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3년 4월 3주)

DRIPPIN, Lil Moshpit/Fleeky Bang, 세븐틴 외

by 고멘트

"드리핀의 내수용 이미지 변화 앨범"


1. DRIPPIN (드리핀) – [SEVEN S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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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 23년 4월, 드리핀이 다시 새로운 컨셉을 내놓았다. 과연 이 세계관과 컨셉이 신선한가? 라는 물음이 떠올랐을 때 제대로 대답하기 어려운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7대 죄악(칠죄종)을 담아낸 콘텐츠 자체는 이미 주변에서 여러 번 접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원피스, 귀멸의 칼날, 몬스타엑스의 Shoot Out 등) 사실상 익숙하지 않은 것 중 가장 익숙한 소재를 사용했기에 조금 권태로울 수밖에 없었던 감상이었다. ‘창의적인 접근’ 같은 표현보다는 드리핀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입히고자 했음이 조금 더 와닿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지난 활동에서는 강렬하고 펑키한 빌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섹시에 포커스를 맞춤으로써 변모한 이미지를 담아낸 것은 확실했다. 팬덤이 드리핀에게서 새롭게 보고 싶었던 모습을 투영하고자 한 목적이라면 달성했다는 것이다.


타이틀곡 ‘SEVEN SINS’는 인트로에서부터 강조된 메탈릭 사운드가 독특했다. 플룻 사운드에 금속 이펙트를 입힌 듯 물 밑에 잠긴 것처럼 멍멍한 사운드가 루프 되며 곡이 진행된다. 과장되고 실험적인 이 사운드만 듣더라도 하이퍼 팝만의 독특한 무드가 느껴진다. 레가토 주법을 이용한 루프 사운드가 매끄럽게 이어지는 음악을 만드는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툭툭 끊기는 듯한 리듬을 만들어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음색의 보컬이 주가 되는 드리핀의 음악에 리드미컬함을 더한다. 이런 연출과 더불어, 무수한 악기를 레이어 하여 트랙에 힘을 주는 방식을 내려놓고 댐핑감이 강한 킥 사운드를 보다 강조하거나 곳곳에서 보컬 화음을 쌓아 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드리핀만의 목소리가 더욱 강조되도록 만들었다. 도드라지는 컨셉과 그 캐릭터를 곡 안에 입혀내야 했기에 보컬을 조금 더 강조하는 방법을 이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상적이었다.


추락하는 천사의 시점에서 그려진 가사는 드리핀에게서 직관적으로 묻어나는 이미지와 일치했다. 강렬한 남성미보다는 소년미가 물씬 느껴지는 그들 본연의 이미지와 타락 천사의 조합은 그 자체만으로 높은 개연성을 부여한다. 칠죄종이라는 세계관 또한 확장하여 부담스럽지 않게 담아냈다. 실험적 도전을 거듭하고 복잡한 컨셉을 입혀내야 했기에 입에 확 붙어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쉽거나 피로감이 덜한 곡은 아님이 분명하다. 다만, 아티스트의 새로운 이미지를 입혀내고자 했음은 충분히 와닿았다.


[SEVEN SINS] 앨범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팬덤 내수용 이미지 변화 앨범”이다. 드리핀은 청량함을 정체성으로 굳히지 않고, 빌런 시리즈를 통해 도약하고자 했다. 그리고 여전히 스펙트럼을 넓히는 행보를 그치지 않고, 이번 앨범에서도 다시 도전했다. 멤버 7명 중 6명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연습생 신분으로 출연한 후 데뷔한 그룹이었기에, 쉬이 벗어나기 어려웠던 ‘신인’ 타이틀과 ‘소년’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계속 도전하고자 하는 모습을 이번 앨범에 가득 담아냈다. 다만, 창의적이라고 말하기엔 아쉬웠던 컨셉과 새로운 유입을 목적으로 두기엔 복잡한 서사가 너무 짙게 묻어난 앨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칠죄종이라는 같은 소재가 세 트랙 내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기에 전달하는 메시지가 다 비슷해 보였다. 다만 하이퍼 팝부터 힙합, 하드 록까지 드리핀의 넓은 음악적 소화력은 직관적으로 와닿았던 앨범이라 정리하고 싶다.





"된장찌개집에서 오마카세가 나온다면?"


2. Lil Moshpit, Fleeky Bang – [FLEEKY SEA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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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먼 : 올해 초, 힙합 팬들 사이에서는 연이어 등장하는 드릴 아티스트에 대한 피로도와 K-로컬라이징에 관한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일부 뮤지션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주제로 마찰을 빚기도 했고, 여러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전반적으로 여론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기울었다. 특정 장르가 미디어에 지나치게 노출되다 보니, 트렌드를 떠나 우후죽순 비슷한 사운드의 작업물을 들고 나오는 상황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후 작년까지만 해도 샤라웃을 받던 아티스트들은 ‘드릴친목단’, ‘된장찌개단’ 같은 별명들과 함께 대차게 까이게 되었고, K-로컬라이징 또한 곡의 퀄리티와 관계없이 기피하는 꼬리표 취급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17일, 그 시기 이야기의 중심에 있던 Fleeky Bang (이하 플리키뱅)과 Lil Moshpit (이하 릴모쉬핏)의 합작 앨범이 나왔다.


플리키뱅이 메이저 프로듀서와 진행하는 첫 작업물이고, 작년 [AAA]로 리스너들에게 이미지 변신과 함께 성공적으로 프로듀싱 능력을 인정받은 릴모쉬핏이 프로듀싱에 참여했기 때문에 ‘드릴 래퍼’ 이미지의 변신까지는 아니어도 나름의 완성도 있는 한 방을 기대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앨범 또한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지 못한 그저 그런 ‘K-드릴 앨범’이 되었다. 1번 트랙에서 마지막 트랙에 이르기까지 짧은 러닝타임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구조임에도 듣는 사람이 지쳐버린다. 플리키뱅이 ‘My Ninjas’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티스트 특유의 공격적인 톤이 묵직한 베이스와 조화를 이뤘기 때문인데, 여기서는 그 톤이 발목을 잡는다. 분명 드릴 외에도 트랩이나 다른 요소들을 차용했음에도, 아티스트의 색이 너무 강한 나머지 모든 곡들이 자기 복제에 그치고 만다.


일관된 텍스트도 피로감을 느끼는 데 한몫한다. 무턱대고 공격적인 가사는 대상을 찾지 못해 허둥대다 결국 돈자랑으로 귀결된다. 갱 문화에 기반을 둔 드릴 장르가 국내 정서에 맞추는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경우라고 하지만, 무리하게 느낌만 살리려다 보니 결국 어느 쪽의 공감도 이루지 못하고 로컬라이징의 한계만 드러내고 있다. “넌 말랑하지 마치 크래미”에 이어 나오는 “I don’t stop rappin’ until get a GRAMMY” 에서는 헛웃음만 나왔다.


하지만 프로듀서 릴모쉬핏의 프로듀싱은 유일하게 앨범에서 심폐소생을 시도하고 있다. 타이틀인 ‘How We Came’에서는 Baby Keem을 연상시키는 도입부에 예상 외 지점에 들어가는 일렉 사운드는 꼼꼼하게 아티스트의 빈 공간을 채운다. 수록곡 ‘Okay’는 쉽게 접해본 적 없는 저지 드릴 장르에 아티스트와 피처링의 파트 조합도 좋아 전반적으로 신선한 느낌을 준다. 왜 이 곡이 타이틀이 안되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


앨범을 듣기 전, 매거진에서 진행한 플리키뱅과 릴모쉬핏의 인터뷰를 보았다. 릴모쉬핏은 그간 플리키뱅이라는 아티스트가 미디어를 통해 ‘드릴 래퍼’라는 이미지로만 소비되는 점이 못내 아쉬웠고, 이에 플리키뱅이 이후 장르의 변화에도 리스너들이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이번 앨범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미디어의 단점을 꼽은 그의 이야기도 맞는 말이고, 프로듀싱 또한 아티스트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 이전에 아티스트 본인의 아이덴티티가 너무 강하다 보니 결국 이도 저도 안 되는 결과물이 나오게 되었다.


결국 이 앨범에서는 K-로컬라이징도, 본인들이 인정하지 않는 친목질도 극복하지 못했다. 된장찌개집에서 주방장이 오마카세를 내와도 결국 마무리는 된장찌개다.





"그래… 너네하고 싶은 거 다 해"


3. 세븐틴 (SEVENTEEN) – [SEVENTEEN 10th Mini Album ‘F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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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븐틴은 언젠가부터 대중에게 자신들을 맞추려 하지 않았다. 숏폼, 숏댄스가 전국을 강타했음에도 남이 따라 하든가 말든가 퍼포먼스 퀄리티를 꾸준히 높여왔다. 이번 앨범 역시 세븐틴이 보여주고 싶은 세븐틴을 선택했다.


‘HOT’의 메가 확장판이라 할 수 있는 타이틀 ‘손오공’은 팀 최초로 대규모 크루를 동원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I Luv My Team I Luv My Crew” 등의 가사는 세븐틴 특유의 우정과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역대 유닛 곡 중 가장 강렬한 퍼포먼스를 예상케 하는 ‘Fire’도 그 메시지가 명확하다. 반면, ‘F*ck My Life’나 ‘먼지’ 같은 트랙은 ‘Home’, ‘Not Alone’ 등의 감성이 묻어 있는데, 앞선 두 곡과는 결을 달리하며 음반 안에서 분위기를 계속 바꾸어낸다.


다양한 연출을 항상 같이 가져가려는 세븐틴 음반의 ‘백화점식 구성’은 한 때 K-POP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평가받기도 했으나, 이 팀에게 그것을 적용하는 건 이제 의미가 없다. 앨범의 구성보다 팀원들의 단단한 협합이 소중한 팀이기에, 꾸준하게 발전하며 K-POP의 퍼포먼스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는 세븐틴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틱톡으로 돌아온 넵튠스 사운드"


4. Armani White – ‘SILVER TOOTH. (Feat. A$AP Ferg)’

데이먼 : 작년 9월부터 틱톡 등의 숏폼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Armani White의 세 번째 싱글이다. 곧 발매될 EP [Road to CASABLANCO]의 선공개 곡인 이번 싱글은 2000년대 초 히트했던 Lil Bow Wow의 ‘Take Ya Home’을 샘플링한 곡으로, 미니멀하면서도 특유의 올드스쿨 무드가 돋보인다. 프로듀싱에는 이번에도 July Da Producer 가 참여했는데, 전작인 ‘BILLIE EILISH.’도 N.O.R.E의 ‘Nothin’’을 샘플링했던 것을 생각하면, 컷앤샘플 방식을 애용하는 듯하다.


거기에다 ‘Take Ya Home’의 작곡가가 200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The Neptunes라는 점은 꽤 흥미롭다. 물론 컷앤샘플 방식이 힙합 장르에서는 빈번하게 사용되는 작법이기도 하고, ‘SILVER TOOTH’ 또한 많은 편곡이 들어가지 않아 거의 원곡 피치만 낮추다시피 한 곡이라 이렇다 할 특징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샘플링의 재료가 되는 원곡의 시기가 2000년대에 들어섰다는 점은 시간이 지났음을 실감하게 한다. 한때는 넵튠스 사운드라고 불리던 도입 4박자와 미니멀한 비트 구성은 Neptunes의 해체 후 Pharrell Williams가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하면서 잊혀져갔다. 팬의 입장으로서는 지금의 스타일도 좋지만 그 시기의 무드 또한 그리웠는데, 그런 의미에서 잊혀진 곡들을 샘플링을 통해 다시금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나름 반가운 일이다.


별개의 이야기로, 아티스트 Armani White가 지금의 추세를 계속 이어갈지는 미지수인 곡이라는 판단이 든다. 앞서 나온 두 장의 싱글을 통해 보여준 스타일과 비슷하다는 점이 그 이유다. 그래서인지 초반 후킹한 플로우로 시작하는 도입부도 이제는 새롭지가 않다. 물론 이런 류의 곡들은 중독성 강한 훅과 딱 맞아떨어지는 포인트가 있어 짧은 시간 내 하이라이트를 보여줘야 하는 숏폼에서는 환영받을 수 있지만, 싱글이 아닌 앨범의 경우에도 이런 스타일이 리스너들에게 유효할지는 의문이다. 작년 ‘BILLIE EILISH.’의 틱톡 조회수는 무려 800억 회 이상으로, 짧은 기간 내에 엄청난 하입을 받았던 아티스트의 입장에서는 다음 작업물 하나하나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돌아오는 EP에서는 지금까지의 흥행이 원 히트 원더의 사례가 아님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피처링은 이럴 때"


5. RADWIMPS(래드윔프스) – 'KANASHIBARI (feat. 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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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아 올해 7월 내한공연까지 예정되어 있는 RADWIMPS의 신곡이다.


‘가위눌림’, ‘속박’ 등의 의미를 담고 있는 ‘카나시바리 (かなしばり)’라는 제목과 상응하는 사운드가 곡 전반에 깔려 있다. 전체적으로 더티하고 불안정하게 진행되며 답답하고 무거운 감정을 전달하는데, 독특한 분위기의 진행이 귀를 사로잡는다. 하지만 훌륭한 노다 요지로의 보컬도 이 강렬한 사운드에 밀려 존재감이 약해진다.


이런 약점을 미리 간파한 것인지, 적절한 타이밍에 ao의 보컬을 피처링으로 활용했다. ‘feat.’이라는 말만 붙여 놓고 아무것도 못하고 끝나거나, 너무 독보적이라 곡을 다 잡아먹는 경우도 부지기수인데, 이 곡에서의 피처링은 곡의 분위기를 전환시키면서도 감상을 안정적으로 흐르게 한다. 이후 다시 노다 요지로의 보컬이 흘러나올 때도 위화감이 전혀 없다.


곡의 주인공 자리를 잠시 내어주는 래드윔프스의 똑똑한 연출력이 돋보이고, ao라는 좋은 보컬을 발견하게 해주는 곡이다.





"나 오늘 네 여친을 죽이려고."


6. SZA – ‘Kill Bill (Feat. Doja 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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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 또 무슨 킬 빌 타령이냐 묻는다면, SZA의 싱글 앨범이 다시금 리믹스 버전으로 지난 14일 발매되었다. 원곡에서 SZA의 읊조리는 싱잉랩을 도자캣이 대체했다. ‘Kiss me more’에 이어 SZA와 도자캣의 조합이라니 듣지 않을 수 없다. 두 아티스트의 조합과 함께 이미 차트로 증명된 ‘Kill Bill’이었기에 사실상 그 어떤 것보다 안정적인 아웃풋이 예상되었고, 실제로도 그렇다. 쨍하고 훅 뱉어내는 랩이 도자캣의 기존 특징이라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번 피처링에서는 로우톤으로 말하듯 쏟아내는 랩핑으로 인트로를 꽉 채웠다. 라디오에 테이프를 꽂아 재생하듯 먹먹한 베이스 사운드와 빈티지한 드럼 소리가 인상적이었던 곡에 도자캣의 긁는 음색이 더해지니 살인을 고백하는 가사에 더욱 날것의 느낌을 불어넣는다. 곡의 몰입도를 끌어낼 설득력 있는 장치가 되었다. 잔잔하고 빈티지한 트랙, 로맨틱한 탑라인, 넉넉한 리버브만으로도 차분하고 좋은 곡이 되었는데, 마치 잔혹 소설의 한 에피소드를 펼쳐보듯 살벌한 가사가 덧대어지니 유니크함까지 잡았다. 스피드 업 버전, 어쿠스틱 버전, 보컬 버전까지 이미 수없이 파생 ‘Kill Bill’이 있으나, 지겹다고 한들 한 번쯤 듣고 가길 바란다. 도자캣의 쓸쓸한 고백이 더해지니 다시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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