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3년 5월 4주)

BOYNEXTDOOR, 윤석철/세진, 윤지영, Bruno Major 외

by 고멘트

"친근하되 신선해질 것"


1. BOYNEXTDOOR – [W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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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게비누 : 하이브 산하 레이블 KOZ 엔터테인먼트에서 6인조 남자 아이돌 BOYNEXTDOOR가 데뷔했다. ‘옆집 소년’이라는 친근한 이름처럼 이들의 곡은 이지리스닝을 표방한다. 데뷔 음반 [WHO!]는 수록된 3곡이 모두 타이틀이며, 소년이 사랑에 빠지고 마음을 고백하기까지의 과정을 트랙 순서대로 그려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누구나 듣기 편한 음악을 하겠다는 말은 대중과 팬덤을 모두 사로잡겠다는 포부로 들린다. 그리고 이는 같은 소속사의 뉴진스를 떠올리게 한다. 뉴진스는 데뷔 앨범의 음악과 비주얼에서 케이팝씬에 충격을 줄 만한 와우 포인트들을 쏟아냈다. 아쉽게도 BOYNEXTDOOR에겐 이런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 뮤직비디오를 비롯한 비주얼도, 음악도 친근하다 못해 익숙하다. 친근하되 신선해야 한다. 심지어 수록된 세 타이틀곡과 세 편의 뮤직비디오 간에도 두드러진 차이를 보기 힘들다. 모든 곡을 타이틀로 삼을 필요가 있었을지 의문이 든다.


최근의 멜론차트는 아이돌이 점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중의 관심은 아직 아이돌을 떠나지 않았고 세븐틴과 NCT DREAM 등의 사례를 보면 남자 아이돌에게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항마력이 필요 없는 가사, 세계관을 알 필요 없는 남자 아이돌, 어렵지 않은 노래. 과연 BOYNEXTDOOR의 음악은 대중들의 일상에 스며들 수 있을까?





"보사노바가 해장에 좋을 줄이야!"


2. 윤석철, 세진(Sejin) - [The Breakfast Club : 조찬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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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야 : 음악에 취해볼 생각만 했지, 왜 해장을 해볼 생각은 못했을까?


브라질 음악과 술을 사랑하는 두 뮤지션이 처음으로 함께 내보인 신곡은 ‘해장은 이 앨범으로!’라는 당찬 카피를 선보인다. 길어진 낮과 따사로운 햇볕 아래 낮술과 함께 듣기 좋은, 재즈 피아니스트 겸 프로듀서 윤석철과 옥상달빛의 박세진의 첫 앨범 [The Breakfast Club : 조찬클럽]이다.


삼바 리듬을 베이스로 색소폰, ep 등의 솔로로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타이틀 곡 ‘칵테일 파라다이스’는 앨범의 메인 콘셉트인 아직은 밝게 해가 뜬 여름날, 좋은 사람들과 기분 좋게 낮술하는 나른하고 여유로운 장면을 그려낸다. 앨범의 카피는 해장을 권하지만 일곱 마디로 맺어지는 코러스 파트는 마디가 완결되지 않고 계속해서 고조되는 느낌을 주면서 “한잔 더!” 하는 가사와 맞물려 오히려 끊임없이 술을 더 들이켜게끔 한다. 윤석철의 목소리로 채워진 묵직하면서 감정선을 따라 오르내리는 그루브가 매력인 수록곡 ‘소개팅이요?’는 재즈 피아니스트의 모습에 익숙한 윤석철의 순수하고 정직한 목소리가 담긴 긴 독창을 들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한 즐거움이다. 그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대중들에게 낯설게 느껴질까 하는 염려는 플레이리스트 유튜버 ‘LAYBACK’과의 Bossa & Latin pop 콜라보 플레이리스트로 희석되며, 나아가 그들이 그리는 그림을 훨씬 명확하고 감각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좋은 전략이다.


해장과 음주를 동시에 격려하는 이 앨범은 4개의 트랙과 하나의 inst.로 굉장히 깔끔한 편이다. 지독한 숙취에는 깔끔함이 해장의 최고 미덕이지만, 첫 호흡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환상적인 페어링의 두 뮤지션이 만들어 낸 좋은 음악은 이렇게 깔끔하게 끝내기에는 조금 아쉽다. 이들의 음악과 함께 샴페인 한 병을 땄으나, 채 다 비워내기도 전에 짧은 곡 수와 깔끔하게 사라지는 음악은 리스너로서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그들이 이번 작업을 시작으로 더 많은 앨범들을 선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 역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술을 준비해 두고 기다릴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나아가야 한다는 결심"


3. 윤지영 - [나의 정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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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 : 윤지영의 노래는 건조하다. 어떤 멜로디의 어떤 가사도 담담하게 전하는 그녀의 보컬은 마치 의도적으로 감정을 통제한 듯 느껴진다. 그리고 이러한 절제됨은 이야기에 더욱 귀 기울이게 만드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그녀가 인터뷰를 통해 밝힌 이번 첫 정규앨범 [나의 정원에서]의 주제는 ‘작은 희망’인데, 꼭 나아가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느껴도 나아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순간 자체가 밝게 빛나는 희망처럼 느껴졌고, 이를 토대로 주제를 잡았다고 한다.

1번 트랙 ‘어제는 당신 꿈을 꿨어요’에서는 꿈속에 등장한 당신을 그리워하면서도 그가 돌아오지 않는 현실을 인지하고 계속 나아가겠다고 다짐하며, 3번 트랙 ‘City Seoul’에서는 자신이 떠나온 사람들의 마음을 떠올리며 절대 뒤돌아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여전히 불안하고 망설여지지만, 그럼에도 끊임없이 ‘나아가야 한다’고 되뇌며 내면적 성장을 갈구한다. 이렇듯 너무나도 솔직하고 위태로운 그녀를 우리는 응원하게 된다.

윤지영의 성장은 내면에만 그친 것은 아니다. 각각의 수록곡의 스타일이 다양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사운드적 통일감이 돋보인다. 이와 관련해 밴드 실리카겔의 김춘추가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등 믹싱과 마스터링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녀의 말마따나, 어둠 속에 머물러 있던 과거와 달리 이번 앨범을 통해 일말의 빛을 찾았다고 느껴진다. 인간 윤지영도, 아티스트 윤지영도.





"엔데믹은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된다."


4. Bruno Major - ‘Colum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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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야 : 7월 21일 Bruno Major의 세 번째 정규앨범의 타이틀곡이 될 선공개 곡 ‘Columbo’이다. 이달 초에 먼저 공개된 ‘We Were Never Really Friends’가 그의 곡 중 가장 뜨거운 곡이라고 생각했는데 ‘Columbo’ 역시 유려한 어쿠스틱 기타를 메인으로 한 따듯하고 다정한 인상을 가진 곡이다. Columbo는 여행 금지가 풀렸을 당시 LA로 떠난 그가 여행에서 구매한 차의 애칭이다. (선공개 곡들의 뮤직비디오에도 등장한다.) 그는 6개월 동안 Columbo와 함께 캘리포니아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3집 앨범의 모든 곡을 작곡했다고 밝혔는데, 기나긴 펜데믹을 지나 떠나온 여행에서 되찾은 자유의 감각은 음악적으로 큰 영감과 열정을 발견시켜 줬기에 Columbo는 그가 느낀 자유의 상징으로서 이번 앨범에 담겼다고 한다.


이전의 그의 앨범들은 속삭이는 듯한 보컬과 미니멀한 구성에 재즈 한 스푼, 그리고 의도된 여백과 절제된 감성을 가진 음악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자연스레 작은방 안에서 홀로 무던히 노래하던 그를 떠올리곤 했다. 1집이 특히 그러했고 2집은 기본적인 악기 구성의 1집에 비해 새로운 소리의 레이어들도 늘어나고 공간감도 비교적 확장된 느낌이지만, 여전히 특유의 고독한 바이브가 있었다. 이는 앨범 커버만 봐도 직관적으로 와닿는다. 1집이 낮은 채도의 바탕에 2D의 도형과 기호들의 배치였다면, 2집은 같은 2D의 선들의 반복이지만 레이어가 중첩되면서 영역과 방향이 확장되는 인상을 준다. 색감 역시 빈티지한 감은 있지만 강렬한 붉은빛을 띤다.


이러한 맥락에서 스포티파이에 선공개된 이번 3집의 커버를 보자. 페이퍼 아트로 보이는 3집의 커버는 역시 2D의 종이를 이용하긴 했지만 각 레이어들은 각각의 훨씬 더 구체적인 형상을 갖고 있고 이들이 중첩되고 엮이며 깊이 감과 입체감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모습과 선공개 곡들로 미루어보아 이번 그의 앨범은 가장 에너지가 밖으로 발산되는 음악들이 아닐까 추측할 수 있다. 자유를 통해 되찾은, 따스한 햇볕 아래 생동하는 에너지를 매개로 잊고 있던 사랑들을 새로이 노래할 그의 새 정규앨범을 기대해 본다.





"우리 다음에도 볼 수 있겠지?"


5. imase – ‘Nagisa’

배게비누 : 한국에 불고 있는 J-POP 유행의 선두주자인 imase가 새로운 싱글을 발표했다. 나른함이 느껴지는 보컬에 밝고 흥겨운 멜로디, 한국인이 사랑하는 시티 팝의 느낌도 갖고 있는 이번 신곡은 한일 양국의 틱톡을 휩쓸었던 ‘NIGHT DANCER’를 생각나게 한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이 신인 J-POP 아티스트는 벌써 내한 쇼케이스도 하고, ‘NIGHT DANCER’의 한국어 리믹스 버전도 발표하며 프로모션에 열을 올렸다. J-POP 가수의 한국 진출이라는 흔치 않은 기회를 단발성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신곡에서 Night Dancer의 향기가 강하게 나는 이유도 이와 연관이 없지는 않을 거라 한다면 오버일까.


아직 이 곡의 흥행을 단정하기는 너무 이르지만 안타깝게도 한국 차트에서는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한국 리스너들의 관심이 가시기 전에 좋은 음악으로 곡 하나가 아닌 imase의 팬덤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imase와 imase의 음악을 듣기 시작한 한국의 리스너들 모두 이를 바라고 있다.





"Hey World! ver.2"


6. King Krule – ‘If Only It Was Warm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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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 : 2013년, 오버사이즈 슈트를 입은 붉은 머리의 영국 소년이 씬에 등장했다. 록과 재즈의 형식이 절묘하게 결합된 그의 음악은 많은 이들의 귀를 사로잡았고, 데뷔 앨범[6 Feet Beneath The Moon]부터 빌보드 차트인, 후속작 [The OOZ]는 2017 피치포크 선정 베스트 록 앨범에 등극하는 등 훌륭한 성과를 남겼다. 시간이 흘러 소년은 아버지가 되었고, 그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가 어떤 새로운 음악으로 표현될지 나를 포함한 많은 팬들의 기대감이 고조됐다. 그리고 오는 6월, King Krule의 새로운 앨범 [Space Heavy]가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번 싱글 ‘If Only It Was Warmth’는 4월에 발매된 ‘Seaforth’와 함께 앨범에 수록될 예정인 선공개 곡이다. 감상 후에 떠올랐던 키워드는 ‘단순화’이다. 곡 안에 담긴 시선은 여전히 냉소적이며 특유의 음산한 앰비언스도 여전하지만, 베이스가 되는 기타/드럼은 단순한 코드 진행을 반복하며 신디사이저와 리버브를 곳곳에 배치해 약간의 베리에이션을 꾀한다. 사운드적 실험보다는 메시지와 톤앤매너의 전달에 힘을 실은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번 싱글에는 아쉽게도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가 줄곧 보여줘 온 독특한 샘플링 방식이 앨범에서 어떻게 구현됐을지는 여전히 기대되는 포인트이다.

<침잠하는 서프 뮤직>. 누군가 King Krule의 음악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는데, 너무나도 적절한 표현이라고 느꼈다. ‘침잠’과 ‘서프 뮤직’처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를 붙이듯, 그의 음악은 서로 대척점에 있는 요소들이 결합하여 만들어 낸 독보적인 장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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