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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팡이꽃 Sep 12. 2016

이 새! 느그 아부진 뭐하시노?

<애니멀! 아나 뭐?> #13 [그리고 아버지와 영양센터 전기구이 통닭]




아버지는 새벽까지 가족위해 이바지






1.

어제 추석 전 미리 아버지 산소에 다녀왔습니다.

돌아 오는 길 내내 떠나지 않던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낙서로 옮깁니다. 


원래 계사원(닭)의 빨간 머리(벼슬)에 대한 한 컷짜리를 그리려 하다가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뒤엉켜 두 컷을 더 그렸습니다. 다 그리고 나니 웃픈 자기고백 낙서가 돼버렸네요. ㅎㅎㅎ 


아래 '2번' 글은 제목처럼 '한 페이지짜리 낙서가 세 페이지가 된 구구절절한 사연'입니다.

낙서를 보시는 데 양념같은 글이니 스킵하셔도 됩니다. 


이제 곧 (연휴같지 않은) 추석 연휴가 옵니다!! :D 

그리고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에게 '힘!!!'   



2.

[한 페이지짜리 낙서가 세 페이지가 된 이유 : '영양센터 전기구이 통닭'을 중심으로...]  



'느그 아부진 뭐하시노?'  



저희 아버지는 장사를 하셨습니다.

저녁 11시 경에 출근하셔서 새벽장사 시작, 오후 6시 즈음 어머니와 교대 후 퇴근. 집에서 쪽잠을 주무신 뒤 다시 저녁 11시 출근. 의미없는 퇴근을 반복하는 매일을 사셨지요. 


그림을 잘 그리시고, (당시로는 고가의) 마이크 연결 가능한 이동식 전축을 구입하실 정도로 노래부르기도 좋아하셨습니다. 그런데 수 많은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나고, (당시 많은 이들에게 삶의 커다란 벽이었던)가난 앞에 장사는없었기에 제대로 된 교육의 기회나 그림을 그릴 기회따위는 얻지 못하셨습니다. 그저 하루 하루 먹고 살아가는 일만을 위해 사셨죠. 돈 벌이가 가능해진 꼬마 시절부터 구두닦이, 구두공장 시다(왠지 '보조'라는 어법에 맞는 단어보다 '시다'가 더 현실감이 있는 것 같아요.) 등을 전전하시며 돈(만)을 모으셨습니다. 덕분에 주변분들 사이에서는 '지독한 구두쇠'로 유명했습니다. 하루 두 세시간 수면에 먹을 것 안 먹고, 쓸 돈 안 쓰며 생활하신 덕에 30대 초반에 당신이 꿈에도 그리던 집과 가게를 장만하셨지요. 세상 모든 것을 가진듯 한 표정의 아버지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차 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누적된 피로로 인한 졸음운전이었습니다.

그 전날도 다른 날과 다름없이 새벽 장사를 하신 뒤였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저는 어느 덧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 아들이 되었습니다.

수전노 급 구두쇠 아버지의 노력 덕분에 다행히 남들과 다름없는 비교적 평범한(?) 삶을 살았고요.

물려받은 아버지의 여러 능력들을 발휘해 '미대를 가겠다', '음악을 하고있다(통보)' 등등 뜬금없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늘어 놓으며 어머니 속을 썩이기는 했지만.... ㅎㅎ 


오늘 아버지 산소에서 돌아오던 길에 아버지께서 장사가 잘 된 날 특별식으로 사오시던 누런 봉투에 담긴 '영양센터 전기구이 양념통닭'이 생각이 많이 났어요. 그래서 아버지와의 기억을 담아 두 페이지를 추가했습니다. 


그림을 위한 긴 글을 쓰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낙서와 연계된 글이라 끄적 끄적 적다보니 길어졌네요.

혹시 길고 긴 '2번' 글을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감사드립니다.  





<애니멀! 아나 뭐?>는 대체 뭐?

-

동물의 탈을 뒤집어쓰고, 쌓인 감정을 풀어내는 짧은 일탈 감정툰.





더 이상 혼자 조용히 놀고 싶지 않은 남자


자매품-1 : 지난 계사원 이야기


자매품-2 : 계사원 회식


자매품-3 : 계사원 이야기의 서막


자매품-4 : '찌인한 가족애를 담은' 계사원네 가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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