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3년 6월 1주)

Stray Kids, 너드커넥션, 민수, H.E.R., Khamari 외

by 고멘트

"자신감이 5성급"


1. Stray Kids (스트레이 키즈) - [★★★★★ (5-STAR)]

20569124.jpg

준9 : 평론가나 리뷰어들이 작품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별점'을 따와 앨범명을 지은 스트레이 키즈는 그들의 이번 앨범이 별 다섯 개, 즉 만점짜리라고 칭하고 있다. 이러한 넘치는 자신감에 답이라도 하듯 이 앨범의 선주문량은 역대 한국 아이돌 앨범 중 최대치인 513만 장을 기록했다. 불과 얼마 전 세븐틴이 세웠던 기록(464만 장)을 엎어버린 것이다.


앨범의 주제와 가사, 음악에 대해선 지금까지의 스트레이 키즈의 연장선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룹 특유의 거칠고, 베이스가 강조된 사운드와 텐션 가득한 분위기는 타이틀 곡 ‘특’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다만 이전과 다른 음악적인 도전이 돋보인다. 틀에 박히지 않은 구성으로 그룹의 자유로운 이미지를 반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2절 verse에서 G-Funk 스타일로 변주되는 구간, 곡 말미 브릿지부터 아웃트로까지의 구간에서 편곡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러한 시도들은 과한 느낌 없이 곡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데에 크게 기여한다. 더하여 뮤직비디오 역시 다양한 레퍼런스와 영상적인 시도를 보여주며 재미를 더한다. 이밖에도 앨범에는 ‘위인전’, ‘ITEM’ 같이 뻔뻔하게 자신감을 내비치는 트랙들과 브라스 샘플을 테마로 사랑 주제를 풀어가는 ‘충돌’과 같은 인상적인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방찬을 필두로 한 프로듀싱 유닛 3RACHA의 역량과 스타일의 범위를 실감할 수 있는 지점이다.


다만 가사에 아쉬움이 남는다. 영어 가사의 비중이 크기도 하고 앨범 전체적으로 가사의 밀도가 약해서 음악을 들으며 직관적으로 곡의 주제를 파악하기 어렵다. 프로듀싱을 주도하는 방찬이 호주 출신으로 영어 사용에 익숙하기도 하고, 어느 순간 글로벌 그룹이 되어 버린 스트레이 키즈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문제 삼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방탄소년단, 세븐틴과 같은 또 다른 케이팝 보이그룹의 탁월한 가사들과 비교했을 때 그 아쉬움은 더 두드러진다.





"너드의 유쾌한 반란"


2. 너드커넥션 (Nerd Connection) – ‘I Robbed a Bank’

20568927.jpg

동봄 : 대부분이 그러하듯 너드커넥션이라는 밴드를 그들의 대표곡 ‘좋은 밤 좋은 꿈’이나 ‘조용히 완전히 영원히’로 처음 알게 되었다. 심지어 취중 Live라는 매우 감성 넘치는 형태로 처음 접했었기에 막연히 메탈이나 펑크와 같이 사운드가 강한 음악과는 거리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그저 얄팍한 선입견에 불과했던 것 같다.


이번 싱글 ‘I Robbed a Bank’에서 강렬하고 거친 기타나 드럼 같은 악기의 사운드도 인상 깊었으나, 무엇보다 의외였던 건 서영주의 보컬이 아닐까 싶다. 적당히 이펙트가 걸린 채 시작한 맛깔나는 보컬은 내가 알던 그 목소리가 맞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그러나 1절의 코러스까지 듣고 나면, 어느새 곡의 분위기에 완벽히 동화되어 있는 나를 목도하게 된다. 특히 2절에 들어 툭툭 던지는 영어 욕설들로 이 곡의 퍼즐은 완성된다.


기존 팬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이들의 음악을 깊게 들었던 것도 아니라 이런 류의 변화가 재미있기만 하다. 앨범 단위의 변화가 아니라 싱글 하나이기도 하고 이 정도 완성도라면 기존의 감성을 좋아하던 팬들 역시 충분히 납득될 만할 것 같다.





"온기가 있는 음악은 늘 위로가 되는 법"


3. 민수 – ‘Buddy’

4086691.jpg

미온 : 우리는 서로의 세상을 완전히 공감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그래서 함부로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는 것은 또 다른 상처를 주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때로는 거창한 위로보다 공백의 위로가 필요한 법인데, 민수는 그런 무해하고 다정한 위로를 ‘Buddy’를 통해 전한다.


‘Buddy’는 민수의 10년 지기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진 곡이라고 한다. 그만큼 조심스럽고 애정 어린 마음이 가득 느껴지는 곡인데, 가사에서도 드러나듯이 “속상하다 하면 나는 바보가 돼”버리고 “그저 안아 주는 것밖에 할 수가 없”다며 서툴지만 농도 짙은 진심이 담겨있다. 이 따스한 위로는 그녀가 늘 노래하던 ‘사랑’이라는 테마와 맞물려 큰 울림을 준다. 사운드 또한 가사만큼이나 포근하다. 팝 스타일의 멜로우한 밴드 사운드는 민수 음악이 가진 긍정적이고 따스한 톤을 표현하는데 적합했다. 그래서인지 민수의 오리지널리티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고, 데모곡보다도 훨씬 정돈된 사운드를 맛볼 수 있다. 물론 데모곡이 가진 특유의 풋풋함이 사라진 점은 아쉬웠다. 그러나 차분한 톤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온기가 있기 때문에 그 나름대로 좋았다.


결국 이번 싱글이 가진 의미는, 진심이 담긴 음악은 사랑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곡이 설령 그녀의 친구를 위해 만들어졌다 해도, 그 진심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았다. 이렇듯, 온기가 있는 음악은 늘 위로가 되는 법이다. 민수의 음악은 그런 힘이 있다.





"지금이 바로 Best Part"


4. H.E.R. – ‘The Journey’

31661032.jpg

미온 : 소울풀한 보컬, 깊이 있는 가사로 R&B씬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H.E.R의 신보, ‘The Journey’이다. 이번 싱글은 H.E.R의 보컬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곡이다. 이전 노래들과 다르게 클래식한 구성을 띄고 있어서 보컬에 집중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이 곡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그녀의 보컬 스킬인데, 가창력도 그렇지만 강약 조절이 탁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코러스가 끝나고 다음 벌스로 넘어가는 순간 절제된 보컬을 구사하는데, 그 틈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러한 부분에서 그녀의 보컬 스킬이 얼마나 압도적인지 알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곡 말미에는 모든 사운드가 터지면서 그녀의 보컬 또한 절정에 이르는데, 이 부분에서 강렬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도 했다. 가사 또한 인상적이다. 인생이라는 여정 속에서 겪는 좌절, 성장 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힘든 시간도 있겠지만, 넌 잘 이겨낼 거야”와 같은 희망적인 격려를 전한다. 그 메시지는 피아노, 스트링, 드럼 순으로 고조되는 사운드와 깊이 있는 보컬이 한 데 어우러져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H.E.R의 전성기는 지금부터가 아닐까. 보컬로서도, 프로듀서로서도, 스토리텔러로서도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을 이 곡에서 증명했지 않았나 싶다. 그녀의 여정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His name is Khamari"


5. Khamari - [A Brief Nirvana]

31699206.jpg

준9 : 엇, 프랭크 오션이 앨범을 냈나? 싶었다. 보컬의 색과 특유의 멜로디, 작은 디테일들은 충분히 그렇게 착각할 만했다. 하지만 카마리라는 뮤지션의 음악이라는 걸 알고 나서도 그를 그저 ‘오션 카피캣’ 취급하고 넘어가지 않았던 이유는 단순하다. ‘음악이 좋아서’다.


이번 앨범은 2020년 EP [Eldorado]로 데뷔한 이래 첫 정규다. 앨범은 신예 뮤지션의 작품이라고 여기기 어려울 만큼 섬세하고 능숙하며, 노련하다. 첫 트랙 ‘Wax Poetic’에서의 진술들, “말문이 막혔어요 (II've been tongue tied)”, “이 열여섯 마디로는 충분치 않으니까요 ('Cause this sixteen ain't enough)” 등은 그가 어떤 예술가인지 말해준다. 그는 차오르는 말을 고르고 골라서 내뱉는 뮤지션이다. 음악적으로 살펴보면 기타, 현악기, 공간음 가득한 피아노 등을 적극 활용해 조성한 포크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내밀한 가사를 노래하는 뮤지션인 만큼 이러한 편곡은 더욱 설득력 있고 아름답게 들린다. 앨범 전체적으로 유기성을 갖추고 있어 어느 한 곡이 두드러지게 튀지 않지만, 그중에서도 'Doctor, My eyes'와 'These Four Walls'가 앨범을 대표한다. 각각의 곡은 고향을 떠나며 느끼는 내면의 혼란과 타인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카마리 특유의 감성과 보컬로 전개해 나간다.


앨범은 소울 뮤지션들에 대한 존경과 헌사도 아끼지 않고 드러낸다. 스티비 원더의 ‘Knocks me off my feet’가 언급되는 ‘Right My Wrong’나, 알 그린의 곡을 샘플링한 ‘On My Way’ 등을 통해 카마리는 자신의 음악 DNA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꾸준히 보여준다. 그는 정말이지 알앤비 정통을 잇는 재능 있는 신예인 것이다.





"원 히트 원더의 숙명"


6. LF SYSTEM – ‘Dancing Shoes (Take Me Higher)’

31646870.jpg

동봄 : 작년 ‘Afraid To Feel’로 오피셜 차트 8주 연속 1위를 맛보며 관심을 받았던 LF SYSTEM이지만, 이후 싱글에서는 이렇다 할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Afraid To Feel’의 성공 이후 들쑥날쑥한 BPM과 고전적인 여성 보컬, 스트링이나 브라스 등으로 빚어내는 7080스러운 분위기가 이들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은 듯싶은데 이제 슬슬 변화를 꾀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이번 싱글 ‘Dancing Shoes’ 역시 이전 싱글 ‘Hungry’처럼 미적지근한 반응이다. 앞서 LF SYSTEM이 만들어 온 그들의 정체성은 상당히 구체적인지라, 이제 발표되는 싱글마다 결국 자기 복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이 너무나도 강하다. 또한 이들이 주목받은 이유 역시 처음 들었을 때의 신선함 단 하나뿐이었기에, 사실상 동일하게 발매된 그다음 싱글부터는 대중이 피로감을 느끼기 용이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이번 싱글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실 ‘Afraid To Feel’ 이전부터 비슷한 음악을 해왔었기에 당장 색채를 버리기는 어렵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WiB’나 ‘We Can’t Be Dreaming’ 같은 곡들을 보면, 팝 시장과는 거리감이 다소 느껴지지만 다른 장르를 소화할 가능성도 어느 정도 있을 것 같다. 다른 곡으로 차트에 입성할 이들의 모습이 궁금하다.





※ '준9', '미온', '동봄' 블로그


keyword
고멘트 음악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기획자 프로필
팔로워 396
매거진의 이전글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3년 5월 4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