있다면, 아직 따뜻하지 않은 날씨로 인한 아쉬운 계절감 정도.





"빠며든다 빠며들어…"


2. STAYC(스테이씨) – ‘Teddy B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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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봄 : 경쟁 그룹들의 약진 속에 포지션이 상당히 애매해진 STAYC의 모습이다. 어쨌거나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번 싱글이 솟아날 구멍 정도는 될 수 있을 법하다. 전반적으로 ‘Teddy Bear’나 ‘Poppy’ 모두 각자 다른 감성으로 적절하게 잘 뽑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첫 감상에서는 다소 아쉬운 퓨처 하우스 정도로 그쳤던 ‘Poppy’가 힘 빠진 후렴구를 선두로 상당한 중독성을 보여주었다. 멋지고 세련된 걸 하려고 보니 괴물 같은 그룹들이 즐비한 현 상황에서 캐치한 귀여움 정도로 이번 해를 넘겨보는 게 좋지 않을까. 잘 생각해 보면 이 방면은 현재 STAYC가 꽉 잡고 있다.





"고생했어요 피네이션! 다음 과제는…"


3. TNX - [Love Never 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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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9 : TNX의 데뷔 앨범 타이틀 ‘비켜’는 다소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지는 장르와 구성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신인치고 꽤 긴 준비기간을 가진 후 돌아왔다. 이전처럼 회사 내부 프로듀서가 트랙메이킹을 전담하지 않고, 외국 프로듀서와 송라이터가 만든 곡을 받는 식으로 앨범을 구성했다. 이로써 어느 정도 음악적 보완이 이루어진 것처럼 보인다. 전반적으로 미니멀한 사운드에 바운스감이 특징인 [Love Never Dies]는 한 장의 앨범으로서 일관성 있으면서도 TNX만의 캐릭터를 갖춘 앨범이 되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번엔 퍼포먼스에서 갸우뚱하게 된다. 안무가 강렬한 지점이 없고 엉성하다는 인상이 강하게 든다. 교복 입은 멤버들의 모습에서 초기 BTS의 이미지가 얼핏 스치지만, 퍼포먼스 측면에서는 그 시절 BTS와 비교해도 다운그레이드된 느낌이라는 점은 치명적이다. 다음 앨범의 목표가 분명해지는 지점이다.


한편, TNX만의 인상적인 점이 전혀 없지는 않다. 글렌체크, 라드 뮤지엄, SOLE, 시온 같은 실력 있는 뮤지션들, 그리고 숏폼으로 유명한 Emetsound 댄스 뮤직 크루를 섭외해 타이틀 곡 리믹스를 만들었는데, 그걸 또 앨범과 동시에 발매했다. 이런 방식은 한국 케이팝 시장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새로운 방식으로 보인다. 의도한 바이럴이 아직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거 같아 안타깝지만, 신선한 방식임은 분명하다.


또한 앨범을 통해 멤버 은휘의 송라이팅, 프로듀싱 실력이 상당함을 확인할 수 있다. 짧은 곡이지만 ‘따따따’의 아이디어와 가사, 편곡은 다음 앨범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로 충분하다.





"봄이 오기도 전에 올해의 트랙 냄새가 스멀"


4. 더보이즈 (THE BOYZ) - [THE BOYZ 8th MINI ALBUM [BE AW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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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9 : 아이돌 음악에서 ‘억압된 욕망의 발현’, ‘선과 악’, ‘타락’ 등의 컨셉은 그리 신선한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아이돌 아티스트의 퇴폐적이고 관능적인 매력을 보여주기 좋은 명분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시도되는 주제다. 물론 해당 컨셉을 취한 모든 아티스트들이 그러한 목적을 달성한 것은 아니다. 언제나 결과는 음악에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더보이즈의 ‘억압된 욕망의 발현’ 컨셉을 완성시킨 것은 앨범의 핵심적인 곡을 만든 팀인 소울트리(SOULTRiii), DEEZ와 Yunsu라고 해도 좋다.


그들이 만든 인트로 격의 곡 ‘Awake’부터 예사롭지 않다. 강렬한 킥과 베이스로 중심을 잡고 공간감 있는 기타 사운드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비트, 그리고 그 위의 잘 짜인 보컬라인과 화음. 이는 짧은 시간 안에 이번 앨범의 컨셉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Awake’ 말미에 등장하는 휘파람 사운드를 받아 시작되는 타이틀 곡 ‘ROAR’는 사운드적으로 더 넓게 펼쳐지며 다양한 디테일, 신선한 편곡적 변주를 매끄럽게 보여준다. ‘Savior’ 역시 놓칠 수 없다. 타이틀과 비견하는 매력을 지녔으면서 어떻게 보면 더 다양한 시도가 들어간 훌륭한 트랙이다.


소울트리의 탁월한 음악적 배경 덕분에 비주얼과 안무도 돋보일 수 있었다. ‘ROAR’은 역동적이기보다는 섬세함이 요구되는 안무 전반의 특징이 맥시멀한 음악과 만나 적절한 균형을 이룬다. 뮤직비디오 역시 야성적이면서도 섬세한 이미지의 밸런스를 개성 있게 잘 담아낸다.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6트랙 분량의 짧은 앨범에서 ‘Blah Blah’나 ‘숨 (Horizon)’ 같은 트랙이 매끄러운 흐름을 방해하는 듯한 인상을 느끼게 만든다는 점이다. 앨범의 텐션을 조절하기 위함이라고 해도 서사적으로 단절된 느낌이 강하다. 충분히 더 어울리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것 같기에 더 아쉬운 지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보이즈의 이번 앨범은 너무도 매력적이다. 아직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아 성급하지만, 2023년 손에 꼽을 앨범이 되지 않을까 짐작하게 된다.





"국내 J-POP 붐은 지금부터"


5. imase – ‘僕らだ’

동봄 : 작년 발매된 imase의 ‘NIGHT DANCER’가 숏폼 바람을 타고 멜론 차트에 입성하는 등 대중 사이에서 J-POP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번지는 가운데, 반대로 최근 발매된 imase의 신곡 ‘僕らだ’은 아직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NIGHT DANCER’에 비해 이번 신곡은 멜로디의 흡인력이 다소 약하다는 느낌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대중의 관심이 특정 곡들에 그치고 있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그러나 숏폼에서 시작된 J-POP들이 멜론 차트 100위권 아래에서 서서히 순위를 갱신하며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단단하던 국내 음악 산업에 “재패니쉬 인베이전”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어쩌면 imase가 그 신호탄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스타일"


6. Omar Apollo - ‘3 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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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9 : 작년 첫 정규 [Ivory]를 발매하고, 2023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고의 신인상 (Best New Artist)’에 노미네이트되었던 오마 아폴로의 새 싱글. 나른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곡이지만, 가사는 어느 곡보다 골치 아픈 사랑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폴리아모리, 즉 다자연애를 지향하는 상대 때문에 생기는 고민을 주제로 한 곡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풀어낸 노래를 들어본 경험이 없는 나에겐 새롭고 흥미로운 지점이다.


사생활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오마 아폴로는 프랭크 오션과 자꾸 연결된다. 가사의 서사적인 특징들, 알앤비를 기반으로 여러 장르가 뒤섞인 스타일이 그렇게 만든다. 물론 그건 좋은 뜻이다. 프랭크 오션의 아류가 된다는 말이 아니라, 그의 걸출한 포인트를 닮은 독자적인 뮤지션이 되어간다는 의미로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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