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아름답게 반짝일 때까지

너는 나의 빅히스토리

by Gomsk

영화 <라이드: 나에게로의 여행>에 어린 아들을 둔 엄마의 치밀하게 묘사된 육아현장이 나온다. 그녀(헬렌 헌트)는 아들이 잠든 방 바깥 복도에 기대어 일하고 있다가 아이가 일어나는 소리를 듣자마자 몸을 숨긴다. 어린 아들은 빈 복도를 지나쳐 화장실로 향한다. 잠시 후 아이가 다시 잠든 것을 확인하자 엄마는 다시 복도로 살그머니 나와서 하던 일을 계속한다. 이 찰나의 긴장에 공감하여 푸학 웃었었다. 그건 조금 씁쓸한 웃음이기도 했다. 혼자 아들을 키우면서 일도 해야 하는 엄마의 모습. 일에 집중해야 하지만 곁에서 어린 아들을 '보기'도 해야 하는 시절을 압축한 장면은 영화를 본 이후에도 두고두고 떠올랐다. 관심과 애정을 쏟을 체력은 한정돼 있고 그것을 나눠 쓰기 위한 양육자의 사투 역시 에너지 보존 법칙을 따르는 게 아닌가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 선명하다. 양육의 진행과정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라는 인간은 자식에게 새겨진다.


초기 별을 만드는 플라스마의 온도가 1000만 도 정도의 고온이 되면, 양성자들의 속도가 빨라져서 양성자와 양성자가 서로 밀어내는 반발력을 극복해 서로 결합하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중략) 핵융합 과정에서는 질량 손실이 생긴다. 이때 사라지는 질량이 모두 에너지로 바뀌어 태양이 45억 년 이상 빛을 내는 것이다.

- 박문호, <빅히스토리 공부> 36페이지

나는 이 페이지를 읽고 시를 읽은 기분이 들었다. 질량을 잃지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지로 떠올려본다. 고온의 플라스마가 넘실거리는 아기별은 어린이와 같으며, 핵융합을 일으키기 위해 반발력을 극복하는 것은 귀찮음을 물리치고 매일 밥 짓는 내 모습과 같다. 철저한 노바디로서 내 아이에게 완벽하지 않지만 완전한 세계가 되어주는 일. 십 년이 채 흐르지 않아 아이는 알아차릴 것이다. 지금도 이미 파악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부모라는, 엄마라는 여자 어른이 나이가 더 많을 뿐 결점이 응집된 인간이라는 것을. 다만 나의 어설픈 노력을 꾹꾹 눌러 담은 시간들이 성년이 된 자식에게 살아갈 힘으로 변환되어 흐르길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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