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물 이야기: 작은 방에 뿌리내리고 있는

2. 책상

by 곰팡

방은 좁은데 가구들은 모두 커서 공간이 매우 답답해졌다. 뭐 하나를 작은 것으로 바꾸고 싶었다. 내 방에서 가장 오래된 가구인 책상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내 책상은 매우 무겁고 또 매우 튼튼하다. 생긴 것만 봐도 '지진이 나면 바로 그 아래 숨어 들어가야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주 오래된 녀석이다. 아빠한테 물려받은 책상으로, 아빠가 고등학생 시절부터 쓴 거다. 거의 40년 가까이 된 녀석 아니, 책상이다. 난 이 책상을 중학생 때부터 썼다. 아빠가 고등학생 때부터 쓰다가 내가 중학생이 되어서부터 이어받은 것이다. 그 세월 간 이 책상 위를 거쳐갔던 고민과 생각들, 낙서와 일기들, 공부와 딴짓들에는 내 것과 아빠 것이 섞여있다. 책상 따위 폐기물 신청해서 내다 버리면 끝이라고 생각하다가도 그것은 나보다 오래 산 몇 안 되는 가구라 그런지 뭔가 경건하게 잘 보내드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최근에 이사를 해서 대부분이 새것으로 바뀌었다.) 책상을 버리기로 결심했지만 방구석에 크게 한자리 잡고 있던 터주신을 없애버리는 것 같은 무거운 마음이다. 인터넷에서 예쁜 책상을 발견하고는 신나서 내 방에 어떻게 배치할지 그려보고, 비슷한데 더 저렴한 책상을 찾아보며 고민하던 이틀이었는데 결제버튼을 누루고 난 오늘은 왜 이렇게 섭섭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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