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의 문화 도용 논란을 바라보며
컨셉과 비주얼이 중요한 K-POP에서 앨범의 기획에 어떠한 소재가 주요하게 쓰였는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매우 중요하다. 크게는 앨범의 중심이 되는 키워드부터, 작게는 MV에 사용된 오브제까지. 모든 소재들이 한데 어우러져 앨범의 결을 완성해 낸다. 단연 음악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K팝 앨범 기획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어쩌면 일련의 소재들 일지도 모른다.
우리들만 듣고 즐기던 K-POP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그들이 K-POP을 소비하기 시작하자, 제작자들의 소재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레 커지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서구의 입장에서 신선하며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소재를 찾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의 문화 더 나아가 다른 동양의 문화들을 앨범에 섞어내는 시도를 하기에 이른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타 동양 문화를 사용하며 종교와 같은 민감한 부분을 캐치하지 못하거나, 서양에서 동양을 그들만의 시각으로 왜곡되게 인식하던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듣게 된다. 전반적으로 K-POP이 타 문화에 대한 존중이나 이해 없이 단순히 차용만 하는 문화 도용이라는 비판을 듣기도 하는 이유이다.
민감한 부분을 캐치하지 못한 것은 더할 나위가 없이 제작자 측의 분명한 실책이다. 단적으로 지난 2020년 블랙핑크의 ‘How You Like That’의 MV에 힌두교의 신인 가네샤가 오브제로 사용된 예가 있다. 인도인들에게 가네샤라는 신은 단순한 배경 장식으로 취급받을 대상이 아니기에 논란이 일었고, 이에 YG는 사과와 함께 해당 장면을 수정했다. 또한 (여자)아이들은 골든 디스크 시상식 무대에서 모스크를 배경 장식으로 사용해 이슬람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오리엔탈리즘의 시각을 답습하는 것에 대한 비판은, 동양적 소재들을 사용할 때 일반적으로 일어나곤 한다. (여자)아이들의 ‘화(火花)’의 MV에서 등장할 수 있는 모든 동양적 요소들이 등장하는 것이 그 예이다. 단순한 동양적 미감을 위해 많은 아시아 문화의 요소들을 차용해 결국 국적도 문화도 불분명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개인적으로 단순한 사용을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이라 비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런 의도도 없이 짬뽕된 동양적 소재들을 동양 국가가 만들어 냈다는 이유만으로 탈-오리엔탈리즘이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소재를 끌어오고 사용하는 것도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데 매우 중요하지만, 논란이나 뒷말이 생기지 않기 위한 위기관리의 시각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에 개인적으로 키워드나 오브제와 같은 소재들이 앨범에 사용될 때 “오마주”의 형태를 띠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과 이소룡을 동일시하며 충실히 이소룡을 오마주 해낸 NCT 127의 ‘영웅’이나, 그룹의 여정과 그들의 허슬을 손오공에 비유한 세븐틴의 ‘손오공’ 등은 이러한 오마주를 잘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오마주 형식의 소재 사용은 경의와 존경의 형식을 띠곤 하기에 충실하게만 만들어낸다면 논란이 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물론 오마주 형식이 아니더라도 사용될 수 있는 소재인지, 올바른 사용인지에 대한 검토는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K-POP은 더 이상 우리만 즐기고 마는 문화가 아니다. 다른 문화의 시각도 신경 써야 할 필요가 있다.
By 동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