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en Check, 마마무+, 장들레, Dreamer Isioma 외
frank : 페스티벌의 계절이 다가오자 국내 최고의 슬램 유발자도 함께 돌아왔다. 이번 싱글에서도 신디사이저 활용이 눈에 띄지만, 전면에 드러내기보단 굵직하고 스타일리쉬한 베이스라인 뒤쪽에 위치시키며 전체적인 톤앤무드를 형성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베이스, 드럼, 보컬까지 각각의 소스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가운데, 신디사이저라는 플레이트 위에서 이들이 한데 모여 어우러진다는 느낌이다. 라이브에 강한 글렌체크의 무대에서 위와 같은 밸런스가 어떻게 표현될까 흥미를 자아낸다.
하지만 레퍼런스가 다소 쉽게 떠오른다는 건 아쉬운 지점이다. 신디사이저를 중심으로 몽환적인 무드를 형성하는 구성뿐만 아니라, 보컬 김준원의 얇은 톤에서도 묘하게 Tame Impala가 연상된다. 글렌체크의 캐릭터와도, 트렌드와도 모두 꼭 들어맞는 스타일의 곡인 만큼, 이번 싱글을 앞으로 밴드가 나아갈 이정표로 삼기 위해서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어쨌거나 이제 곧 페스티벌이 시작된다. 글렌체크의 새로운 곡이 관객을 어떻게 춤추게 만들지, 록 팬이라면 누구나 기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최크롬 : 아티스트의 생애주기가 존재한다면, 마마무는 어떤 시기를 지나고 있을까? 전성기를 누렸던 10년대 중후반을 지나 각 멤버가 부족할 것 없이 솔로 활동 지원을 받았고, 지금은 축적된 팬덤과 함께 현역 타이틀을 오래 누리고 있는 중이다. 마마무가 다시 차트 정상을 뚫을 확률은 낮겠지만 브랜드적인 발자취를 제대로 남긴 건 확실하다. 맥시멈은 불확실하지만 미니멈 하나는 분명히 보장되는 팀이다.
그러한 점에서 마마무+의 행보는 다소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대부분의 아이돌 유닛이 리스크가 있던 없던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 반해, ‘나쁜놈’과 ‘GGBB’을 보면 모두 트랙 연출이나 메시지적으로 기존 마마무식 톤 앤 매너를 그대로 복붙했다. 구간마다 장르적으로 이런저런 비틂을 주는 부분은 재미 포인트일 수도 있겠다만 가창에서 드러나는 특유의 마마무식 연출과 더해져 산만하게 느껴진다. 특히 ‘GGBB’의 경우 00~10년대 초까지의 국내 몇몇 음악들이 연상되는 레트로하고 멜로우한 무드가 매력적인데, 점차 빡세고 피로한 음악보다 힘을 뺀 곡들이 시장에서 하입을 받는 지금, 오히려 이를 트랙 내내 일관되게 가져갔다면(그리고 더 부드럽게)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다.
무엇보다 어중간한 건 콘셉트다. 뮤직비디오만 하더라도 이것저것 보여주다가 연극처럼 마무리되는 일련의 과정에 핵심이 없다. 앨범 제목을 조금이나마 풀어보려고 했던 것 같지만 그 연결고리가 어설프다. 앞서 말한 것처럼 마마무가 수익적으로 미니멈을 지킬 수 있는 그룹이라면 더욱 확실히 플러스(+) 요소를 가져도 충분하다고 본다. 콘솔게임에서처럼 본작이 수작이라면, 확장판은 좀 더 과감할 필요가 있다.
교야 :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너무나도 당연한 욕구이지만, “사랑받고 싶어요”라고 누군가에게 고백하는 일은 아주아주 어려운 일이다. 나를 사랑하는 이에게는 사랑을 요구하는 내가 사랑스러울 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를 고백하는 당사자는 스스로가 초라하고 자존심을 바닥까지 긁어내야 겨우 꺼낼 수 있는 말일 수도 있기에 말이다. 때문에 나는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기껏해야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의미 없는 사진을 올려 누가 읽은 지 확인하거나, 오히려 날을 세워 상대방을 찌르기도 한다. 부끄러운 욕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앨범을 통해서 장들레를 처음 마주했음에도 불구하고, 앨범 내내 사랑받고 싶다고 고백하는 그가 아주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부끄러운 마음에 뒤죽박죽 뒤엉켜 형체를 숨겨두었던 나의 욕구도 저렇게 예쁜 모양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앨범을 재생하면 생각을 할 틈도 없이 ‘무슨 생각’이 시작된다. 피아노와 그의 목소리로만 채워진 담백 하지만 솔직한 가사들로 마음이 일렁일 때쯤에 ‘무심하게’의 기타 아르페지오로 가라앉아있던 의식을 감각적으로 건드리고, 앨범 내내 이어진 잔잔하지만 강한 사랑타령들은 ‘사랑하고 싶어’에서 가장 크게 터뜨린다. 이후엔 색소폰과 레트로한 신스 사운드 등과 함께 밴드 셋의 곡들이 이어지며 본인에게 필요한 사랑에서 타인에게 주고 싶은 사랑으로 시선이 옮겨가고, 이내 소강된 뒤 마지막 곡 ‘무지막지하게’에서는 감정들을 쏟아낸 마음에 바람이 드는 건지, 처연한 고백들에 이제는 질려 버린 건지, 리드미컬한 피아노 연주와 적극적인 가사를 친구들과 함께 노래하며 끝이 난다.
트랙 하나하나에 의도된, 솔직한 감정선에 동요하는 스스로를 보며, 누군가 요즘 한국 발라드는 어떤 모습이냐고 묻는다면, 혹은 아직도 그런 음악들이 의미가 있냐고 묻는다면 이주영, 전진희와 함께 이 앨범을 들려주고 싶다. 솔직하고 꾸밈없는 표현 덕에 누군가에게 내 부끄러운 욕구를 들킬까 추천하기도 용기가 필요한 앨범이지만 이렇게라도 마음을 대신해 주는 음악이 있음에 감사하다. 이런 마음이 나의 전부는 아니지만 말이다.
frank : R&B, 록, 펑크, 로파이 팝까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Dreamer Isioma가 새로운 싱글로 돌아왔다. 매체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에게 끌리는 이유가 음악의 장르 때문이 아닌 자신의 ‘아우라’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듯, 그녀에게 장르란 스스로의 색깔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 같다. 익숙한 장르에 자신만의 터치를 더 해 전혀 새로운 음악처럼 들리게 만드는 것. 이것이 언제나 그녀의 방식이었다.
이번 싱글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여지없이 발휘된다. 첫 번째 트랙 ‘Touch Your Soul’은 전형적인 아프로 스타일의 비트에 리버브 잔뜩 머금은 Dreamer Isioma의 보컬이 더해지며 끈적하면서도 몽롱한 톤앤무드의 개성 있는 곡이 완성됐고, 다음 트랙인 ‘Love & Rage’에서는 단조로운 진행의 레트로한 비트에 보이스 FX를 활용해 무드의 변화를 꾀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놓치지 않은 것은 ‘캐릭터’. 전혀 다른 스타일의 두 곡에서 Dreamer Isioma라는 이름표가 강력한 존재감을 뿜는다. 이번에도 그녀는 자신의 음악을 쉬이 규정짓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교야 : 3년 만의 새 정규앨범 [Mystical Magical Rhythmical Radical Ride] 발매를 앞두고 있는 Jason Mraz의 두 번째 선 공개 싱글이다. 앨범 제목부터 내가 그린 기린 그림 마냥 다채로운 에너지의 마법 같은 여정이 연상되는 만큼, 가장 먼저 공개된 싱글 ‘I Feel Like Dancing’에서는 펑키한 사운드의 브라스와 베이스라인이 돋보이는 디스코 풍의 트랙과 뮤직비디오로 여정의 신호탄을 터뜨렸다.
두 번째 싱글인 ‘You Might Like It’은 앞선 곡에 비해서는 비교적 비장한 톤앤매너를 갖지만, 앨범 제목의 키워드를 모두 조화롭게 담아내 귀를 기울이게 하는 트랙이다. 아라빅 느낌의 늘어지는 버징 리프로 시작되는 곡은 석양 아래, 미지의 세계로의 여정 같은 신비로움을 자아내고, 잘게 쪼개진 기타 피킹이 계속해서 걸음을 유도하며, 이후 들어오는 피아노와 펑키한 베이스, 마법 같은 스트링과 코러스는 마치 이 여정을 함께하는 동료인 것만 같은 존재감을 준다.
그가 건네는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는 부드러우면서도, ‘Geek in the Pink’와 같이 래핑에 가깝게 타이트한 부분이 있음에도 분명하게 전달된다. 아직까지는 어떤 획기적인 자극이나 이전의 신선하고 위트 있는 포인트를 찾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그의 곡을 선택할 때는 그런 요소보다 언제나 사랑과 평화를 노래하는 그가 이번에는 어떤 악기와 동료들과 함께 어떤 희망을 그리고, 노래할지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저 트렌디한 시대의 흐름으로서 의 메시지가 아닌, 삶과 음악을 통틀어 보여주는 진정성이 듣는 이에게 성공적으로 가 닿는다는 점에서, 그의 가치를 논할 수 있지 않을까?
최크롬 : 요아소비는 음악의 기반이 음악 그 자체보다는 스토리텔링(소설을 베이스로 만들어짐)에 상당한 비중을 두었기에, 공백기 없이 꾸준하게 곡을 찍어내는 편이다. 영감의 수급과 기획적이 고민이 덜하다는 점에서 장점이 될 수도 있겠으나, 결과적으로 메시지와 테마를 더 강조하는 탓에 ‘夜に駆ける’ 히트 이후 신선함이 많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이쿠라의 음색만 밀고 가는 건지 모르겠지만 늘 같은 송폼에 예측가능한 멜로디를 보면 과연 음악적인 고민이 충분한가라는 생각도 든다. 소위 요씨 3대장이라 불리는 라인 중에서 22년 이후 이렇다 할 반향을 일으킨 것도 아니다. ‘セブンティーン’의 경우는 위의 경향성이 더욱 두드러진 편이다. 사운드 소스만 약간 락킹하고 무겁게 바꾼 다음 기존 곡에 존재하던 요소들을 키메라처럼 짜깁기해서 만들었다. 그게 아니라면 이 기시감은 늘 같은 진행과 노트 밀도를 가진 탑라인에서 비롯된 걸까? 내가 케이팝의 빠른 흐름에 익숙해져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요아소비는 너무 오랫동안 노를 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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