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멘트 May 07. 2023

목소리에도 저작권이 생기는 날이 올까?

 AI 음성합성 기술이 최근 화제가 된 이유는?


1. AI 드레이크가 쏘아 올린 꽤 큰 공

'Heart on My Sleeve'


지난 4월, 드레이크와 위켄드의 콜라보 음원이 발표됐다. ‘Heart on My Sleeve’라는 제목의 곡은 스포티파이, 유튜브에서 각각 60만, 27.5만 재생수를, 틱톡에서는 1,5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사실 이 곡은 두 사람이 만든 작품이 아니다. 그들은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곡을 만든 사람은 ghostwriter977이라는 닉네임의 틱톡 유저이며 드레이크와 위켄드의 목소리는 AI 음성합성 기술로 구현된 가짜였다. 이후 드레이크의 레이블 Universal Music Group(이하 UMG)가 이 곡에 대한 유통 금지를 각 플랫폼에 요청해 음원은 금방 내려갔다. 하지만 이 일로 인해 ‘Heart on My Sleeve’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더욱 뜨거워졌다.


AI 음성합성 기술은 한국 대중들에게 전혀 생소한 것이 아니다. 이 기술은 2020년 Mnet과 SBS 특집 프로그램으로 소개된 적이 있는데, 오래전 고인이 된 가수 김광석, 김현식의 목소리로 후배 가수들의 곡을 부르는 영상이 꽤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최신 기술이라고 보기 힘든 이 기술이 왜 2023년에서야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을까? 바로 돈 문제 때문이다. 가짜 드레이크와 위켄드의 곡이 AI를 통한 수익화 가능성을 이제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다. 빌보드는 모든 플랫폼에서 ‘Heart on My Sleeve’를 통해 발생한 수익이 대략 9,400달러라고 추정했다. 음원이 발표되고 내려가기까지 4일 만에 발생한 금액이다. UMG가 이 곡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2. AI 음성합성 기술의 수익화 모델과 기반 조건 


우리가 현재 AI 음성합성 기술의 결과물로 접하는 것 대부분은 패러디적 요소를 가진 콘텐츠다. 브루노 마스가 부르는 뉴진스의 노래처럼 현실에선 이루어지기 힘든 커버곡을 구현해 내는 식이다. 감동 콘텐츠도 가능하다. 위에서 언급한 2020년 방송이 바로 그 사례다. 김광석, 김현식 또는 프레디 머큐리, 마이클 잭슨 등 한 시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을 소환해 대중의 향수를 자극하는 방식은 분명히 어느 정도 유효했다.



이러한 리메이크 음원을 만들고 발표하는 것이 AI 음성합성 기술로 할 수 있는 가장 손쉽고 간단한 생산 방식이다. 단, 이때 전제되어야 할 것은 저작권 문제다. 저작권법 기반이 다져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생산은 아무리 활발해도 수익화 모델로 나아갈 수는 없다. ‘Heart on My Sleeve’ 발표와 동시에 유튜브에는 ‘AI Cover’ 영상이 우후죽순 업로드되고 있지만 이 중에서 콘텐츠 제작을 통해 이익을 얻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들이 아무리 색다른 조합의 가수와 커버곡 매칭을 실시하더라도 결국 저작권은 원곡자에게 가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현재 저작권법의 한계다. 


이것은 언뜻 리믹스 트랙과 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리믹스 트랙은 DJ 혹은 비트메이커의 포트폴리오, 홍보 수단으로 활용이 가능하기라도 하지, AI 커버 콘텐츠는 가수-노래 매칭자에게 큰 홍보 효과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또한 위 곡에서 재미의 요소로서 목소리를 제공한 브루노 마스 측에도 혜택은 돌아가지 않는다. 제작, 녹음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목소리 데이터를 제공하고, 본인의 목소리 사용을 허가하는 데에 저작권을 연결할 만한 법적 근거와 사례가 현재까지는 부족하다.


AI 음성 합성 기술에 관련된 저작권법이 마련되기 위해선 꽤 많은 시행착오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예전 샘플링 작법과 관련된 저작권 문제를 떠올려 보자. 음반에서 음원을 추출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쪼개 사용하는 샘플링 작법은 Akai 사의 MPC 같은 샘플러가 발명되면서 시작된 음악 제작 방식이다. 힙합 비트메이커들은 샘플링을 통해 직접 연주하지 않아도 음악을 만들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샘플링이 남의 음악을 베끼는 창의력 없는 행위는 아니다.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면서 그 고유의 역사와 멋을 축적해 온 하나의 창작 방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원곡자에게 합당한 사용료를 지불하는 ‘샘플 클리어’가 완료되어야 한다는 전제도 이제는 모두 인식하고 있다.


Akai MPC를 이용해 음악 작업 중인 J Dilla


미래 AI 음악 제작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직 AI 음성합성 기술 사용의 창의적인 용례와 적절한 비용 지불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지만, 산업의 다양한 입장들, 레이블, 뮤지션, 유통사 등등이 서로 조율해 나가면서 그 시스템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뮤지션 Grimes는 최근 AI를 통한 자신의 목소리 복제를 자유롭게 허가한다고 밝혔다. 조건은 그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의 50%이다. 이 방식은 창작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보인다. 사용 자체에 대한 제약이 없기 때문에 창작자들은 그의 목소리를 가지고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3. 나가며


지난 4월 14일, 오아시스의 음악 스타일을 오마주한 [AIsis: The Lost Tapes]라는 앨범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었다. 영국의 밴드 브리저(Breezer)가 곡을 쓰고 AI 기술을 통해 리암 갤러거의 보컬을 입혀 진짜 오아시스의 새 음악을 듣는 것 같은 감상을 리스너들에게 안겼다. 리암 갤러거 역시 이 앨범에 대해 호의적인 평을 하면서 관심을 받기도 했다.


AI 기술은 음악 산업에서 점점 더 많이 활용될 것이다. 하이브는 AI 오디오 기업 슈퍼톤의 지분 56.1%를 확보해 여러 프로젝트를 기획,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한국 음악 산업에서 가장 큰 기업이기도 한 만큼 그들의 행보가 AI 기술의 발전과 확립에 크게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By 준9



매거진의 이전글 K팝이 동양 문화를 사용하는 방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