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3년 6월 3주)

LUN8, 엔플라잉, 주영, Ambré, Ewan Mainwood 외

by 고멘트

"전형적이지만.. 반가워!"


1. LUN8(루네이트) –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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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트로, 위키미키 등을 배출해 낸 판타지오가 7년 만에 론칭하는 새 보이그룹이다. 음반은 말 그대로 “신인 아이돌”의 전형을 따르고 있다. 밝고 에너제틱한 모습과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청량감이 느껴진다. 천편일률적인 콘셉트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곡들의 일관성이 흥미롭다. 수록된 모든 곡이 여정을 떠나는 마음과 당찬 포부가 담겨있다. 신인이라면 으레 그런 메시지의 곡을 담곤 하지만, 이렇게 앨범 전체가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건 흔치 않다.


듣고 즐기기 쉬운 무난한 곡들로 구성되어 있는 앨범이지만, 그걸 소화하는 멤버들의 보컬이 경직되어 있다. 특히 타이틀인 두 곡에서 멤버들의 약한 보컬이 곡의 펑크함을 전혀 살려내지 못한다. 발성이나 성량, 스킬뿐만 아니라 딕션이나 가사 전달 또한 미흡해 몰입감을 떨어뜨린다.


물론,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니 지켜볼 필요는 있다. 점점 사라져 가는 ‘밝은 댄스곡’ 영역에 한 획을 그어주길.





"갇혀 있던 옥탑방에서 이젠 떠나야 할 때"


2. 엔플라잉 (N.Flying) - ‘Once in a BLUE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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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 Blue Moon은 엔플라잉의 설명서와도 같았다. 이승협이 지대하게 영감을 받았던 밤하늘에서 파생된 소재 블루문을 이용하고, 너에 대한 실체 없는 감정을 비유와 상징 등의 시적 표현으로 풀어냈다. 감성적이고 예술적이지만, 일상적이고 소소하다. 노래 자체에서도 엔플라잉만의 방식을 엿볼 수 있다. ‘옥탑방’ ‘폭망’ 등의 타이틀에서도 돋보이는 요소 중 하나였던 엇박 연주를 그대로 끌어왔다. 몽글한 건반 사운드가 엇박으로 연주되며 곡의 무드를 형성하고 있다. 인트로 연주 없이 바로 로우톤의 보컬로 시작되는 점 또한 이전 발매 곡들과 유사하게 들리는 데 한몫한다. 그 외에도 엔플라잉의 특징이자 장점인 ‘유회승의 넓은 음역’을 벌스엔 낮게 코러스엔 높게 대비되도록 배치하며 선보이고 있다는 점까지 ‘엔플라잉표 음악‘의 정석 뉘앙스가 도드라진다.


송폼 구성에 따라 큼직하게 나눠진 파트, 고조된 인터루드 직후 힘을 덜어주는 랩, 곡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드는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 등을 첨가하며 전체적으로 락 발라드의 화려함을 많이 덜어내어 내추럴하다. 훅의 멜로디 라인이 반복되며 쉽게 귀에 익는다는 점도 엔플라잉이 추구하는 대중 친화적인 이미지에 한몫하고 있다. 다만, 앞서 설명한 문제를 계속 곱씹게 된다. 지속해서 반복되는 방식은 속된 말로 ‘엔플라잉표 양산형 음악’이라는 문제를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팬송’ 그리고 ‘굿바이 인사’라는 방패로 양산형 음악이라는 문제는 가려졌지만, 다시 돌아오겠다 약속했던 만큼 다음 앨범에선 이승협은 지금까지 해 온 작곡의 한계를 넘어서야 할 필요가 있다. 같은 작곡 방식으로 이어져 기시감을 조성하며, 이전 디스코그라피가 떠오를 수밖에 없던 점이 아쉽다.


그리고 장기간 이루어져 컨셉이 아닌 그 자체가 되어 버린 ‘청춘’ 키워드는 단단하고도 안전했다. 하지만 어렸던 그때 입었던 옷엔 다 자라 버린 지금은 몸을 끼워 맞추어야 하듯, 이들에겐 새로운 옷이 필요할 듯도 싶다. 좁은 스펙트럼은 그들에게 자꾸만 한계를 지정한다. 엔플라잉의 군백기 이후에는 그들이 만들어낸 ‘옥탑방’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며.





"닳아버린 밑창과 남겨진 소회"


3. 주영 – ‘My Soles Worn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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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먼 : 모니터링을 하는 듯한 사진 속, 검은 드레스를 입은 그의 모습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모를 정도로 낯설었다. 지난 2020년 헤이즈와 함께 한 ‘요를 붙이는 사이’ 이후로는 좀처럼 그의 소식을 알 수 없었고, 그래서인지 돌연 3년이 되어서야 올라온 사진과 영상 속 그의 모습은 좀처럼 눈에 익지 않았다. 티저에는 장례식을 연상시키는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등장했고, 이윽고 바다 앞에 서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화면은 지난 시간 동안 느낀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내려는 듯 보였다. 그리고 뒤이어 그가 들려준 음악은 사진만큼이나 낯선 모습을 띄고 있었다.


주영을 네오소울 R&B를 기반으로 한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로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티저 속 그의 드레스 차림만큼이나 낯선 인상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EP [Fountain] 이후 아티스트 본인만의 색깔이 드러난 음악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해 왔지만, 이번 싱글은 시작부터 그 궤를 달리한다는 느낌이었다. 러프한 기타 연주로 시작되는 음악은 ‘32년을 걸어왔다’는 담담한 노랫말과 함께 주영이 아티스트로서 그간 느껴왔던 생각이나 감정들을 토해내는 동안 묵묵히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언뜻 감상했을 때는 다른 악기들이 들리지 않아 공간감을 느낄 법도 한데, 그 틈을 보컬 코러스와 기타 이펙트가 메꾸고 있어 곡이 진행되면서 오히려 촘촘해진다. 이러한 구성은 결국 하이라이트에서 드럼소리와 함께 터져 나오는데, 이 부분에서는 근래의 Frank Ocean이나 Daniel Caesar의 음악과 같은 인상을 받았다. 마치 그가 바라보았던 파도처럼, 잔잔하다가 한 순간 강하게 몰아친다.


비워낸 듯 하지만 가득 채워진 곡의 구성만큼이나, 크레딧에 적힌 멘트는 곧이어 나올 정규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아티스트의 소개글을 보면, 오랫동안 둥지를 틀었던 집을 벗어나 3년이라는 시간 끝에 그간의 소회를 밝힐 준비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선공개곡이지만 노래의 타이틀처럼 밑창이 닳을 정도로 긴 여정을 다녀온 이의 이야기라면, 분명 오랜 시간 기다려온 리스너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받을 준비”


4. Ambré – [who's loving you]

데이먼 : 이미 Kehlani, H.E.R 등 많은 아티스트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나름의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Ambré가 지난 16일 신보 [who’s loving you]를 발표했다. 전작 [3000°] 가 발매된 지 정확히 1년 만에 나오게 된 이번 앨범은 이야기의 연장선으로, 앨범의 타이틀처럼 ‘누가 당신을 사랑하는가?’에 관한 고민을 리스너와 아티스트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전작 [3000°]이 자신이 나고 자란 뉴올리언스에 바치는 헌사였던 것처럼, 도시 속 자신의 삶을 조명하는 ‘MUSE FREESTYLE’을 시작으로, 트랙이 진행되는 동안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사랑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은 어떨지 계속해서 자문한다. 앨범은 전체적으로 하나의 질문 아래 유기성을 가지고 이어지고 있지만, 트랙 대부분이 로파이한 신스를 베이스로 한 트랩 소울에 머물러 있어 조금은 루즈하게 들린다. 물론 아티스트 본인도 이러한 흐름을 의식했는지, 드럼 앤 베이스 장르에 기반한 ‘BAD HABITS’과 같은 트랙을 중간에 넣어 나름의 변주를 주고 있다. 하지만 이전 앨범 [3000°] 에서처럼 아프로비츠 장르의 ‘Wild Life…’나, 소프트한 무드의 ‘Superstitious’ 같은 트랙이 들어갔다면 조금 더 설득력을 가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그녀의 이야기는 이미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2023 BET 어워드에서 ‘Best New Artist’에 수상되는가 하면, Jvck James가 참여한 싱글 ‘I’m Baby’는 빌보드 R&B 차트에서 1위를 달성하는 등 연이어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외에도 NPR Music의 Tiny Desk 등 여러 채널에서 그녀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으니, 그녀가 질문을 끝마치기도 전에 이미 많은 이들이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녀는 이미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입덕각"


5. Ewan Mainwood – [Hold On Me]

: 제2의 에드시런이라 불리는 이완메인우드의 새 싱글이다. “Hold On Me”의 초반부는 어디 카페에 가도 흔하게 들을 법한 싱글 정도의 느낌을 준다. 무난한 전개 방식을 예상했지만 프리코러스를 지나 코러스로 돌입하면 귀를 쫑긋하게 되는 드롭과 함께 매력적인 백보컬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환기된다. 2절이나 브릿지에선 사운드를 활용해 한 번 더 분위기를 바꾸어내며 2분 45초라는 짧은 구성 안에서도 최대한 다양한 장면을 연출한다.


사운드에 더 귀를 뺏기게 되는 곡인 건 맞지만, 이완메인우드의 가창력과 음색 역시 짚고 넘어가고 싶다. 특히 함께 수록된 ‘Lapse In Love”에서는 특유의 몽환적인 음색과 강한 접지력이 찰리푸스를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곡의 운용능력에 감탄하게 되는 싱글이며, 큰 사이즈의 음반과 제1의 이완메인우드를 기대하게 만든다.





"Stronger than Stronger"


6. Kelly Clarkson – ‘red flag coll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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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 발매를 앞둔 정규 10집 [Chemistry]의 예고편처럼 쏟아져 나온 싱글 중, 유독 귀에 꽂히는 곡이라 말하고 싶다. 이혼의 아픔을 쓰게 딛고 일어난 켈리 클락슨의 근래 음악은 ‘mine’, ‘i hate love’처럼 사랑에 넌더리가 난 이미지를 넘치게 담아내고 있다. 이번 red flag collector’ 또한 비슷한 결을 유지하며 사랑할 때의 red flag를 경고함과 동시에, 쓰게 얻은 교훈을 드러낸다.


서부 영화에서나 삽입될 법한 휘파람 소리의 인트로는 꽤 인상적이다. 덧붙여 말 울음 사운드, 모래를 밟는 발걸음 사운드, 까마귀 울음 사운드 등 영상에서나 삽입될 법한 효과음들이 포함되어, 웨스트 무비 안의 술집에 자리 잡은 것만 같은 공간적 이미지를 부여한다. 이어지는 벌스에 점잖게 비집고 들어온 기타 스트럼 사운드가 갑작스레 팝 락으로 장르를 전환하는 듯 보이지만, 이미 다양한 장르 전환의 K-pop에 절여진 한국인으로서는 자연스럽게 재미를 더하는 요소로 와닿았다.


파워풀하게 내지르는 고음역의 코러스에서 현역 탑 보컬리스트의 저력을 보여주고, 빈티지한 피아노와 트럼펫 사운드가 더해진 브릿지에선 레트로틱한 새로운 연출을 보여주는 등 듣는 재미가 상당하다. 컨트리풍 ‘i hate love’에 이어 서부풍 ‘red flag collector’까지, 여러 연출과 분위기로 꽉 채우니 가창력에 유독 주목할 수밖에 없던 켈리 클락슨의 음악에 집중이 분산될 수 있어 참신하다. 힘들었던 개인사를 딛고 일어난 그녀의 음악엔 새로운 힘이 생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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