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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msk Feb 12. 2021

취업했다고 후련할 틈이 없다.

적응기 "직장생활은 사회생활이 아니다."

최종 합격이라는 문구. 어떤 사람에게는 엄청난 기쁨이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안도의 한숨이기도 하다. 대개는 엄청난 기쁨이자 안도의 한숨이다. 인생에서 넘어야 할 거의 모든 관문을 넘은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당장 돈이 없어 임대비, 도서비, 식비, 교통비, 관리비, 가스비, 학자금 대출 이자, 친구에게서 빌린 돈 때문에 머릿속이 헤집어진 상태의 누군가에게는 희망이다. 주변인의 걱정을 넘어선 참견과 잔소리, 시선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진 상태의 누군가에게도 역시 희망이다.


신입사원 연수기간, 가족과 밖에 남은 친구들을 비롯한 축하해주는 모든 이들에게 나는 제법 착실한 삶을 살아온 모범생이 되어있다. 학교생활은 훈장처럼 명예롭고 추억이 가득한 기억으로 전환되었다. 이제 어른으로서 일자리를 얻었기에 앞서 말한 걱정거리들은 사라졌다. 이제는 되도록 긴 시간을 이 직장에 남아 돈을 벌어 그다음 숙제들을 해결할 궁리를 시작하면 된다.


축하는 끝났다. 기쁨도 먹먹해졌다. 다소 차분해진 가운데 연수가 끝나고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지, 이 회사는 어떤 회사인지 온갖 상상을 하게 된다. 인터넷을 헤매며 온갖 루머든 사실이든 회사를 분석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래도 이런 불안은 정말 행복한 경험으로만 느껴진다.


설레거나 두렵거나 첫 출근은 출근하는 순간부터 피곤하게 만든다. 정신없이 지정된 장소로 출근해 동기들을 만나면 한순간 첫 출근이 아니라 신입사원 연수기간처럼 느껴진다.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의 향연인 듯 동기들과 눈빛을 교환하면서 벌어질 일들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을 가십거리처럼 나누기 시작한다. 그래도 다들 눈치는 보고 있다. 강당 앞문? 뒷문?으로 들어올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동기들과의 재회에서 눈 녹듯 사라지는 피곤함은 곧 불안감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뭐 별 것인가. 흔히 말하는 취직 따위를 한 것뿐이다. 그런데 이 알 수 없는 불안감은 무엇일까. 짜증스럽기도 한 이 순간이 갑자기 싫어진다.


결국 뒷문으로 얼굴을 보인 사람은 연수기간 내내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줬던 편안하고 유머러스한 인사팀의 담당자였다. 기쁨의 향연은 다시 시작되었고 너무나도 반가운 마음에 모두들 그 담당자를 연신 불러댔다. 다시 희망과 기쁨의 감정이 오가며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감은 커져가기 시작했다.


...


이제부터 난 직장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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