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2019.03.01-10 대학로 예술극장
네 번째 이야기 : 활자에서 음성으로
“사실 오늘 나 낭독 연출 거절하려고 나왔어요. 일정이 도저히 안돼서.”
순간 눈앞이 새하얗게 변하고 눈도 안 깜빡였던 것 같습니다.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박선희 연출의 다음 말이 이어졌습니다.
“그래도 읽어봤거든요. 읽어보니까, 해야겠더라고.”
그날의 대화는 제가 상상해보지 못한 말들로 채워졌습니다. 역사, 특히 전쟁이나 학살 같은 무거운 소재의 작품을 한 적이 없었다며, 그에 대한 부끄러움을 담담하게 고백하는 연출의 말들이 더 진중하게 다가왔습니다. 또 하나의 문이 열리며 새로운 길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아주 급박하게 일정이 진행되었습니다.
백현주, 정윤경, 황세원, 박희은 배우가 네 명의 소녀들로, 이서이, 김다흰, 이승현, 정금수 배우가 코러스 참여했습니다. 황세원 배우가 소속된 프로젝트팀 프로덕션 IDA에서 제작을 맡았습니다. 5번의 만남, 그리고 이어진 낭독.
2017년 3월 1일 단 하루, 소박한 자리가 마련되었지만 함께 울며 웃으며 보낸 100분. 관객의 반응도, 프로덕션의 구성원들도 모두 기분 좋게 마무리한 자리였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다음을 기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대부분의 지원제도는 마감을 한 후였습니다.
아무런 기약 없이 또다시 1년이 쉽게 지나가 버렸습니다.
2017년 12월, 프로덕션 IDA의 김희영 대표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창작산실 신작에 넣어보는 게 어때요?”
프로덕션 IDA는 영화와 연극 연출을 하는 김희영 대표, 그리고 각 극단에 소속되어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들이 모여 작업하는 프로젝트팀입니다. 2017-8년 사이에 <인간의 가장 오래된 외부>, <환희, 물집, 화상>, <마음의 범죄>등 여러 공연을 무대화한 바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로에서 제작사나 작가, 연출 모두 신진은 아니지만 팀으로서는 신진신데, 과연 창작산실에 신생팀인 우리가 선정될 가능성이 있는가? 의구심은 있었지만, 칼을 뽑자는데 도로 집어넣자고 할 수는 없는 일. 함께 일을 저질렀습니다. 준비기간 당시에 구성원들이 전국 각지로 흩어져 있었기 때문에 전화, 온라인으로 대화하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각자의 몫을 각자 떨어진 곳에서 하나씩 쌓아 올렸습니다. 김희영 대표, 황세원 배우의 헌신 덕에 서류를 무사히 마무리하고 마감일에 간신히 제출했습니다.
차라리 잊고 있자, 고 생각하며 보낸 두 달이 지나고
이제 봄이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질 때.
2018년 2월 24일.
발표일에 황세원 배우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실망하지 말자.
전화를 받자 큰 목소리로 황세원 배우가 외쳤습니다.
“우리 됐대!”
저도 모르게 소리쳤습니다.
“왜요?!”
이제 PT를 준비할 일이 남았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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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를 클릭하시면 당시 배우들과 스태프, 낭독 현장을 잠시 보실 수 있어요: )
: https://www.facebook.com/productionIDA/videos/1204369673024754/
배소고지 이야기-기억의 연못
:2019.03.01-10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