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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Mar 11. 2023

리메이크 열풍과 커져가는 음악 IP 시장

옛 히트곡의 판권 거래와 음악 저작권 관련 투자까지

“음악 산업에 리메이크 열풍이 일다.”

 한때 유행했던 ‘숨듣명’이란 단어를 아시는가? ‘숨어 듣는 명곡’이라는 뜻으로, 대중의 반응은 저조했지만 자신의 마음에 드는 곡을 의미한다. 이제는 ‘나만 알고 있는’, 혹은 ‘숨겨진 명곡’이란 것은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SNS 상에서 조금이라도 재조명을 받는 곡들은 즉각 재발매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리메이크 곡, 즉 원곡을 편곡하고 가창자를 설정하여 발매되는 곡은 음원 차트에도 신보보다 비교적 쉽게 안착 가능하다. 신보와 구보 모두 발매와 프로모션 단계에서 홍보에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은 동일하나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큰 인기를 얻었던 원곡을 리메이크한 곡은 비교적 높은 인지도로 시작한다. 대표적 예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고백 프로젝트>가 있다. 장범준, 십센치, 멜로망스 등이 ‘고백’이라는 제목의 다양한 지난 곡들을 리메이크하여 선보였다.

고백 - 멜로망스 /  나였으면 - 전상근 / 그중에 그대를 만나 - 정은지 / 들리나요 (2022) - 수지 (SUZI)

 대중성을 갖추면서 향수를 일으키기에 최적합으로, 발라드 음악은 리메이크로 가장 큰 혜택을 얻은 장르이다. 발라드 음악은 단순한 멜로디와 이해하기 쉬운 감성으로 오랜 기간 많은 사랑을 받으며 국내 차트를 점령해 왔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발라드 음악의 특성상 신선한 사운드를 만드는 것에 한계에 부딪히게 되며, 장르 자체가 식상해지는 느낌을 주게 되었다. 또한 계속되는 차트 겨냥 양산형 발라드의 발매로 대중의 반감은 점점 커져만 갔다. 이러한 이유들로 주춤해진 발라드 장르가 리메이크 붐과 함께 최대수혜를 받게 된 것은, 옛날 감성에 대한 향수와 구발라드의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재조명인 것이다.

aespa의 [Dreams Come True - SM STATION] / NCT DREAM의 [Candy - Winter Special Mini Album]

 이러한 명곡 리메이크는 케이팝에서도 대성공을 거뒀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는 2021년 하반기에 <리마스터링 프로젝트>를 통한 IP 확장을 예고한 바 있다. 그 예로 SM 기존 음원의 리마스터링, 뮤직비디오 고화질 업스케일링, 'SM 클래식스'를 통한 케이팝의 클래식 장르 재생산화 등이 있다. 대표적으로, 선배 S.E.S. 의 곡을 [SM STATION]에서 프로젝트로 새롭게 선보인 aespa의 ‘Dreams Come True’와 프로젝트는 아니었지만 선배 H.O.T. 의 곡을 퍼포먼스 한 NCT DREAM의 ‘Candy’가 있다. 이는 본사 SM의 과거 IP를 업그레이드하여 현재 IP로 선보이는 개념으로, 기존 IP를 잘 활용하여 수익화시킨 셈이다. 또한 수익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명곡들을 재해석해 선보이면서 SM엔터의 케이팝 열풍 선두주자로서 그동안 다져온 입지를 보여주는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세계 경제에서 주목하고 있는 음악 IP 투자.”

 리메이크 발매를 위해서 빠질 수 없는 것은 음악 IP(음악 저작권)이다. 과거 명곡의 음악 IP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리메이크 프로젝트나 콘텐츠 생산을 하지 않으면 바보가 되어버린 세상이다. IP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최근 많은 기업과 개인이 관련 투자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세계 경제가 다양한 리스크로 불안정한 가운데, 투자가 적절한 시기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음악 IP 관련 투자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음악 IP는 지속적인 스트리밍으로 저작권 수입이 꾸준하게 생기도록 하여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또한 코로나를 기점으로 스포티파이나 유튜브 뮤직과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의 인기가 크게 상승하면서, 스트리밍 서비스와 그에 따르는 수입의 위력 또한 커지고 있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유행하는 레트로 열풍은 옛 히트곡들의 스트리밍 수를 급증시키기에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음악 사용 허가나 리메이크 앨범 제작 같은 부가 수익 창출이 용이하다는 것이 큰 이점이다. TV 프로그램, 영화와 같은 곳에 음악 사용을 허가하면 더욱 꾸준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고려하여 음원 IP를 매입, 즉 투자하는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현상에 따른 장기적인 수익을 위한 투자이다.


힙노시스 송 펀드 (Hipgnosis song fund)

“옛 히트곡들의 판권은 줄기차게 팔리는 중.”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옛 히트곡들의 판권을 매입하고 있으며, 많은 아티스트들 또한 이를 기회로 비싼 값에 팔아넘기고 있다. 최근 투자자에게 저작권 수익을 지급하는 영국 투자회사인 ‘힙노시스 송 펀드(Hipgnosis song fund)’는 북미 팝스타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의 290곡 이상의 판권을 2억 달러(약 2467억 원)에 매입했다. 이외에도 포크 록 대부 밥 딜런(Bob Dylan)은 소니 뮤직에 레코딩 카탈로그 판권을 넘긴 바 있다. 리즈 시절을 보내고, 큰 활동 없이 지내는 노장 아티스트들에게 음악 판권 매각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현재 힙노시스는 대규모의 기관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히트곡의 음악 저작권을 사들이고 있으며, 힙노시스 펀드 설립자 머크 머큐리아디스(Merck Mercuriadis)는 “히트곡들이 금이나 석유보다 더 가치 있을 수 있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투자 가치를 드러냈다.


뮤직카우 (MUSICOW)

“개인도 가능한 음악 저작권료 조각투자.”

 더 이상 음악 저작권료는 아티스트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선두로 움직이고 있는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료를 수익증권의 형태로 만들어 개인이 소장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료 조각투자 플랫폼으로,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을 통해 저작권 수익의 권한을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이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을 증권에 해당한다고 보아 관련 안건을 상정하여, 추후 증권선물위원회에서는 뮤직카우에게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것을 요구했다. 후에 뮤직카우는 체계를 마련한 후에 인정받아, 이전 제재에 대한 면제를 통보받았다. 이에 따라 세계 최초로 무형자산인 음악 저작권이 금융 자산으로 편입되어, 투자자들은 법의 보호 아래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해외에서는 아직 일반 개인들의 음악 저작권 관련 거래 시장은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라, 충분히 해외 진출이 가능한 전망이다. 우여곡절을 겪은 뮤직카우의 조각투자는 현재 문화 금융 생태계에 획기적인 아이콘으로 부상하여, 앞으로도 계속해서 주목할만한 플랫폼이다.


“그리고 상생하는 제작자와 소비자.”

 리메이크 열풍… 음악 IP 거래 및 투자… 이 모든 것은 판권 소유자 혹은 제작자만의 비즈니스가 아니다. 음악 저작권료 조각투자가 활성화된다면, 음악 생태계에서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이용과 관심은 동반된다. 이용자들은 음원 차트나 관련 트렌드를 공부하고 따라가며 음악 생태계를 주체적으로 주도하게 될 것이다. 그 예로 역주행할 것 같은 노래나 벚꽃 시즌, 크리스마스 등 시즌별로 차트 재진입하는 연금곡 등과 이와 관련된 콘텐츠들에 관심을 갖고 소비하는 경우가 있다.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커지는 시장에 따라, 필요한 건 정부의 관심과 보호”

 점점 커지는 시장에 발맞춰 정부의 관심과 보호 또한 필요한 상황이다. 한음저협(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국내 OTT(웨이브, 티빙, 왓챠, 카카오페이지 등)에 음악 저작권료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소장을 제출한 바 있다. 다양한 플랫폼에서의 음악 사용 허가는 음원 IP 관련하여 주요 수익 창출 모델이기에 중요하면서 큰 문제를 일으키는 사항이다. 그러나 해결은 쉽게 되지 않고, 최근까지도 이러한 음악 저작권자와 미디어 업계 간의 분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실정을 파악하고 판결을 내릴 수 있는 정부의 높은 이해도와 이를 위한 보호와 관심이 필요하다. 또한 앞으로 이에 대한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by 예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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