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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서 고장난 바이올린 소리가 날 때

by 곰살

카랑카랑 마른 내 뼛속에는

고장난 바이올린이 숨어 있나보다

작은 바람에도 큰 소리 울리며 반음쯤 틀리는 소리를 낸다

홍윤숙 시인의 반음이라는 시의 한 대목입니다.



정확하게 뭐라 콕 집어낼 수는 없지만

이게 아닌데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릴 때가 있죠

몸도 마음도 삐걱삐걱 조율이 덜 된 악기처럼 /

제 자리를 찾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매사에 정확하고 또렷하게 음정처리를 하면 좋겠지만

반음 쯤 또 떨어지면 어떤가요

반 박자 늦어도 , 반음 쯤 떨어져도..

부르는 사람이 행복하고,

듣는 사람이 추억이 될 만큼 괜찮다면

그게 바로 불후의 명곡 아닐까요?


분명하고 명확하게 선을 긋고 확실하게 해야 하는

일도 많이 있지만

살다보면 그렇지 못한 일들이 더 많이 있지요.

하다못해 동네 슈퍼마켓에서 외상을 주는 것도.

확실한 금전관계로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어쩌면 사람의 몸과 마음은 정해진

음정으로만 표현되는 게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의 음정을 한 반음정도만 올려놓고

봄을 기다려보고 싶은 시간.

끝없이 조율해가며, 그 때 그 때, 가장 좋은 음악을 만들어 가는 것이

인생이다. 생각해보고 싶은 2월의 어느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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