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그림자가 짙어지면
농가에서는 수확이 한창입니다.
황금빛으로 물들었던 논에서는 타작이 한 장이고요.
다자란 들깻단은 한아름씩 베어 세워두지요.
비바람에 쓰러질까, 벌레가 다 파먹을까
노심초사 몇 번이나 들여다 봤을까
여름이 다 지나도록 농부는 허리 한 번 펴 볼새도 없이 바삐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온갖 정성으로 수확한 들깨 껍질 까서 솎아내고, 말리고,
잘 볶아서 기름으로 갓 짠 것이라고
시골에서 보내주신 들기름 1병을
아들 편에 보내시며 얼마나 드려야 하냐는 며느리 전화에
시어머님은 “돈 보고는 농사 못 짓는다”고
말씀하십니다.
철마다 손수 농사지었다고
과일이며, 들깨, 들기름, 가져다주시는 분들 여러분 주변에도 종종 있으시죠?
저도 여름내 이웃집에서 손수 농사 지으신 방울토마토랑,
참외 잘 얻어 먹었거든요.
그런데 농사를 오래 지으신 분들도
또 이제 막 시작하신 분들도 똑같이 하시는 말씀 중에 하나는
농사는 어렵다는 겁니다.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구요.
품도 많이 들고, 정성과 시간도 많이 들기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손으로 뭔가를 직접 만들어내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에 또, 그 어려운 걸 계속 하신다고도 하시더군요.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것들이 세상엔 참 많은데
농사도 그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우리 앞에 오는 기름 한 병, 햅쌀 한 줌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헤아려보는 마음으로
올해는 가을 햇살 거름삼아,
시골에서 농사짓는 분들이
거둘 것 많은 한 해,
그래서 모처럼 웃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