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3년 4월 1주)

김뜻돌, 죠지, 지수, Daniel Caesar, Ed Sheeran 외

by 고멘트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1. 김뜻돌 - '다섯 번째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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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온 : 포크, 록, 재즈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아티스트, 김뜻돌의 싱글이다. ‘COBALT’색의 여름을 보여주던 그녀가 이번엔 봄과 함께 돌아왔다. 이번 싱글에서는 전작에서 보여준 강렬한 록 사운드와 상반되는 Chamber Folk 장르의 곡을 선보였는데, 만돌린, 아이리시 휘슬, 리코더와 같은 목가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악기를 사용하여 푸르른 봄의 이미지를 풍부하게 표현했다. 수채화 같은 바이올린 소리와 청명한 만돌린 소리, 김뜻돌의 나른한 보컬이 한데 모여 완연한 봄을 그린다. 생경하지만, 조화로운 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리 신선한 곡은 아니다. 그녀에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상을 안겨주었던 [꿈에서 걸려온 전화]의 수록곡 ‘이름이 없는 사람’과 너무 비슷하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봄’과 ‘이름이 없는 사람’의 차이를 말하자면, 악기 구성뿐이다. 인트로부터 곡이 고조되는 형식, 멜로디, 넓은 초원이 그려지는 분위기까지 모두 유사하다. 물론 이 곡을 처음 듣고 ‘이름이 없는 사람’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두 곡을 다 들어본다면 내 말을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김뜻돌의 다음 신보는 이번 싱글보다 더 업그레이드될 거라고 예상한다. 김뜻돌은 큰 공백기 없이 음악을 만들어 왔고, 장르적인 변화 또한 게을리하지 않았다. 좋은 작품은 아티스트의 성실함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기에, 그녀가 새로운 음악들을 계속해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김뜻돌의 신보를 기다리겠다.





"처음이자 마지막 정규? 약한 소리 말아요"


2. 죠지 - [F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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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9 : 익살스럽고 유머러스한 이미지와 달리, 뮤지션 죠지가 지금까지 해온 음악은 꽤 차분하고 진지한 편이다. 느린 템포의 비트 위에서 매력적인 보이스와 멜로디로 승부하는 음악 스타일, 그것은 그의 가사 주제와도 밀접하게 닿아있었다. 구체적으로 죠지의 음악 속 화자는 사랑과 인간관계 속에 있으면서도 그것을 낯설어하고 관찰하는 사람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음악적 성향은 정규앨범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이번 앨범의 키워드는 ‘Forever’인데, 음악을 듣다 보면 이것은 영원을 믿는 이의 희망찬 메시지가 아니라는 걸 금방 깨닫게 된다. 사실 그건 끝을 예감한 이의 이루어지기 힘든 소망에 가깝다.


그런데 이러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에 죠지의 음악은 밋밋하다. 앨범 대부분의 트랙을 담당한 프로듀서 archie의 비트는 구성적으로 변화가 없어서 제대로 임팩트를 느낄 만한 지점이 없다. 다시 말해 프로듀서로서의 개성과 실력을 보여주는 구간은 없다는 것이다. 개별 트랙들이 그렇다 보니 앨범 전체의 인상 역시 심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를 archie의 탓으로만 돌리기엔 적절하진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이러한 문제가 그의 기량 때문이 아닌 앨범의 주인, 죠지의 디렉션 때문일 수 있기 때문이다. archie가 참여하지 않은 죠지의 이전 앨범들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비슷하게 나타났었다.


물론 앨범에 매력 있는 구석이 전혀 없지는 않다. 기독교적 색채가 드러나는 ‘jericho’는 앨범에서 가장 흥미로운 트랙이다. 구약 성경 속 ‘여리고 성’ 모티브를 따와 이전까지 이어져 오던 멜랑꼴리한 감성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의지가 폭발적으로 나타난다. 실리카겔 김한주의 울부짖는 듯한 보컬과 해체적인 가사가 등장하는 순간이 이 트랙의 하이라이트이자 앨범의 하이라이트다.


죠지는 피지컬적으로나 스킬적으로나 강력한 보컬을 가진 뮤지션이 아니다. 거기에 더해 음악적으로 이지리스닝한 무드를 추구해 온 탓에 그의 음악은 꽤 자주 지루하게 느껴진다. 의욕적인 면모가 뮤지션의 미덕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그의 음악적인 색깔과 메시지가 좀 더 생명력을 가지기 위해선 모험과 도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잔향으로 빚어낸 잔향"


3. 지수 –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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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봄 : 블랙핑크 멤버 개개인이 가진 브랜드 이미지와는 별개로, 지수는 아티스트로서의 역량이 비교적 가장 떨어지는 멤버라고 평가받곤 한다. 이에 대부분의 대중이 과연 지수의 솔로 활동은 어떻게 이루어질지에 대해 궁금증을 가졌을 것이다. 필자 또한 그 대중 중 한 사람이었으므로 지수의 앨범에 대해 기대 아닌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보니 YG는 최선의 방법으로 최선의 결과물을 도출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이틀곡 ‘꽃’은 전반적으로 미니멀한 구성이 돋보이는 곡이다. 드럼 리듬은 림샷을 연상시키는 사운드와 하이햇 정도만 연주되거나 등장하지 않고, 베이스 역시 낮은 플럭 사운드가 마디 초에 잠깐 나타났다가 잔향을 남기는 방식으로 마디를 이끌어간다. 트랙 멜로디를 채우는 플럭 사운드 역시 베이스와 함께 잔향을 남기는 모습이다. 그나마 브릿지 파트에서는 빈 공간이 좀 채워졌다는 느낌이지만 금방 보이스 샘플과 함께 등장한 미니멀한 드랍 파트가 이를 금세 무마시킨다. 이렇듯 곡의 사운드적 요소가 간단해서인지 몰라도 가사에서 “파란 나비”, “붉게 타버려진”, “하얀 꽃잎”과 같은 표현으로 곡에 나름의 색채감을 부여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수의 보컬을 완전히 살려내진 못한 듯했다. 힘이 부족한 지수의 보컬과 어울리기 위해 사운드의 힘을 같이 빼보았지만, 어우러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블랙핑크로서 보여주었던 음악이나, 다른 멤버들이 보여주었던 음악들에 비해 상당히 간단한 구성이라 이 싱글에서 풍성함을 기대했다면 기대 이하의 감상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아티스트가 소화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인하우스 프로듀서들과 MV, 안무 등 기타 기획진들이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어쩌면 지수의 이번 싱글은 아티스트에게 가장 잘 어울릴 스타일의 옷을 최선의 재료와 최선의 방법으로 지어 입히는 K-POP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싱글일지도 모르겠다.





"who's gon' stop me, I'm unstoppable"


4. Daniel Caesar - [NEVER ENOUGH]

준9 : 자신이 설립한 독립 레이블 Golden Child Recodings에서 앨범을 내고 활동해 왔던 다니엘 시저가 어느 순간 Republic Records와 계약해 앨범을 발표했다. 이전 어느 인터뷰에서 대형 레이블과의 계약 의사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 부정적으로 답했던 만큼 이 사건은 의외의 결정으로 보였다. 가장 불안했던 것은 다니엘 시저의 창작 활동에 관해 레이블이 통제권을 행사할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NEVER ENOUGH]은 그런 걱정을 우습게 만드는 앨범이다. 다니엘 시저의 온전한 결정으로 만들어지다 못해 레이블의 철저한 지원 아래서 만들어진 결과물로 보인다.


앨범의 전반적인 사운드 결은 이전 결과물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음악적 지형을 더 넓혔다는 인상이다. 총 열다섯 트랙 중 절반 지점인 ‘Cool’까지는 익숙한 편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고, 사랑해 온 다니엘 시저의 정서와 편곡이 펼쳐지며 음반을 꺼내든 리스너를 만족시킨다. 특히 발라드곡 ‘Always’는 앨범에서 가장 반짝인다. 따뜻한 질감의 EP로 시작해 포크록적인 구성으로 펼쳐지는 이 러브송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법한 멜로디와 질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앨범의 중반 이후부터는 실험적인 요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Buyers Remorse’의 오토튠 효과, ‘Shot My Baby’의 곡 콘셉트를 강조하는 하이햇 샘플 사운드 운용, ‘Homiesexual’의 Ty Dolla $ign의 등장 등등, 이전 시저의 곡에서 느껴보지 못한 의외의 감흥이 계속 제공된다.


이렇게 만족스러운 사운드는 앨범 대부분의 트랙을 책임진 Dylan Wiggins의 공이 크다. 그는 Kali Uchis, Rosalía, The Weeknd, Lucky Daye 등과 작업해 온 재능 있는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이번 앨범에서 시저와 함께 앨범을 잘 조율해냈다. 그 밖에도 앨범에 참여한 걸출한 아티스트들, Raphael Saadiq, Mark Ronson, Mustafa, serpentwithfeet, Ty Dolla $ign, Omar Apollo 등도 그들의 재능을 아끼지 않고 작품에 녹여냈다.


“who's gon' stop me, I'm unstoppable”라는 인상적인 라인으로 앨범을 마무리하는 ‘Unstoppable’까지 듣고 나면 다니엘 시저의 창작욕과 예술적 재능을 의심하기 어려워진다. 그는 결코 대형 레이블이 입맛대로 바꾸어놓을 그저 그런 뮤지션이 아니었다.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수밖에"


5. Ed Sheeran – ‘Eyes Clo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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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봄 : 우리는 살아가며 다양한 종류의 슬픔을 마주하고 산다. 사람마다 슬픔을 대하는 방식 역시 여러가지이지만, 어느 누군가는 눈을 감아 슬픔을 회피하곤 한다. 5월 발매될 Ed Sheeran의 사칙연산 시리즈의 마지막 [- (Subtract)]를 알리는 선공개 싱글 ‘Eyes Closed’ 속 화자가 그런 모습이다. 화자는 어디를 보아도 그 사람의 모습이 보여서 결국 눈을 감아버릴 수밖에 없다. 슬픔을 차단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지만, 세상과 단절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기도 하다.


Ed Sheeran 특유의 음색과 공간감 있는 사운드들은 곡의 전반에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어쿠스틱 기타를 포함한 다양한 것들이 그렇지만 특히 후렴에서 여러 겹으로 귀를 감싸 안는 코러스는 그 자체만으로 위로를 주는 요소이다. MV의 연출 역시 상당히 돋보인다. MV 속 Ed Sheeran은 어디를 가더라도 커다란 파란 인형, 슬픔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어디를 보아도 파란 인형이 보이고, 차에 갇힌 채 파란 호수에 잠겨 있는 Ed Sheeran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술을 마시고, 눈을 감고 춤을 추는 게 전부이다. 다양한 장소에서 인형을 외면하던 그는 결국 인형을 똑바로 바라보게 되고 인형은 이윽고 사라진다. 즉, 슬픔을 극복하는 법은 슬픔을 외면하는 것이 아닌 바라보고 인정하는 것이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가까운 지인을 잃는 등 Ed Sheeran이 최근 몇 년간 겪은 슬픔들과 그것들을 이겨내는 방법이 동시에 이 곡에 담겼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슬픔만을 욱여넣은 것이 아닌 따뜻한 위로가 함께 담겨 있기에 듣기 부담스러운 곡은 아니다. 감성을 담은 모습을 보았으니 이제 조금 더 개성적이고 컨셉츄얼한 곡을 기대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내실 좋은 신스 펑크의 탄생"


6. Q – ‘NOT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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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온 : 최근 3-4년 동안은 국내외 할 것 없이 레트로 풍의 Synth Pop이 쏟아져 나왔다. 양적으로도 시기상으로도 유니크한 곡이 새롭게 나오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을 단숨에 깨버린 곡이 나타났다. 바로 ‘NOT ALONE’.이다. ‘NOT ALONE’은 묵직한 신스 베이스와 펑키한 리듬이 매력적인 Synth Funk 장르의 곡이다. 사운드만 언뜻 들으면 위켄드를 떠올리고 말아 버리겠지만, 이 곡에서는 조금 더 촘촘한 80년대의 바이브를 느낄 수 있다. 먼저, 보컬 스타일이 그 예다. 이 곡에서 돋보이는 보컬 특징은 가성인데, Prince 특유의 보컬이 연상되기도 한다. 인트로에서 등장하는 늘어지고 낮은 피치의 음성 또한 Prince의 ‘1999’의 인트로와 유사하며, 보컬 뒤에 깔리는 코러스(화음)는 Ah-Ha의 ‘Take Me On’나 Eurythmics의 ‘Sweet Dreams’에서 들릴 법한 코러스와 닮아 있다. 이러한 요소를 바탕으로 그의 세련된 R&B 스타일의 보컬을 녹여낸 결과, 내실 좋은 2023ver Synth Funk 곡으로 탄생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색이 강한 것들을 계속해서 오마주하다 보면, ‘제2의’와 같은 꼬리표를 피할 수가 없다. Q는 더욱이 그럴 위험이 있다. 가장 성적이 좋았던 [The Shave Experiment]만 해도 그렇다. [The Shave Experiment]에서는 Neo Soul, Psychedelic R&B 등의 곡들을 선보였는데, 트랙 곳곳에 Frank Ocean, Childish Gambino의 색이 강하게 느껴졌다. 많은 대중들 또한 그 이름을 언급하고 있었고, 실제로도 두 아티스트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인다. 이런 현상은 아티스트에게 썩 좋은 현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가 지금껏 낸 음악들 중에서 온전히 그만의 색깔이 담긴 곡이 있는가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오랫동안 Q라는 이름을 남기기 위해선 제2의 Frank Ocean, 제2의 Childish Gambino가 아닌 Q로서 할 수 있는 음악들을 선보여야 하지 않을까. 이 싱글 이후로 Q의 정체성이 조금 더 견고해질 수 있길 바라본다.





※ '준9', '미온', '동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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