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음악플랫폼에서는 한국인들의 취향이 반영된 플레이스트가 아주 핫하다고 한다.
각자의 취향을 공유하고 권하는 게 한국인이 가진 정서이기도 할 것이다.
아주 사적인 밤에는 음악에 조예가 깊은 저자의 플레이스트와 선곡이유가 달려 있다.
음악을 좋아하고 맥주를 즐기는 저자가 SNS 플랫폼 중 하나인 ‘얼굴책’에 수년간 올렸던 글들을 모은 것이라고 하는데, 몰랐던 음악도 찾아볼 수 있고, 스펙트럼 넓은 저자의 사견도 엿볼 수 있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 중
맘에 드는 부분이 제법 많았는데, 그 중에서 한 부분을 공유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십 대 시절로 돌아가겠느냐고 물으면 정중히 "아니, 됐어."라고 대 답할 것이다. 지금의 생활에 만족해서라기보다 그 시절로 돌아가더라도 또 어떻게 치 열하게 살아야 할 것 아닌가. 한 번이면 충분하다. 이십 년을 넘게 해왔던 일을 정리 했다. 학원을 인계하고 등록증을 반납했다. 후회도 아쉬움도 없다. 잘해왔다는 뿌듯 함도 보람도 없다. 그저 내 일로서 오랜 시간을 견뎌왔을 뿐이다.
누군가는 물을 것이다. 앞으로 뭘 할 것이냐고 왜 그런 질문을 할까? 물론 내가 노후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정도로 돈을 벌어둔 건 아니 다. 학원을 하면서 병행해 오던 청소년 상담지도사 역할은 계속할 생각이다. 학교에 나가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학교 밖 청소년들 검정고시 지도도 하고 사회봉사 명 령받은 아이들 데리고 고구마도 심고 딸 것이다. 그러면 충분하지는 않지만 한 달에 책 몇 권과 음반 몇 장은 살 수 있다. 그러면 되지 않는가. 약간의 무게감이 느껴지겠지 만 그 무게만큼 비우겠다. 얻으려고만 했던 생각과 행동을 내려놓는다. 꽉 찬 LP 장을 바라보는 것보다 조금은 비어있는 LP 장이 보기 좋다. 딱 이만큼만으로 살아가련다.
144 1장 옅은 회색과 짙은 회색의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