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3년 6월 4주)

THE NEW SIX, 나이트오프, 까데호, Doja Cat 외

by 고멘트

"판도를 바꿀 묘수?"


1. THE NEW SIX (TNX) – [BOYH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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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게비누 : ‘TNX’가 ‘THE NEW SIX(TNX)’라는 새로운 팀명으로 미니 3집을 발표했다. 멤버나 회사에 어떠한 변동도 없는데 팀명을 바꾼다는 건 쉬운 결정도, 흔한 경우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건 그만큼 이 팀에 새로운 브랜딩이 시급하며 이를 계기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THE NEW SIX의 데뷔 앨범은 강렬하고 웅장한 비트의 전형적인 남자 아이돌 곡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미니 2집은 소년의 사랑과 이별을 주제로 한 힙합 장르의 타이틀로 훨씬 듣기 편하고 다가가기 쉬운 컨셉이었지만 두 앨범 모두 이들이 어떤 팀인지 보여주기엔 아쉬웠다. 그러나 이번 앨범은 THE NEW SIX가 재치 있고 청량한 보이그룹임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90년대에 시대를 풍미했던 보이그룹이 그 모습 그대로 30년 만에 돌아왔다는 재밌는 컨셉. 그에 맞게 90년대 유행했던 뉴 잭 스윙 장르의 여름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선정했고 신스 사운드가 특징인 수록곡들을 앨범에 담았다. 그 시절 가요 프로그램, 광고를 컨셉으로 한 프로모션도 이번 활동에 재미를 더한다.


THE NEW SIX가 지금까지 선보인 세 장의 앨범은 이들만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세 번째 시도에 이들은 모든 걸 바꾸고 새로운 페이지에서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새로운 팀명은 그 각오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선택은 판도를 바꿀 묘수가 될 수 있을지 이들의 다음 앨범이 궁금해진다.





"사랑으로 허무는 편견과 경계들"


2. 나이트오프 (Night Off) –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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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야 : 이이언의 목소리로 듣는 다정한 사랑의 노래는 꽤 고무적이다. 지난해 여름 제주포도뮤지엄의 기획전시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와 동명인 최수진 작가의 애니메이션에 삽입된 음악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이다.


어쿠스틱 기타 선율과 함께 느리게 시작되는 곡은 어떠한 다짐을 꾹꾹 눌러 담은 노랫말을 따라 정직하게 걸어간다. 이이언을 포커스로 이 음악을 바라봤을 때, Mot의 1집부터 나이트오프까지 꽤 오랜 기간 그의 음악을 들어온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이 밤에 숨어요’를 시작으로 이번 곡과 같은 다정하고 따듯한 노랫말을 담은, 드림 팝이나 인디 록의 색이 느껴지는 나이트오프의 음악들이 조금 낯설게 다가왔다. Mot의 음악과 그의 솔로 앨범은 당시 필자가 마주한 세상에서 가장 큰 슬픔과 절망의 늪과 같은 곡들을 일렉트로닉과 록을 기반으로 촘촘하게 쌓은 인더스트리얼 느낌의 음악들이었기에, 나이트오프로 이능룡과 공동 작사 작곡한 ‘리뷰’와 ‘오늘의 날씨는 실패다’를 들려줬을 때도, 비교적 화사하고 몽글해진 기타 톤이나, 록 사운드가 덜하다는 것 외에는 관계 속 절망적인 정서를 점묘화를 그리듯 섬세하게 찍어내는 이이언의 작법은 여전하다고 느꼈다. 때문에 이런 변화가 더욱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가 엮여내는 재료와 환경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청자의 마음을 섬세하게 매만지는 장인의 기술은 여전하기에 오히려 그들의 신곡은 더욱 고무적으로 다가온다. 사실 이는 그가 변했다기보다 원래 그의 안에 있던 따듯한 사랑의 존재감이 이능룡과 함께 때맞춰 피어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우리가 어디에 속하는지는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는 그들의 말처럼, 나이트오프의 신곡은 사람들과의 무의미한 경계를 지워낼 뿐 아니라 저도 모르게 그를 ‘세상에서 제일 슬픈 사람’으로 규정해 두고, 작은 변화에도 낯설어하는 필자에게도 그의 음악에 쌓아둔 경계의 벽을 부드럽게 허물어버린다. 섬세한 사랑과 다정이 이렇게나 강력함을 새삼 다시 깨닫게도 한다. 가야 할 길은 한참 멀지만 서로를 이리저리 정의 내리기보다 사랑으로,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며 앞으로의 그들의 음악들을 기대한다.





"여름 플레이리스트를 고민 중인 당신께."


3. 까데호 – ‘아프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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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 : 여름이다. 사람마다 여름 하면 떠오르는 장르들이 있다. 시티팝, 트로피컬 하우스, 레게 등. 나의 경우에는 단연 서프록이다. 덥고 습한 날씨 속 찰랑거리는 기타 사운드는 선풍기 ‘약풍’ 쯤의 가벼운 시원함을 전해주곤 한다 (더위를 많이 타기에 음악으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물론 까데호의 음악을 서프록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흑인음악 베이스의 잼 세션이라고 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이번 싱글 ‘아프지마’ 또한 그러하다. R&B의 향이 짙게 밴 보컬에 흑인 음악 특유의 즉흥 연주가 중심이 되는 구성. 하지만 이상하게도 느낌은 비슷하다.

기타 톤, 템포 등 여러 가지 세부 요인들이 있겠지만, 나는 결국 ‘‘톤앤무드’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연주의 자유로움과 에너지를 중시하는 까데호의 음악은 ‘서퍼들의 음악’이라는 서프록의 편안하고 자유로운 무드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까데호가 남기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음악보다는 무드가 아닐까 싶을 만큼, 여름 바다의 분위기를 훌륭하게 청각화 해냈다. 어쨌든 뭐, 장르가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결론은 하나, 참 시원한 여름 음악이 나왔다는 것.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눈길이 가요"


4. Doja Cat – ‘Atten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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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게비누 : Doja Cat이 올해 정규 4집 발매를 예고한 뒤 선공개 곡 ‘Attention’을 발표했다.


인트로부터 2가지 스트링 사운드가 귀를 사로잡는다. 서부극 속 황야의 무법자를 떠오르게 하는 사운드와 몽환적인 사운드가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황홀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곧이어 나오는 Doja Cat의 보컬은 누군가 귓가에 속삭이며 유혹하는 듯하다. 이것도 모자라 첫 벌스에선 대놓고 우리의 관심을 요한다. Look at me, look at me와 you lookin’? 사이 그 잠깐의 정적 동안 Doja Cat이 눈 부릅뜨고 자신을 보고 있나 확인하는 것만 같다. 이어지는 벌스에선 자신에 대한 논란을 담아 헤이터들을 저격한다.


온몸을 빨갛게 칠한 강렬한 앨범 커버와 함께 붐뱁 힙합으로 돌아온 Doja Cat. 4분 내내 우리를 홀리고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정규 앨범으로 관심을 유도한다. Doja Cat의 유혹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이번에는 OST가 아니라요"


5. Emile Mosseri - [Heaven Hun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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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 : 영화 ‘미나리’의 OST 작곡가로 더 익숙한 Emile Mosseri의 데뷔 앨범. ‘미나리’를 포함한 여러 영화의 OST, 뮤지션들과의 프로젝트 작업 등으로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그이지만, 오롯이 ‘자신만의’ 작업물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모양이다. 총 10곡으로 구성된 그의 첫 정규 앨범이 ‘남들을 위한’ 작업물과 가장 다른 점은 ‘목소리’이다. 이전에는 들어볼 수 없었던 그의 차분한 보컬은 평화로운 곡의 무드와 잘 섞이면서도 적절히 존재감을 드러낸다. 또한 가사라는 매개체가 더해지며 스토리텔링의 폭이 넓어진 만큼, 삶과 행복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다양한 방향으로 풀어낸다. 장엄한 엠비언트 사운드에 나지막한 보컬이 더해지며 마치 영화의 독백 씬을 보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솔로 아티스트로서는 아직 좀 더 검증이 필요할 것 같다. 영화 속에서 추진력을 얻었던 그의 음악은, 그로부터 분리되는 순간 다소 힘을 잃는 느낌이다. 이는 아마 그의 음악 자체가 엠비언트 성향이 강하기에, 영화의 방대한 이미지와 결합했을 때 더욱 시너지를 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각각의 곡들이 충분히 매력적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영화 음악의 잔재에서 벗어나진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이제 1차 시기를 마쳤다. ‘미나리’에서 들려줬던 것만큼이나 아름다운 음악을 Emile Mosseri로서도 들려줄 수 있을까.





"빛나는 젊은 날의 상념들은 물음표로 가득하다."


6. Valley – [Lost in Translation]

교야 : 올해 첫 내한 단독 공연을 앞두고 있는 캐나다 밴드 Valley의 신보 [Lost in Translation]이다. 앞서 발표된 5개의 선공개 곡들이 모두 수록된 이번 신보는, Valley의 곡을 한 번이라도 들어본 이들에겐 눈에 띄게 진중해진 무게감과 큰 굴곡 없이 곧게 나아가는 진행을 느낄 수 있는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팝 록과 인디 팝 등을 기반으로 청춘을 닮은 시원한 사운드와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주는 그들은 이번 앨범을 통해 '20대에 느낄 수 있는 형용하기 어려운 답답함', 그리고 '유명세를 얻으며 느끼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대해 노래한다. 틱톡을 통해 유명세를 탄 'Like 1999'나 히트곡 'Oh shit•••are we in love?'이 수록된 [Last Birthday (The After Party)] 앨범이 각 트랙마다 다른 개성으로 듣는 재미를 자아냈다면, 이번 앨범은 청량한 결을 유지하며 유기적으로 흘러가는 쾌감이 매력인 앨범이다.


이번 앨범은 팝 록, 인디 팝, 신스 팝, 얼터너티브 록 등의 트랙으로 young한 The 1975를 떠올리게도 하며, 'Break For You'는 The Weeknd가 떠오르는 익숙한 신스 팝이다. 첫 트랙 'theme'과 'Lost in translation', 8번 트랙 'i thought i could fly'와 ‘Either Way, I’m Going Your Way’같이 연결되는 트랙들은 각각 두 곡이 하나로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지루함 없이 듣기 좋은 구성을 가졌지만, 너무 칼로 벤 듯 잘라 두 개의 음원으로 나눈 느낌이 몰입을 해친다. 때문에 오히려 라이브가 기대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아무 곡이나 눌러도 청량하고 시원하면서 타격감 좋은 드럼의 쾌감을 느낄 수 있는 곡들이지만, 다른 말로는 타이틀곡 'Natural' 역시 다른 곡에 비해 특별히 두드러지는 점 없이 묻혀있는 느낌이 든다. 그나마 가장 따라 부르기 좋다는 점이 비슷비슷한 트랙들 사이 타이틀로서의 작은 존재감이 아닐까 생각한다.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차분해진 트랙들이 이어지다 나오는 마지막 두 트랙 'Big Jet Plane'과 'Fishbowl'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Valley만의 언어로 잘 표현된 가사와 감성이 특히 잘 두드러져 앨범의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인상 깊다.


앨범을 소개할 때까지도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느끼는 감정들을 형용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시원한 사운드는 'Lost in translation'인 와중에도 잠시나마 상쾌한 해방감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이제 겨우 4년 차 밴드인 Valley가 훗날 이 물음들에 어떤 답들을 그들만의 음악으로 풀어낼지 기대된다. 물음표로 가득한 젊은 날일지라도 각자가 모두 밝은 빛으로 반짝이고 있으니 말이다.





※ 'frank', '교야', '베게비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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