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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May 17. 2023

댄스 챌린지, 선택인가 필수인가

2023 숏폼 챌린지 마케팅의 현주소

  지코의 ‘아무노래’가 세상에 나온 지 3년이 넘었으니 그 인기를 견인했던 틱톡, 릴스, 쇼츠에서 이루어지는 SNS 숏폼 댄스 챌린지(이하 챌린지)의 유행도 꽤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했다. 현재도 챌린지는 케이팝을 중심으로 콘텐츠 마케팅을 이끌어나가는 중이고, 비인기 아티스트 곡의 역주행의 원인을 챌린지 유행에서 찾는 것을 보면 챌린지의 존재감은 여전히 건재하다. 트레져, 싸이, 그리고 현재의 피프티 피프티까지 현재의 케이팝 아티스트들은 챌린지를 통해 크고 작은 성과를 이루어냈다. 요컨대 챌린지는 좋든 싫든 팝 음악 시장 프로모션에서 필수 요소가 된 셈이다.



  물론 모든 케이팝 아티스트가 챌린지를 통해 트렌드의 선택을 받은 건 아니다. 그럼에도 챌린지를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숏폼 플랫폼의 성격상 글로벌 시장을 자연스럽게 겨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산업 종사자로서 챌린지는 동양의 정서상 참여자가 한정적이고 인싸 문화라는 직관이 있지만 글로벌 시장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납득이 가능한 전략이다. 특히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파급력이 있었던 댄스 챌린지는 아무노래 이후 케이팝보다 밈을 베이스로 하는 경우(제로투, 토카토카와 같은)가 더 많았어서, 어쩌면 글로벌 시장은 케이팝 씬에서 챌린지를 진행하는 유일한 당위일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제이팝 아티스트인 Aimyon과 imase가 차트에 역수입되는 현상까지 일어나면서 이러한 ‘세계를 넘나드는 챌린지’ 담론은 더욱 힘을 얻었다.




  챌린지의 중요성은 케이팝 음악 프로덕션의 방향성에도 영향을 주었다. 기존 음악 제작 방식이 곡이 먼저 나오고 춤과 콘텐츠를 생각하는 순서였다면, 이제는 곡 제작 단계에서 ‘챌린지에서의 메리트가 있는 싸비’, ‘챌린지에서 따라할 수 있는 가사’와 같은 옵션이 추가되었다. 아무리 데모 단계에서 좋은 곡이라도 챌린지와 거리가 멀다면 선택에서 재고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모든 인기곡이 매력적인 챌린지와 붙어서 발매되는 건 아니지만, 디폴트가 된 ‘아무튼, 챌린지’는 앞서 언급했던 플랫폼의 글로벌 도달 및 가성비로 인해 전략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챌린지는 포화 상태가 맞지만, 이를 뛰어넘는 게임 체인저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문제는 대부분의 케이팝 챌린지는 직관적이지 않으며, 복잡하고 따라하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챌린지는 ‘따라함’에만 유용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 케이팝 아티스트들은 단독이 아닌 타 아티스트 혹은 배우, 코미디언, 인플루언서 등과 함께 챌린지를 진행함으로써 간단한 콜라보레이션의 형태로 팬덤 외의 소비자에게도 스프레드를 진행한다. 결과적으로 챌린지는 시청에만 그치는 어중간한 소비자층에게도 재미를 선사하는 유용성이 있다. 일종의 서브 참여형 수단에서 보는 것 자체로의 콘텐츠로 변화한 챌린지의 모습이다.




  챌린지가 표준화되었지만 모든 아티스트에게 유용한 수단이라 보긴 어렵다. 안무가 없거나 댄서블한 음악이 아니라면 챌린지 창작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케이팝이 아니라면 팬덤의 챌린지 선호도를 파악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최근 ‘빙글빙글’로 컴백한 헤이즈의 경우 하우스 장르를 베이스로 과감한 콘셉트와 음악 변화를 시도했고, 이는 챌린지 기반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는데, 헤이즈 국내 팬덤의 연령층이 20대에 집중되어 있고(알라딘 앨범 판매 통계 참고) 그간의 활동기간을 고려해서 20대 중후반에 몰려 있다고 가정하면 이들이 챌린지에 긍정적일까라는 의문이 드는 건 당연하다. 해외 시장을 고려하더라도 음악 자체도 동남아 시장에서 잘 소비될 스타일이기에 아예 그쪽 수요를 잘 파악해서 기획을 진행했으면 좋을 거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숏폼을 고려한 세로형 뮤직비디오와 ‘돌려 보는 영상’ 기획은 참신하고 챌린지 기반으로의 새로운 컨셉 변화 전략은 매우 이성적이었지만(사실 말이 되는 기획이기에 회사와 아티스트 모두 자신 있게 도전했을 거라고 예상한다) “하던 거나 잘 하자”라는 가불기에 넉다운한 대표적인 사례로 남아버렸다. 음악 시장은 생각보다 보수적이다.



  어쨌든 헤이즈의 사례는 챌린지가 특정 경우에는 ‘일단 하고 보는’ 마케팅이 아니라 좀더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챌린지로 흥한 아티스트는 아직까지도 꾸준히 나오고 있기에 향후 몇 년간 필수 콘텐츠가 될 것은 분명하다. 나아가 챌린지로 뒤바뀐 프로덕션의 방향, 헤이즈와 같은 대형 아티스트의 트라이를 보면 그만큼 음악 자체보다는 콘텐츠, 마케팅이 더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일반론까지 도출해낼 수 있지 않을까. 과거에는 음악이 없으면 콘텐츠를 만들 수 없었다면 이제는 콘텐츠를 상상하지 못한다면 음악을 만들 이유가 없다.





by 최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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