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kers, 실리카겔, 장기하, PREP, Puma Blue 외
배게비누 : 올해 3월, KQ 엔터테인먼트에서 10인조 보이그룹 xikers(싸이커스) (이하 싸이커스)가 데뷔했다. ‘파워풀한 퍼포먼스’와 ‘다이내믹 淸亮(청량)’을 아이덴티티로 내세운 이 신인그룹은 데뷔 앨범 [HOUSE OF TRICKY : DOORBELL RINGING]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앨범은 싸이커스의 색깔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전곡에 크레딧을 올린 ATEEZ (에이티즈) (이하 에이티즈)의 총괄 프로듀서 EDEN과 에이티즈의 멤버 홍중은 안타깝게도 또 다른 에이티즈의 앨범을 만들고 말았다. 강렬한 EDM 트랙과 멜로디, 보컬에 씌워진 이펙트, 귀에 때려 박는 듯한 파트, 곡 후반부에 등장하는 웅장한 보컬과 트랙의 반복까지 싸이커스의 앨범인지 에이티즈의 앨범인지 헷갈릴 정도다. 어린 멤버들의 앳된 목소리만이 이 앨범이 신인 보이그룹의 것임을 외치고 있다. 1분 남짓의 수록곡 ‘Dynamic 淸亮(청량)’이 선배 그룹을 답습한 첫 번째 타이틀 ‘도깨비집(TRICKY HOUSE)’과 두 번째 타이틀 ‘ROCKSTAR’를 이어준다. 이 곡은 밴드 사운드와 함께 “rockstar”를 외치며 이어질 두 번째 타이틀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한다. 하지만 ‘ROCKSTAR’ 역시 후렴에서 에이티즈의 ‘Guerrilla’를 떠올리게 하며 그들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음악 외적인 면에서 싸이커스만의 면모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싸이커스는 유토피아로 여겨지는 데이터베이스에서 낙오된 10명의 소년들이 ‘TRICKY’라는 존재와 함께 미지의 좌표를 만들고 그들의 잠재력을 찾는 여정을 떠난다는 이들만의 탄탄하고 독특한 세계관을 갖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KQ의 전폭적인 지원이 느껴지는 두 편의 타이틀 뮤직비디오와 청순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멤버들의 비주얼을 보면 그들이 말하는 ‘다이내믹 淸亮(청량)’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세계관을 보여주는 흥미진진한 인트로, 심장을 뛰게 하는 타이틀 2곡과 텐션을 떨어뜨리지 않는 수록곡들까지 ATEEZ를 몰랐다면 리스너들은 이 앨범을 충분히 재밌게 들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싸이커스다움의 부재가 더욱 아쉬울 따름이다.
프리 데뷔(KQ Fellaz 2)를 통해 쌓은 팬덤과 에이티즈 후배 그룹이라는 타이틀, 발리우드 풍의 뭄바톤이라는 장르에 더해진 멋진 퍼포먼스, 탄탄한 세계관까지 미주에서 인기를 끌만한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그룹이다. 아니나 다를까 데뷔 12일 만에 빌보드 200에 75위로 진입하는 기록을 세웠으니 앞으로의 귀추가 더욱 주목된다. 비주얼과 세계관뿐만 아니라 음악에서도 싸이커스의 매력을 갖길 바라며 다음 앨범을 기다려본다.
frank : 현 국내 인디밴드 씬의 아이콘. 실리카겔을 이렇게 소개했을 때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Kyo181’, ‘Desert Eagle’ 등의 곡으로 주목도를 높이다가 작년 ‘NO PAIN’의 성공을 기점으로 완벽한 상승 궤도에 올랐고, 이제는 음악 좀 듣는 사람이라면 몰라서는 안 되는 밴드로 자리 잡았다. 마치 2015년 무한도전 출연과 함께 ‘위잉위잉’으로 대중에게 존재를 각인시켰던 밴드 혁오와도 비슷한 느낌이다. 그렇기에 현시점에 그들의 고민이 무엇일지 감히 예상하게 된다. 첫 번째, 넥스트 ‘NO PAIN’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두 번째, 연이은 ‘싱글’로 기대감이 고조된 가운데 ‘앨범’ 포맷에서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그리고 밴드는 이번 [Machine Boy]에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었던 듯하다. ‘Realize’는 날카로운 기타 솔로를 중심으로 세션의 폭발력이 돋보이는, 타이틀곡에 걸맞는 에너제틱한 곡이고, 선공개로 발매됐던 ‘Mercurial’은 보다 보컬을 강조하여 또 다른 감상의 재미를 선사한다. 이렇듯 비교적 명확하게 킬링 트랙이 배치된 가운데, 앨범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은 ‘Machine Boy’라는 가상의 페르소나를 설정하여 서로 대비되는 속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또한 그들의 매체 인터뷰 표현을 빌리자면, 멤버들 간의 앙상블을 보여주고자 한 공간에서 한 번에 연주하는 방식으로 음원을 녹음했다고 한다. 그만큼 밴드의 합과 에너지를 표현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앨범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앨범을 다 듣고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의문이 있다. “그래서 실리카겔이 어떤 팀인데?” 앞서 예로 든 혁오는 ‘위잉위잉’으로 던져둔 청춘에 대한 관점을 ‘Tomboy’라는 곡으로 완성하며 염세적이지만 희망을 갈구하는 청춘의 모순성을 대표하는 밴드로 포지셔닝한 바 있다. 실리카겔은 활동 재개 후 이전과는 다른 결의 수많은 싱글을 발표했지만, 이들은 밴드에 대한 단편적인 이미지만 전달했을 뿐 정의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렇기에 이번 앨범이 그 이미지들을 갈무리해 밴드의 방향성을 정의하는 역할을 해야 했으나, ‘Machine Boy’라는 페르소나는 앞선 싱글들과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로 느껴질뿐더러 완성된 결과물에 끼워 맞춘 테마라는 생각마저 든다. 조금 과장하면 싱글을 통해 착실히 쌓아왔던 이미지가 이번 EP로 인해서 되려 미궁에 빠진 느낌이랄까.
물론 앞서 언급했듯 각 곡에 담긴 에너지와 생생한 소리의 질감, 10분 동안 끊임없이 변주되는 연주곡의 실험성 등은 인상적이다. 괜히 지금 가장 주목받는 밴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지점도 여럿 있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음악은 실패하지 않았다, 전략이 실패했을 뿐.
교야 : 가만히 있으라 할 때는 언제고, 1년 만에 정신 번쩍 드는 독촉과 함께 돌아온 장기하의 ‘해 / 할건지말건지’이다. 솔로가수 장기하는 장기하와 얼굴들(이하 장얼) 활동 종료 후 베이스도 없이 둥실 떠있는 상념들과 미니멀한 사운드로, 록 음악의 연장선이 아닌 전혀 새로운 곳에 시작점을 찍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뒤, 그는 다시 드럼과 기타를 꽝꽝 치는 신나는 공연이 하고 싶다며 밴드 구성으로 록 음악을 갖고 왔다.
첫 번째 곡 ‘해’는 그동안 장기하의 음악을 핑계(?) 삼아 느슨하고 스근하게 살아왔던 사람들에게는 난데없는 독촉에 묘한 배신감이 느껴지기도 하는 강렬한 곡이다. 장얼 3집에 수록된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 이후로 이렇게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곡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해’는 ‘하지 않는’ 이들의 마음에 뾰족하게 박혀버린다. 하지만 곡이 시작되고 이곳저곳에서 날아오는 훵키한 기타와 베이스 그리고 장기하의 선명하면서 리드미컬한 물음들을 따라가다 보면 당황스러움도 잠시, 장얼 음악을 들으며 늘 그랬듯 자연스레 몸을 흔들게 된다.
고민-결심-해!의 과정에서 템포의 크고 작은 변화를 주며 고조되는 구성은 라이프앤타임을 떠올리게도 하며, 레트로하고 리드미컬한 신스가 이끌던 장얼의 곡들과 달리, 기타를 앞세워 더욱 단단하고 비장하게 진행되어 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지경까지 텐션을 끌어올린다.
그런데 ‘할건지 말건지’에서는 다시 우리가 알던 장기하 특유의 모호함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태도로 되돌아온다. 무아지경으로 내달리는 펑크 록 사운드에 이전 곡인 ‘해’를 끌어안고 있는 ‘할건지 말건지’는 모두가 스튜디오 한방에 들어가 메트로놈도 없이 원테이크로 녹음했기 때문인지, 2절에서는 마이크가 튀는 소리 같은 부분이 그대로 들어가기도 하는 등의 현장감이 담겨 있어 이후 진행될 단독 공연에 대한 기대를 한층 더 끌어올린다.
장기하는 ‘하다’라는 정말 기본적이고 단순하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려운 동사 하나를 가지고, 했어? 해봤어? 할까말까 할락말락 하는둥마는둥 할건지말건지 등으로 갖고 놀며 혼돈과 흥을 동시에 야기하지만, 결국 우리는 어떤 이유에서든 해야 하는 일들이 있기에 마음에 뾰족하게 박혀 있는 ‘해’로 다시 돌아와 곡의 에너지를 등에 업고 뭐든 해내러 갈 것이다.
할건지 말건지, 맞는지 틀린지 나는 도저히 모르겠으니까 그냥 ‘하자’. 가보자고를 잇는 해보자고의 마음으로!
배게비누 : OFFICIAL HIGE DANDISM(이하 히게단)이 일본 드라마 ‘펜딩 트레인 – 8시 23분, 내일 너와’의 OST로 신곡 ‘Tattoo’를 발매했다. 일상의 순간을 포착한 가사, 여기에 날개를 달아주는 탁월한 멜로디와 뛰어난 가창력, 이 모두를 받쳐주는 탄탄한 밴드 사운드가 히게단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싱글에서도 이 모두를 느낄 수 있지만 유독 마음에 와닿은 것은 가사다. “무뚝뚝한 정도가 우리는 딱 좋지 않아? 분명 눈물도 말도 덤이면 괜찮지 않아?” “뒤엉킨 충전 코드처럼 아무리 꼬여도 이젠 오기로라도 붙어 있자” 겉으로는 살갑지 않지만 그래도 괜찮은 사이는 어떤 다양한 문제를 마주치더라도 서로가 곁에 있어야만 하는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겉바속촉의 마음이라고나 할까. 곡 후반부에서는 후렴 멜로디의 변주와 함께 버석한 행동에 그렇지 않은 마음을 담은 가사가 감정을 고조시키다가 처음의 가사를 되뇌며 마무리된다. 가사를 몰라도 멜로디 라인과 보컬인 후지하라 사토시의 미성에서 희망찬 에너지와 뭉클한 감정을 느낄 수 있지만 이 곡을 완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가사를 한 번쯤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교야 : 꾸준히 한국과 좋은 인연을 이어가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밴드 PREP의 새 싱글 One Day at a Time이다.
앨범 아트처럼 퇴근길 노을 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빈티지한 신스 스타일의 곡으로, 한 번에 하루만 견뎌내며 쉬엄쉬엄 살아가자는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만큼 이전 곡들에 비해 차분한 진행과 자잘한 그루브에 수반된 정직한 리듬이 돋보인다. 각각의 곡들이 강한 개성과 훵키한 그루브가 돋보인 전작을 생각한다면 심심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무난한 PREP만의 시티 팝 감성의 음악이지만, 브릿지 파트 전에 등장하는 색소폰을 연상시키는 키보드 솔로가 곡의 나른하면서 쓸쓸한 정서를 고조시키며 한층 더 깊은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새 앨범에 대한 예고는 아직 찾아볼 수 없지만, 많은 아티스트들이 싱글들을 차곡차곡 모아 하나의 앨범으로 엮는 릴리즈 방식을 취하기에, 앞으로 싱글들을 보며 그들의 새로운 그림을 기대해보려 한다.
frank : 방금 잠에서 깬 듯 나른하게 읊조리는 보컬, R&B와 재즈의 문법이 미묘하게 섞인 느릿한 사운드. 베드룸 팝을 표방하는 음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구조다. 이렇듯 베드룸 팝이 하나의 장르로서 보편화된 가운데, 그 안에서 어떻게 자신의 캐릭터를 보여주느냐가 아티스트의 과제가 되었다. 다르지 않다면 선택받지 못하는 건 어느 시장에서나 통용되는 법칙이니까.
그런 측면에서 Jacob Allen의 프로젝트 밴드 Puma Blue의 방향성은 명확해 보인다. 모든 곡의 기저에 깔린 가벼운 우울감은 이제 Puma Blue를 상징하는 무드이며, 여기에 밴드 Cigarettes After Sex가 떠오르는 중성적인 보컬이 방점을 찍는다. 이 모든 요소는 결국 '고독'이라는 하나의 키워드 아래 묶이게 된다. 그리고 이는 이번 싱글 'Pretty'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화자는 스스로를 전혀 아름답지 않다고 말하며 이러한 불안정함을 상대방이 꿰뚫어 볼까 두려워하면서도 <당신이 나와 함께 있을 때 나는 스스로가 아름답다고 느껴>라고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언뜻 보기엔 사랑을 통해 구원받은 한 사람의 흔한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그 이면에는 스스로에 대한 불신과 혐오, 상대방의 존재를 통해야만 느낄 수 있는 자존감 등 불안하고 위태로운 사랑의 형태가 있다. 여기에 어쿠스틱과 전자음이 절묘하게 섞인 멜로디가 따뜻한 무드를 형성하며, 고독한 이의 사랑이 갖는 아이러니를 부각한다. 보편적인 상황을 자신만의 파란색 필터에 여과시켜 비트는, 언제나 보여줘 왔던 Puma Blue의 작법이다.
다르게 보이려면 때로는 ‘다른 것을’ 보여주는 것보다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더 효과적임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우리의 침실에 달콤한 꿈만이 함께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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