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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여린 것들이 자꾸만 눈에 밟히는 요즘입니다.

by 곰살

보도블록 틈에 핀 씀바귀 꽃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

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

굽은 허리로 실업자 아들을 배웅하다 돌아서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나를 멈추게 한다

나는 언제나 나를 멈추게 한 힘으로 다시 걷는다

반칠환의 시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가운데 전해드립니다.



살다보면 마음 자리 덜컹거리게 하는 일이 생기죠.

스트레스 받는 일도 많고, 힘에 부치거나 기분 나쁜 일도 부지기수일 겁니다.

하지만 마음 먹은대로 누구나 나쁜 쪽으로 달려가지는 않지요.

시인의 걸음을 자꾸 붙드는 건

작고 약한 것들이지요?

세상의 온갖 경쟁에서 뒤처진다 해도

한 사람을 멈추게 하는 건,

또 누군가를 걷게 하고, 살게 하는 힘은

이렇게 대책 없이 따듯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이겠다 싶습니다.

그러니 주변에 힘들어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내가 먼저

손 내밀어 봤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전화도 걸어보구요.

밥 먹자 치근덕거려 보기도 하는 겁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있습니다.

청소하다 발견한 오래된 물건 속에서, 반짝이던 내 모습을 발견해보고

즐겨 듣던 노래 속 가사 한 줄이

거칠 때 질주하는 삶의 속도를 늦춰주기도 하고,

쉬었다 다시 걷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할 겁니다.

이래저래 마음자리 뒤숭숭한 요즘인데요.

우리를 달리게 하는 힘이

언젠가는 날 멈추게도 살게도 해주는 따뜻한 힘이 되어줄까라는 생각

한 번쯤 해보고 건너가봐도 좋겠다 싶은 요즘입니다.


작고 여린 존재들이

눈에 더 밟히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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