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실베실 : 데뷔 곡 ‘ELEVEN’과 메가 히트곡으로 자리매김한 ‘LOVE DIVE’를 통해 구축한 아이브의 음악적 특징은 ‘킬링 파트의 파괴력’으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힙합과 R&B, 그리고 복고라는 키워드가 지배하고 있는 K-Pop 씬에서 비교적 순도 높은 Electro Pop을 내세워 Chorus 직전에 ‘난 몰랐어 내 맘이 이리 다채로운지’라는 가사에 템포를 조절해 임팩트를 부여한다거나 긴장감 가득한 Pre Chorus를 선보인 후 ‘숨 참고 Love Dive’라는 가사를 읊조린 뒤 Post Chorus 혹은 Drop 파트로 전환시키는 것이 그 예시다. 타 그룹들이 천편일률적인 Trap과 Synth Pop이라는 늪 안에서 헛발질을 연속할 때, 아이브는 ‘나르시시즘’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구조적 동일성을 가진 Electro Pop 음악들을 연속해서 선보이며 개성과 존재감을 각인하는데 성공했다.
그에 반해 이번 앨범의 음악적 특징은 영 모호하다. 선공개 곡 Kitsch는 “우리만의 자유로운 nineteen’s kitsch”라는 가사를 반복하며 우리를 세뇌하려 하지만 문장 자체가 재미가 없고 지나치게 직선적이기에 아무리 가사를 되풀이해도 (Drop 파트를 제외하면) 딱 다섯번 나올 뿐인 “숨 참고 Love Dive”의 파괴력을 따라잡지 못했다. Chorus의 급작스러운 파트 전환 역시 ‘ELEVEN’ 혹은 ‘LOVE DIVE’의 자연스러운 진행과 비교하면 어딘가 어색함이 가득하다. ‘I AM’은 ‘AFTER LIKE’의 기조를 이어받아 Electro Pop 장르가 아닌 복고적인 Synth Pop을 택했지만 눈에 띄는 파트가 부재할 뿐 더러 기억에 남는 가사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수록 곡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무난한 곡이다.
이 문제는 앨범 전체적으로도 이어진다. ‘Blue Blood’와 ‘I AM’까지는 그래도 어떻게 유기성이 파악되지만 빌보드에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는 나른한 Alternative Pop 장르의 곡 ‘Lips’를 시작으로 참극이 펼쳐지고 만다. ‘섬찟 (Hypnosis)’은 다크한 피아노 라인을 위시해 하프타임 리듬, 다양한 신스 소리 등으로 제목 그대로 섬찟한 느낌을 표현하려 노력한 곡이나 직전 트랙들인 ‘Lips’부터 ‘Mine’까지는 전형적인 10대의 말랑말랑하면서도 복고적인 Alt Pop이었기에 갑작스레 나타났다는 인상만 강하게 남기고 만다. 그 뒤에 등장하는 ‘NOT YOUR GIRL’은 전형적인 Funky한 섬머 송이기에 더더욱 혼란을 가중시킨다. 황현이 참여한 ‘궁금해’ 역시 지나치게 아련한 느낌이 강해 마찬가지로 기존 곡들과 아우러지지 못하며 'Shine With Me'는 마지막 곡을 Pop Rock 장르 속에 팬덤을 향한 가사로 채우려는 진부한 시도 의도가 뻔히 보여 얄팍하게 들릴 뿐이다.
저번 싱글 ‘AFTER LIKE’ 역시 ‘ELEVEN’과 ‘LOVE DIVE’에 비교했을 때 퀄리티가 조악했고 복고라는 선택 역시 아쉬웠다지만 그래도 어떤 부분에서 포인트를 주려 했는지 까지는 명확하게 파악이 가능한 곡이었다. 그렇지만 ‘I AM’은 ‘현재 K-Pop에 차고 넘치는 복고 풍의 Synth Pop, Disco 장르를 선택해 무엇을 노리려 했는지’, ‘또 어떤 부분에 포인트를 주려 했는지’ 물어봐도 그 어느 하나도 답을 찾을 수 없는 곡이다. 그냥 창고에서 되는대로 집어 온 듯한, 유기성이라고는 찾으려야 찾아볼 수 없는 백화점식 앨범 구성은 덤이다. 음악 외적으로 RGB를 이어받아 White Color를 사용한 앨범 컬러라거나 ‘IVE’를 이용한 언어 유희들은 좋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MSG일뿐 절대로 메인 디시가 될 수 없다. 차트 성적은 괜찮았다지만 지금 IVE의 인지도를 생각한다면 ‘I AM’과 ‘Kitsch’가 아니라 헤이즈의 ‘빙글빙글’ 같은 노래를 들고나왔어도 성적은 같았을 것이다. 처참할 정도로 퀄리티가 떨어지는 ‘꽃’이 3등을 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도 현재 차트가 얼마나 인지도 하나에 의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글로벌이 우리를 주목하는 이유? 그건 아닌 거 같은데…??"
2. Kep1er (케플러) – [LOVESTRUCK!]
만돌 : 전 세계를 향해 와다다 달려왔던 케플러가 새로운 앨범으로 컴백했다. “시즌형 아이돌, 조작 의혹, 투표의 불공정” 등 많은 차가운 선입견이 함께했지만 그들의 시작은 화려했다. 쟁쟁한 경쟁에서 특히 해외 시장에 큰 관심을 받고 “역대 걸그룹 데뷔 앨범 초동, 역대 최단기간 음악방송 1위” 이런 대기록을 경신했다. 그들이 케플러에 열광했던 이유는 퍼포먼스의 비중이 크다. 실제 멤버들의 평균 춤 실력은 상향 평준화되어 있으며 9명의 멤버로 다양한 군무를 선보였다. 정확한 수치로 의견에 힘을 보태면 데뷔곡 와다다의 퍼포먼스 영상 조회 수는 같은 연도에 데뷔한 뉴진스, 르세라핌, 아이브의 데뷔곡 퍼포먼스 영상 조회 수보다 월등히 높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그런 느낌이 나지 않았다. “이지 리스닝” 이 한마디로 노래를 표현하고 싶다. 귀여운 안무와 멜로디가 반복되는 곡으로 무엇보다 결정적인 한방이 없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한방은 멤버 개인이 돋보이는 구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노래는 멤버가 9명씩이나 필요가 없고 실력이 좋지 않은 걸그룹이 자주 하는 선택이다. 즉, 케플러의 매력을 1도 보여주지 못하는 곡이다. 15만장이라는 이번 앨범 초동 판매량이 그것을 증명한다. 걸그룹 치고 15만장이면 괜찮은 거 아니야? 이런 반의를 가진 사람들도 있겠지만 케플러는 항상 20만장 이상의 초동 판매량을 기록했던 그룹이다. 따라서 그들은 이번 앨범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걸그룹의 앨범도 100만 장 팔리는 그리고 해외 투어를 주기적으로 도는 세대이다. 하나로 모여 최고가 되겠다는 포부를 가진 Kep1er 역시 5월 일본 아레나 투어를 예정하고 있다. 그 투어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시즌형 아이돌이고 내년에 해체되니까 컴백 주기를 짧게 해 앨범을 최대한 많이 제작하자! “이런 전략이 아닌 조금 긴 시간을 투자하더라도 그들의 당돌한 패기를 강렬한 안무와 함께 보여주는 그런 앨범을 글로벌 팬들은 기다리고 있다.
"이런 건 어때요?"
3. 이채연 – [Over The Moon]
율 : 난데없는 뱀파이어 컨셉으로 당황스러웠던 지난 앨범 ‘Hush Rush’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키치한 멜로디가 이채연의 보컬과 어울렸으나, 개연성 부족한 컨셉에 아쉬움이 컸던 건 다른 리스너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뒤를 이은 이번 앨범에서는 조금 더 강렬한 색채를 보인다. 먼저 타이틀은 제목 ‘Knock’을 직관적으로 연상케하는 베이스 비트로 중독성을 가져가면서 리드미컬한 멜로디, 곡에 재미를 더하는 효과음과 더블링한 보컬이 매력적이다. 개인적으로는 ‘Hush Rush’가 이채연 보컬에 더 어울렸다 생각하지만, 이번 타이틀도 생각지 못한 바이브라 눈길을 끌었다. 3번 트랙 ‘I Don’t Wanna Know’는 Drift Phonk 장르로 인트로부터 강한 메탈 사운드가 등장하며 귀를 사로잡는다. 앨범 스토리텔링과도 어울리는 장르와 톤앤매너였으나, 아쉬운 것은 하드하고 날카로운 메탈 사운드에 이채연의 보컬이 밀리는 것 같다는 점이다. 그러나 치열한 여돌 전성기에 솔로로 나선 상황에 뭔들 못 하겠나. 이런 새로운 시도도 자기만의 색깔을 찾는 데에 유의미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더 고민되어야 할 부분은 여전히 위화감이 드는 비주얼과 연출이다. 타이틀 곡 톤앤매너와 맞지 않는 하이틴 스타일의 의상과 배경, 여전히 잃지 못한 것 같은 뱀파이어 컨셉은 아직도 의아하다. 특히 별안간 붉은 액체를 마시는 장면과 관에 누워있는 연출은 어떻게 봐도 뱀파이어 세계관을 이어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왜 뱀파이어를 놓지 못 하는지… 어떻게 이어가려는 건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음악에서 다양한 시도를 보이는 것만큼 비주얼적으로도 다양한 연출을 시도하며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이제 두 걸음 내딛었을 뿐이다. 아쉬운 점도 많고 부담감도 크겠지만, 조금 더 자유롭게, 그리고 더 당차게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행보를 보이길 응원한다.
"신선을 넘어 전율이 흐르는 조합"
4. David Guetta, Anne-Marie, Coi Leray - [Baby Don’t Hurt Me]
만돌 : EDM의 죽지 않는 전설이라고 불리는 David Guetta가 이번에는 세계적인 슈퍼스타 Anne-Marie, Coi Leray를 선택했다. 타이틀곡 Baby Don’t Hurt Me는 Haddaway의 What Is Love를 샘플링 한 곡으로 많은 리스너들의 이목을 끌었다. 원곡을 모르는 사람이 처음 접하게 되더라도 “오! 여기가 샘플링 됐구나??”이런 느낌이 바로 올 정도로 원곡의 매력을 최대한 살린 곡이다.
처음에는 DJ와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명가수의 보이스가 합쳐지면 조금 산만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2분 17초라는 짧은 러닝타임이 아쉬울 만큼 노래가 너무 좋다. 무엇보다 사랑을 성적인 노력에 맞추어 표현한 Leray의 접근 방식이 신선했다. 어쩌면 노래의 전반적인 무드와 안 어울릴 수도 있지만 이런 가사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한 그녀가 생각하는 사랑을 가장 솔직하게 표현했다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Dance Pop 적인 분위기가 많이 노래에 들어있어서 해외 노래에 거부감을 느끼는 국내 사람들도 쉽게 빠져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부터 이런 스타일의 노래를 한국 댄서들이 커버하는 영상이 많은 인기를 얻었다. (따지고 보면 이게 챌린지의 시작이다.) YouTube 채널 “1 MILLION Dance Studio”가 가장 대표적으로 미국 팝송으로 많은 안무 영상을 제작한다. 이 노래 역시 충분히 K-pop 적인 댄스를 합칠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바이럴로 언제든지 한국에서 역주행이 가능한 곡이라고 본다.
"리듬 앤 블루스 앤 드럼 앤 베이스?"
5. Nia Archives - [Sunrise Bang Ur Head Against Tha Wall]
베실베실 : 언젠가 친구와 대화하며 현재 R&B 씬에서 ‘Trip Hop’ 장르가 알음알음 쓰이기 시작하고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장르적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진 지금은 R&B에선 Trap이나 Rock 사운드를 차용하는 것은 디폴트고 이제는 새로움을 위해 Trip Hop이나 Glitch 같은 마이너한 전자 음악에까지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시점이기에 이 작품은 더욱 더 흥미롭다. 보컬 운용과 피아노, 기타와 같은 화성 악기의 운용만 봤을 때는 앨범의 곡들은 Neo Soul 그 자체에 가깝다. 아프리카의 느낌이 섞인 그녀의 보컬은 전형적인 UK R&B이며 ‘Baianã’에서는 브라질의 민속 음악인 ‘Baião’장르가, ‘That’s Tha Way Life Goes’에서는 Bossa Nova의 흔적이 어렴풋이 들린다. 몽환적인 신스 소리가 지배하는 ‘No Need 2 Be Sorry. Call Me?’ 라거나 기타 아르페지오가 2000년대 Contemporary 음악을 연상케 하는 ‘Conveniency’는 현대 R&B의 공식을 그대로 이식한 곡들이다. 그렇지만 이 앨범은 리듬 파트를 통해 다른 곡들과 차별화해낸다. Jungle을 비롯한 Drum and Bass라는 전자 음악 장르의 다양한 갈래와 그 요소들을 차용해 그 누구라 해도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지점을 형성한 것이다. 이런 음악적 융합임에도 불구하고 그 만듦새에는 어색함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So Tell Me …’와 같은 트랙에서는 피아노 리버스, 스트링 등의 장치를 통해 Dream Pop에까지 손을 뻗는데, 이는 마치 이러한 장르적 융합을 시도했음에도 본인은 아직 여유가 있음을 말하는 듯하다. 마지막 트랙 ‘Sunrise Bang Ur Head Against Tha Wall’은 조금 더 전자 음악 본연에 가깝다.
이 Electronic과 R&B의 완벽한 조화는 일견 나로 하여금 Radiohead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였다. 정확히 말하면 [In Rainbows]의 ’15 Step’이나 ‘Weird Fishes / Arpeggi’와 같은 곡들 말이다. 어지간치 좋은 멜로디는 나올 만큼 나온 지금, 또 어지간한 진행과 클리셰는 쓰일 만큼 다 쓰인 지금 음악만으로 리스너에게 신선한 음악을 선보이기에는 굉장히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전혀 다른 두 장르의 융합을 통해 오랜만에 신선함을 느끼게 해준 데에 우리는 기꺼이 박수를 보내야 할 것이다.
"포스트 말론이 포스트 말론 했다."
6. Post Malone – ‘Chemical’
율 : 포스트 말론이 기습적으로 공개한 ‘Chemical’은 앞구르기하며 들어도 포스트 말론 노래였다. 워낙 음악 스타일이 확고한 아티스트라 보장된 맛에 듣는 아티스트라지만, 최근의 ‘Circle’ – ‘Cooped Up’ – ‘Chemical’ 을 연달아 듣다 보면 양산형 포스트 말론(?) 느낌이다. 적당히 밝고 리드미컬한 밴드 멜로디에 오토튠을 쓴 허스키한 보컬로 시원함을 주는 음악들은 오직 포스트 말론만이 할 수 있는 색깔의 음악이고 그게 독특한 매력이다. 그러나 이런 포스트 말론 표 클리셰 곡들이 대중에게 언제까지 먹힐지 모르겠다. 지난 4집 앨범만 하더라도 도자 캣이 피쳐링한 ‘I Like You’가 빌보드 3위로 나름 길게 텐션을 가져갔던 것 외에는 큰 임팩트를 남기지 못 했다. 빌보드 강자의 입지를 다시금 굳힐 한 방이 필요한 시점 같다. 이번 5집의 행보가 중요해진 만큼 이전과는 다른, 뻔하지 않은 ‘포스트 말론’의 음악을 보여주면 좋겠다. ‘Chemical’은 새로운 맛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익숙한 맛으로 던져준 에피타이저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