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포 유> 그리고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미 비포 유> 영화 주인공은 케이크 가게 점원이다. 명랑한 그녀는 귀찮을 법한 요구에도 미소 지으며 손님을 살갑게 대한다. 가게가 경영난에 문을 닫아 갑자기 실직했을 때도 기죽지 않는다. 이제 어디로 갈까? 호기심에 반짝거리는 이 귀여운 아가씨는 꿀벌무늬 타이즈를 좋아한다.
발랄한 그녀 루이자에게 이 스타킹을 선물한 남자가 있으니, 그는 자기 소유의 성이 있는 부유한 사람이다.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얼굴로만 드러낸다. 오토바이 사고 이후 몸을 쓸 수 없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기운이 나는 대로 자살을 시도한다. 그런 그가 죽지 않도록 루이자는 간병인으로 고용된다.
성실한 보살핌에 대한 보답일까? 선명하고 현란한 타이즈는. 그것은 서로 신뢰가 쌓인 상태에서 사랑이 싹트고 있을 때, 그가 그녀에게 보인 섬세한 관심이다. 인생의 함정처럼 수시로 냉담한 감정에 발이 빠진다. 얕은 웅덩이는 의외로 늪처럼 빠져든다.. 윌은 안락사를 원하고 그 마지막을 루이자가 함께 한다. 영화 속 루이자는 작은 여자아이처럼 발랄하며 아기처럼 사랑이 가득하다.
"나는 한 번도 누군가를 미워한 적이 없어요."
누구나 아기 앞에서 거친 마음이 누그러진다. 윌은 자신의 어마어마한 재산과 옛 연인, 가족 모두 떠날 결심을 굳혔으나 죽음의 순간 어느 때보다 더 큰 사랑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는 그녀를 붙잡았다. 그들의 죽음을 의식한 짧은 사랑은 유머가 가득하고 생생하게 빛났다. 그는 죽고 그녀에게 경제적 자유를 선물했다. 루이자는 가족을 부양하는 의무에서 벗어났지만 윌 이후의 삶에서 꿀벌무늬 스타킹을 더 이상 신지 않을 것 같다. 어디까지가 기쁨이고 슬픔인지 경계가 없다. 다만 부질없는 것을 걷어낸 진솔한 관계는 영원하다. 커다랗게 웃는 루이자를 보면서 나는 배우 안은진을 떠올렸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추민하 역에서 느낀 에너지 그대로 느꼈기 때문.
죽고 싶어 애쓰는 사람 이야기가 더 있다.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스턴트 전문배우였던 청년 로이는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어 입원했다. 두 빰이 볼록하게 귀여운 다섯 살 알렉산드리아는 복숭아나무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병원에 왔는데, 다친 왼팔을 깁스했다. 그래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 간호사에게 편지도 쓰고 배달 온 얼음을 몰래 핥기도 한다. 그리고 강아지처럼 병원을 쏘다닌다. 아차! 조심스레 떨군 소중한 편지가 엉뚱한 창문으로 날아들어갔다. 알렉산드리아는 편지가 날려간 병실을 찾아간다. 그 방은 틀니 한 노인과 침대에 누워있는 로이가 있다.
두 사람이 친밀해질수록 로이의 자살시도를 알렉산드리아가 돕는 셈이 된다. 천진한 아이가 순순히 심부름한 것은 치사량 넘는 약이기 때문. 병원 침대 가림막을 치고, 로이는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꾸며 알렉산드리아에게 들려준다. 이 영화의 환상적인 이미지는 어디서 왔는가? 바로 알렉산드리아 머리에서, 가슴에서 피어난 것이다. 아이의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들여다보는 것은 불가능하나, 광고계를 평정했던 감독의 손으로 시각화되었다.
그래서 로이가 지어낸 이야기 속 주인공인 '마스크 밴디트'가 로이고, 그를 사랑하는 미녀 '에블린' 역시 병원 간호사 에블린인 것이다. 알렉산드리아는 로이가 거칠게 짠 잔혹 동화 같은 복수극에 빠져들고, 로이가 의도적으로 이야기를 끊으면 못 견뎌하며 조른다. 그때마다 로이는 병원 약제실에서 몰래 약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한다.
로이의 이야기 속에서 로이는, 그러니까 마스크 밴디트는 장신의 건장한 젊은이다. 이야기 속에서 로이는 두 다리가 멀쩡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자기 힘으로 자살하지 못해 분노한다. 하던 일을 잃고 가까웠던 사람이 떠났기 때문. 그런 면에서 캐스팅이 아주 적절하다. 로이의 이야기에서, 마스크 밴디트는 라이벌과 수영장에 빠진다. 그는 자기 키보다 얕은 물에 빠져 숨을 놓아간다. 알렉산드리아는 울부짖는다..
죽고 싶지만 살고 싶은 거 다 알아
어린아이의 사랑은 순수하고 강력하다. 높은 칸에 있는 약을 꺼내려 아슬아슬하게 선반을 딛고 올라선 알렉산드리아는 바닥으로 추락한다. 부모가 원하는 대로 나무에서 복숭아 따던 때처럼, 두려움 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팔이 아니다.. 생사를 오가는 수술이 끝나고 작은 머리통을 하얗게 붕대로 감싼 알렉산드리아 옆에서 휠체어에 탄 로이가 오열한다. 아이는 이야기에 등장한 용사들이 복수에 성공하길 바라며 로이를 재촉한다. 로이는 다 놓아버린 사람처럼 성의 없게 캐릭터를 죽여 버린다. 다 죽었어. 다 끝났어. 나도 그냥 죽었으면 좋겠어. 로이가 알렉산드리아 앞에서 눌러 담았던 서러움을 모두 토해낸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두 영화는 끝내려는 자와 생명력 가득한 상대가 만나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는 갑자기 세상에 떨어진 그날 이후, 주어진 삶을 그대로 살았다. 순진무구한 마음은 점점 세상을 분별하며 앓는다. 왜 이 세상에 왔었는지 태초의 호기심마저 잃는다. 그렇게 영혼이 시든 자를 구하러 아이가 온다. 계속 온다..
<미 비포 유> 원작 소설에서는 인물 구도가 영화와 다르다. 소설에서는 루이자의 진면목을 알아본 윌의 사랑이 더 드러난다. 그래서 소설 속 윌은 환상 속의 그대 같다. 영화 <그래비티>의 라이언(산드라 블록 분)의 동료 멧(조지 클루니)처럼, 예정된 죽음 앞에서 흔들림 없이 살아남을 사람을 돕는다. 윌은 루이자에게 돈만 남긴 것이 아니라 생을 선물했다. 궁극의 로맨스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이런 사랑이 현실 곳곳에 뿌려져 있음을 안다. 귀찮을 정도로 달라붙고 정확하게 원하는 것을 요구하며 두려움 없이 사랑하는 알렉산드리아가 우리 집에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