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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Mar 19. 2023

짧은 J-POP의 역습

재패니쉬 인베이전은 오는가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로 잘 알려진 멜론의 음원 차트에는 최근 새로운 바람 한 결이 불고 있다. 그 바람의 이름은 일본의 아티스트 imase의 싱글 ‘NIGHT DANCER’이다. 틱톡과 릴스 등 숏폼 콘텐츠를 위시하며 10대와 20대 사이에서 알려지기 시작한 이 곡은 현재 멜론 차트의 상위권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그게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이름도 알려진 바 없는 이 아티스트의 곡이 최초로 멜론 차트에 입성한 J-POP이라는 타이틀을 가져갔다. 큰 힘도 안 들이고 단순히 대중의 입소문만으로 이루어 낸 결과이다. 틱톡에서 #NIGHTDANCER가 사용된 게시물의 조회 수는 약 3억 8천만에 육박하는데, 국내외로 큰 영향을 미쳤던 아무노래 챌린지가 약 6억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NIGHT DANCER’가 가지는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imase
imase - 'NIGHT DANCER' MV


  imase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본의 아티스트들이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간단한 안무를 더해 숏폼을 제작한 경우인 imase, 기존에도 유명했으나 인기 애니메이션 <체인소맨>의 OST ‘KICK BACK’으로 국내에서 재조명 중인 Yonezu Kenshi, 짧은 곡 소개 영상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는 Yuuri와 Aimyon 등 그 장르와 양상은 다양하다.


  최근 몇 년간의 멜론 차트 동향을 살펴보면 해외 POP의 경우 이미 다양한 아티스트와 곡들이 차트에 입성한 전적이 있으며, 더 나아가 1위를 다수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해외 POP과는 다르게 J-POP은 imase의 사례가 처음이며 여전히 순위 상승은 진행 중인 모습이다. 앞으로 이러한 물결이 커진다면 이 흐름이 특이한 경우가 아닌 J-POP 붐의 시작이 될 신호탄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멜론과 함께 음원 플랫폼 점유율 1, 2위를 다투고 있는 유튜브 뮤직에서 살펴보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현재 숏폼 콘텐츠를 중심으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J-POP들의 순위를 조사해본 결과, 모든 곡들이 멜론에서보다 유튜브 뮤직에서의 순위가 높았으며 멜론에서는 순위조차 받지 못하는 곡들이 TOP 100 이내에 다수 포진하고 있었다. 물론 유튜브 뮤직이 멜론에 비해 더 개방적인 성격을 띄고 있으며, 숏츠라는 자체적인 숏폼 콘텐츠가 있어 접근성이 높다는 것을 감안해야 하겠지만 J-POP이 흐름을 타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더해서 국내 K-POP 아티스트 역시 유튜브 채널에 J-POP을 커버한 영상을 우후죽순 업로드하는 중이다. NCT의 런쥔이 RADWIMPS의 ‘なんでもないや’를, 프로미스나인의 송하영이 Yuuri의 ‘BETELGEUSE’를, 르세라핌의 김채원이 Hikaru Utada의 ‘First Love’를 커버하고 업로드하는 등의 양상을 보였다. 또한 다양한 플레이리스트 채널에서 J-POP을 다루었고 수십만에서 백만 가까이의 조회수를 기록하였는데, 이러한 콘텐츠들 역시 J-POP의 흐름을 가속시켰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NCT 런쥔 - 'なんでもないや' Cover
LE SSERAFIM 김채원 - 'First Love' Cover


  그렇다면 J-POP이 국내 음원 시장에 깊숙하게 스며든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여기에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1. 숏폼 콘텐츠의 좋은 접근성

  굉장히 짧은 시간에 곡의 알맹이를 이용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숏폼은 J-POP 뿐 아니라 모든 음악에게 마케팅되기 유리한 플랫폼이다. 돈과 시간 등 자본 투입과는 별개로 곡 자체와 콘텐츠의 신선함만으로도 빠르게 노출되고 퍼질 수 있으며 플랫폼 내부에 국경도 없다. J-POP에게 숏폼 콘텐츠는 음원 사이트 등 기존 플랫폼과는 다르게 비교적 동등한 조건으로 다른 곡들과 경쟁할 수 있는 장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2. 획일화된 음원 시장에 신선함 제공

  최근 국내 음원 시장은 아이돌 + 발라드로 점철된 경향이 강했다. 트로트를 위시한 기성 세대들의 구매력이 다소 영향을 미치기도 했으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얻지는 못한 실정이었다. 가장 큰 시장인 아이돌 시장에서도 뉴진스의 등장 이전까지 확실하게 게임 체인저로 불릴 만한 아티스트나 곡은 없었고, 발라드의 경우 술이나 이별 같은 주제 혹은 비슷하거나 같은 코드 진행으로 이루어진 곡들이 양산되며 슬슬 피로감을 안겨주고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싱어송라이터나 밴드의 개성을 중심으로 한 J-POP의 침투는 대중에게 충분한 신선함을 안겨줄 수 있었을 것이다.


3. 젊은 세대의 일본 문화에 대한 거부감 감소

  기존에도 암암리에 혹은 공식적으로 일본 대중문화가 수입되고는 있었지만,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수입 규제가 완전히 해제된 것은 1998년을 시작으로 2007년에 마무리되어 시기상으로 얼마되지 않았다. 이전까지는 양 국가 간의 사건사고나 국민 정서로 인해 “왜색”이라는 말이 존재할 만큼 일본 문화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일본 문화를 거부감 없이 접하며 자란 세대들이 현재 10대~20대의 주류를 이루게 되었고, 이렇게 괜찮은 타이밍에 J-POP 흐름이 불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에서 이러한 J-POP의 흐름이 반짝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더욱 심화되거나 현상유지가 될 것이라고 본다. 일본 대중 음악이 국내 차트에 진입하고 대중 사이에서 유행이 심화된다는 것은, 다시 말해 우리 대중 음악의 경쟁력이 일본의 그것에 비해 하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 대중 음악의 질적 하락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J-POP의 이러한 역습 뒤에는 일본 내에서 유튜브 등의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애니메이션과 함께 동반 성장하는 등의 복합적 요인 역시 존재한다. 무엇보다 꾸준히 성장해온 일본 음악만의 신선함과 특수함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우리 음악 산업 역시 K-POP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무대에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하나의 주류 문화를 형성하고, 이끌어 온 경험이 있다. 이에 국내 음악 산업 역시 우리가 가진 역량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By 동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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