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3년 5월 2주)

AP Alchemy, tripleS, (여자)아이들, GAYLE 외

by 고멘트

"전국 식재료 다 끌어모아서 짬뽕탕 끓이기"


1. AP Alchemy - [AP Alchemy : Side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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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실베실 : 지난 3월에 발매된 Side A 이후 발매된 AP Alchemy의 두 번째 컴필레이션이다. 각종 매체에서 밝혔을 전후 사정이나 비하인드를 고려하지 않고 결과물로만 평가해 보자면 아쉬움만 가득 남는 앨범일 것이다. 다민이와 김상민그는감히전설이라고할수있다를 포함해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루키들이 참여했다지만, 기억에 남는 랩 퍼포먼스는 블랙넛, 양홍원을 비롯한 기존 JM IM 멤버들의 몫일뿐이다.


‘Fosho-!’ 같은 트랙에서 이런 특징이 두드러지는데, 블랙넛이 “반짝반짝 눈이 부셔~”하는 순간 그전 shinjihang의 기나긴 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게 돼버린다. 유튜브와 멜론에서 가장 성적이 좋았던 곡도 타이틀 곡이 아닌 양홍원이 유일하게 참여한 (그리고 랩으로 찢어버린) ‘Me’라는 것도 그 방증일 것이다. 중반부터 등장하는 구분도 안 되는 신인들의 우르르 단체곡은 끝까지 듣기 참으로 괴로웠다. 선공개곡 ‘여기있는감자튀김다내꺼야’ 때문에 이번 앨범은 노창과 노창 스타일의 음악들이 조금 더 전면에 나서는 건가 싶었지만 ‘뭐 먹고 살았을까’와 ‘WAKEUP’ 같은 몇몇 트랙에서 살짝 맛만 내다 사라질 뿐이었다.


최근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5000석 규모의 단독 콘서트 대참사도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싶은데, 지금 스윙스에겐 AP Alchemy의 현 상태에 대한 자기 객관화, 그리고 현 멤버들에 대한 치밀한 고찰이 부족했고 그렇기에 결과물 측면에서 여러 아쉬운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 건가 싶다. 이번 AP Alchemy 레이블을 설립하면서 나름 유망한 평가를 받는 루키들은 많이 끌어모았지만, 과연 그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여줄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이 앨범에 녹아 있는가? 분명 이렇게 기존 멤버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도 이름을 알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겠지만, 이 아티스트가 어떤 스타일인지, 어떤 장르에서 가장 편하게 날뛸 수 있는지는 파악하기가 어렵다. 기억에 남지 않는 뻔한 비트들 속에서 강제로 하향평준화된 루키들의 발버둥을 지켜보는 건 참으로 고된 일이었다.





"하이틴 바다에서 살아남기"


2. tripleS – [AESTHE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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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병기 대표의 그녀들이 세 달 만에 새 유닛으로 컴백했다. 이번 [AESTHETIC]은 더운 날씨에 잘 어울리는 시원하고 발랄한 앨범이다. 타이틀 ‘Cherry Talk’은 청량하고 시원한 분위기의 댄스 팝으로 상큼 발랄하다. 도입의 신디사이저 사운드 또한 매력적이고 게임기 같은 뿅뿅 효과음이 톡톡 쏘는 맛이 있어 멜로디를 재미있게 만든다. 3번 트랙 ‘Touch’는 듣자마자 S.E.S가 생각나는 곡이었는데, 작정하고 청순을 말아주었구나 싶었다. 신디사이저 사운드로 몽글몽글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기분 좋아지는 편안한 보컬과 Y2K가 이런 건가 싶은 멜로디가 조화롭다. 제일 좋았던 5번 트랙 ‘Deja-Vu’는 귀에 꽂히는 리듬과 가사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어 사랑에 빠져 둥둥 떠다니는 기분을 들게 하는 곡이었다. 이 곡은 한편으로는 FIFTY FIFTY의 ‘Cupid’와 비슷한 느낌도 드는데, 이런 장르와 무드가 유행인가? 확실히 타이틀에 비하면 훨씬 가벼우면서도 신나는 무드에 중독성까지 챙겨가 더 매력적인 것 같고 전반적으로 하이틴이라는 콘셉트에 잘 어울린다.


말 나온 김에 콘셉트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tripleS가 이번에 추구하는 비주얼은 청량하고 귀여운 소녀의 느낌이 강렬한 하이틴이다. 귀여움 80에 청순 20의 느낌. 귀여워 보이려 하는 부분이 커 무대를 보면 너무 애 같아 보이기도 하다. (진짜 애기들이지만…) 이 지점에서 이번 콘셉트가 시대흐름에 맞나 싶은 생각이 드는데, 걸크러시, ‘주체적인 나’에 열광하는 MZ세대에게 수줍고 청순한 소녀상을 말하는 tripleS의 전략이 과연 차별적인 포지션으로 작용할까? 뉴진스의 성공으로 하이틴의 바람이 다시 불고 있지만, 하이틴은 이미 너무 많고, 청순하고 소극적인 소녀 키워드는 2-3세대를 훑고 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유행은 돌아오는 것이고, 복고가 유행이라지만, 벌써 돌아오기에는 시기상조 같다. 아니 사실 돌아올까 싶기도 하다.


게다가 하이틴 소재는 활용도가 낮다. 지금까지 하이틴을 시도한 케이팝 그룹 중 ‘학교 3부작’ 이상으로 콘셉트의 텐션을 길게 끌고 간 팀이 있었나? 10대를 키워드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많지 않다. tripleS도 이미 소녀들의 꿈과 사랑을 이야기하지 않았나. 남은 건… 우정? 하이틴을 팀의 메인 전략으로 삼기에는 리스크가 있다. 좀 더 tripleS라는 팀을 인상적으로 각인시킬 만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번 역은 홍대 입구 홍대 입구 역입니다."


3. (여자)아이들 – [I fe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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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돌 : (여자)아이들은 마치 하나의 지하철로 비유하고 싶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과 끼어 각지 다른 목적지를 가졌지만, 그 공간에서는 하나의 조직으로 취급되는 지하철 그것이 5명의 스타가 모인 아이들이다. 그들은 불협화음의 느낌이 강하다. 중저음에 본인의 강한 색깔을 가진 보컬과 완전히 대조되는 높은 목소리 톤의 랩 그리고 비주얼 역시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다. 정해진 센터도 없이 팀명 그대로 그냥 각지 다른 여자아이가 모인 그룹으로 그들은 항상 뛰어난 능력의 운전사를 앞세우고 새로움을 추구한다.


그들의 이번 앨범 ‘I feel’의 행선지는 홍대다. 모든 걸그룹이 하는 하이틴 스타일의 멜로디로 덤디덤디처럼 대중성을 확보한 노래다. 하지만 그 속에서 아이들의 독창성은 물론 있다. 선공개 ‘Allergy’의 뮤직비디오 처음에서 타이틀 ‘퀸카’의 노래가 들리며 ‘퀸카’ 뮤직비디오에서는 노래가 끝나고 ‘Allergy’의 반주가 들린다. 이렇듯 두 개의 뮤직비디오는 서로 이어져 있으며 그들이 이번 앨범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담고 있다. 하이틴 하면 모두 예쁜 셀럽을 떠올린다. 하지만 아이들이 표현하는 하이틴은 그 셀럽이 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언제나 인기를 얻고 싶은 여성이 현실을 비관해 성형을 선택하는 내용의 ‘Allergy’ 하지만 그 속에서 본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진정한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퀸카’ 이런 뮤직비디오에서 같은 주제를 가지고 본연의 스타일을 보존하는 아이들만의 강점을 볼 수 있다.


K-pop 시장이 고착화되면서 뻔한 스토리 속 새로움을 추구하는 그룹이 증가한다. 하이틴 역시 그런 주제 중 하나다. 교복 입고 발랄한 청순 이미지가 아닌 자연스러움 또는 실제 Z세대의 느낌을 살려 공감대를 형성하는 그런 전략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그룹을 브랜드화해 한 세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서 서로 각지 다른 매력의 (여자)아이들은 그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이며 이미 누구도 흉내를 낼 수 없는 하나의 독보적인 존재로 성장해 계속 앞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기 락스타의 경고장"


4. GAYLE – ‘don’t call me pret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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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애인 디스곡으로 통쾌하고 중독성 있는 음악을 들려줬던 GAYLE이 이번에는 본인을 그저 ‘pretty’로 정의하는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날카로운 곡을 발매했다. 어디선가 말했듯 아티스트가 곡에서 직설적인 화법과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는데, 공인으로서 온갖 ‘구경거리’이자 ‘가십거리’가 되어야 하는 타인의 시선에 갇힌 이들이 하는 날카로운 말들은 마치 금기를 깨는 것 같기도 하고, 독기 가득 담긴 말인 것 같아 더 확실히 와닿게 되는 느낌에 그런 것 같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GAYLE의 신보는 더없이 후련하고 통쾌한 기분이 든다. 제목의 ‘don’t call me pretty’가 곡에서도 반복적으로 나오며 강조되는데, 그 어떤 가사보다 직관적이다. 게다가 쿨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단단한 보컬로 전달하는 경고는 메시지를 더 직설적이고 당당하게 전달한다. 당신의 시선에 따라 나의 가치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난 그저 ‘예쁜 것’이 아니라고.


이렇게 앞뒤 안 가리고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치기 어린 태도는 지금의 나이에서만 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다듬어지지 않은 생각과 말로 그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게 하는 게 스무 살 GAYLE의 강력한 무기다. 이런 GAYLE의 매력 버프를 받아 이번 앨범은 빌보드를 씹어먹는 아기 락스타의 등장 같은 강력한 한 방이길 바란다.





"Disco Never Die"


5. Jessie Ware - [That! Feels Good!]

베실베실 : 첫 트랙 ‘That! Feels Good!’부터 순도 높은 디스코 트랙이 우리를 반겨준다. 진행 방식이나 합창, 브라스의 활용 등 여러 방면에서 단순히 드럼 베이스만 가져와 ‘복고맛’을 낸 것이 아니라 그 시대 음악을 충실히 재현했음을 주장하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마지막 스트링과 일렉기타 솔로는 이 음악이 단순한 모방에 그치지 않음을 알려주는 장치이다. Disco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House와 결합된 ‘Free Yourself’, Nu-Disco가 들리는 ‘Pearls’, 진득한 Soul 성향이 짙은 ‘Hello Love’와 같은 트랙들을 통해 그녀는 Disco와 관련된 모든 장르를 한데 묶어 선보인다. 그다음에 등장하는 트랙 ‘Begin Again’은 이 앨범의 백미이다. 웅장하면서도 Latin스러운 악기와 리듬이 돋보이는 이 곡은 Disco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K-Pop의 몇몇 트랙에서 느껴지는 어설프고 조악한 퓨전이 아닌, 장르를 온전히 이해하고 존중함에서 탄생된 완벽한 트랙이다. 앨범 후반부는 앨범 전반부 트랙들의 답습에 가깝다는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2020년 전후 Dua Lipa와 The Weeknd의 대흥행 이후로 Disco를 비롯한 복고적인 음악들이 다시 인기를 끌었으나 대다수는 한때 스쳐가는 유행에 잠깐 편승했을 뿐이었다. 특히 그 반짝 열풍은 Synth Pop 장르보다는 Disco 쪽이 더 심했는데, 대부분 장르 자체에 대한 재현보다는 그 리듬과 베이스만 따와서 팝이라거나 Nu-Disco, 혹은 Hiphop 등의 장르에 서브로 사용했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이 앨범은 더더욱 반갑다. 2020년의 앨범 [What’s Your Pleasure?] 앨범도 그랬지만, 그녀는 늘 Disco를 빌려오는데서 끝나지 않았다. 80년대의 Disco 장르와 그 장르를 둘러싼 (Soul, House와 같은) 다양한 서브 장르들을 모두 탐구하고 현대식으로 재해석해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Begin Again’과 같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만 같은 트랙을 통해 Disco 장르의 미래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Dua Lipa도, The Weeknd도 불가능한 성과이다.


살아남는 사람이 강한 것이다. 상술한 [What’s Your Pleasure?] 앨범도 매우 좋은 평을 받았다지만 당시 범람하던 Disco에서 좋았던 앨범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That! Feels Good!]은 다를 것이다. 다시 마이너한 장르, 서브 장르로 서서히 회귀하고 있는 지금, 현 Disco 장르 씬에서 이 앨범은 Disco Pop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Disco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기록이 될 것이다.





"같은 뜻 다른 의미"


6. Kelly Clarkson – ‘M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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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돌 : 다가오는 6월 23일 컴백 전 클락슨은 싱글 앨범 ‘Mine’을 선공개했다. “Me” 그리고 “Mine” 같은 듯하지만, 다른 의미를 가진 두 노래에서 클락슨은 실제 이별을 경험했던 슬픔을 다른 방식으로 서술한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 앨범은 2020년 이혼한 전 남편을 저격하는 노래로 생각해도 무방하다. 인터뷰에서 “전체 앨범이나 관계를 나타내는 한 곡만 발표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2곡을 동시 발표했으며 많은 슬픔과 상실의 단계가 있고 곡마다 감정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노래를 듣기 전에는 “Me” 그리고 “Mine” 단어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며 어떤 차이를 가지고 그녀의 매력적인 R&B 보이스를 보여줄까? 궁금증이 생겼다. 그 실마리는 6월 전체 앨범 트랙 리스트에서 볼 수 있다. 14곡 중 “Mine”은 2번째 “Me”은 더 아래에 나타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나는 앨범의 기-승-전-결 스토리를 좋아한다. 하나의 이별을 말하더라도 그 사람에 대한 원망, 그 시간을 부정하는 후회, 빈 공간이 느껴지는 공허 그리고 상처를 딛고 더욱 성장하는 성숙 등 다양하면서 많은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그것이 이번 켈리의 앨범이다.


1번 “Mine”에서는 ‘사랑은 눈을 멀게 해’ ‘오늘 밤 네가 그리운 건 다 거짓이야.’ 등 확실히 아직 이별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신을 부정하고 ‘네가 나에게 그랬듯이 누군가 너의 마음을 이용할 거야’ 이런 저주로 사비를 전개한다. 하지만 2번 “Me”에서는 ‘날 사랑해 줄 사람도 필요 없어 나에겐 내가 있으니까’ 마치 이별의 상처를 극복하고 성숙한 자신을 발견한 본인 자신을 당당하게 표현한다. 제목만 본다면 두 단어가 가진 해석상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켈리의 스토리 그리고 그 노래 속에서 단어를 표현한 방식을 본다면 확실한 차이를 볼 수 있으며 사랑을 했고 이별을 경험해 더욱 성장하는 켈리의 지난 과거의 스토리를 볼 수 있는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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