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바이러스 청소

정신건강 자가진단

by Gomsk

코로나 바이러스의 생김새는 익숙하다. 배불뚝이 복어의 피부처럼 인간의 몸에 안착할 돌기를 지니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아 위협적이지만 바이러스도 자리 잡을 환경이 없으면 떠도는 존재일 뿐이다. 약하면 공격받고 활동이 둔하면 노화는 가속된다. 요점은 내 상태에 따라 세계가 변한다는 것이다. 마음 또한 그렇다.


눈 뜨는 순간부터 밀려오는 자극에 반응하느라 마음이 소란스럽다. 그 어수선함을 한 걸음 거리 두고 지켜보면 묵은 감정과 토막 나 있는 생각이 고집스럽게 엉켜있다가 슬그머니 물러난다. 관심을 유지할 연쇄반응이 필요한데 본체(?)가 가만히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분노를 일으키는 불씨는 지뢰처럼 남아 있다. 네가 화낼 때 실은 쾌감을 느끼는 걸 다 안다고 속삭인다. 불씨는 남 탓하고 상황 탓하면 쉽게 타오른다. 그 화끈한 기분에 속아 얼마나 정당화하며 살았는가?


가을날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고약한 열매를 피하는 것처럼 마음의 비무장지대를 건넌다. 주저앉아 원한을 같이 곱씹자고 느닷없이 동영상이 켜지기도 한다. 곧장 딸깍, 끌 수 있지만 이미지의 힘은 강해서 옷자락이 쉽게 붙들린다. 질긴 힘줄을 짓이겨 끊어내듯 내치고 나아간다. 나는 이제 정말로 아름다운 정원을 원한다. 그 정원을 갖기 위해 나쁜 생각이 바이러스처럼 달라붙어 무성해지지 않도록 도끼날을 세운다. 그리고 아무렇게나 흐르는 감정을 피하지 않고 들여다본다. 감정의 물결은 해일처럼 일어나 위협하기도 하고 갑자기 먼바다로 물러나 갯벌에 홀로 선 기분을 느끼게도 한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심해에 빠져 질식할 것 같은 두려움에, 나는 항구를 떠나지 않았다. 인생은 정글과 큰 바다 사이의 해변에 덧없는 모래 자국을 남긴다. 스치는 생각은 그대로 무작위로 쌓인다.


오래된 마음속 잡동사니를 끌어낸 후 생긴 빈 공간은 위태롭다. 최후의 선명한 진실을 남기려고 끈질기게 치우건만 진공상태를 탐내며 덤벼드는 녀석들이 있다. 나는 지겨운 그 놈들을 밀쳐낸다. 아! 미움이 들어차 있던 주머니를 비우면 또 다른 미움의 바이러스가 그 자리를 차지하려 한다. 겨우 비운 방의 문을 잠근다. 인간은 육체의 몸을 지닌 컴퓨터와 유사하다. 패턴을 삭제하면 관련 데이터는 자동 청소된다. 하지만 습관으로 불리는 생각 패턴, 행동 패턴은 바이러스처럼 눈에 보이지 않아 찾기 어렵다. 이 모든 작업은 디스크 조각을 모아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인간의 마음은 우주와 그 형태가 같을지도 모른다. 아기 우주 낳듯 마음의 주머니를 늘려가다가 최후를 맞는지도.


무성한 풀숲을 고무래로 긁어내고 드러누운 고목을 도끼로 찍어가며 해가 들지 않는 숲을 헤친다. 숲은 나의 내면이며 바다는 현실이다. 파도를 넘어 바람을 타면 항해가 가능하다. 나는 하루 만에 표류하여 되돌아올 수도 있다. 그러나 숲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다시 바다로 나갈 수 있다. 어둠을 품고 있는 무성한 숲은 실체 없는 두려움에 떨게 하지만, 길을 내고 아늑하게 가꿔놓으면 내가 충전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 도치(하정우 분)는 대나무에 몸 한 곳을 묶고 수련한다. 부드럽게 휘어지는 대나무는 그를 멀리 보내주지 않는다. 그가 마음의 족쇄를 끊어낼 때, 족쇄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세력 있는 양반집 서자로 태어난 조윤(강동원 분) 역시 마찬가지다. 스스로 묶어놓고 발버둥 치는 걸 알았으니 그 매듭을 끊어낼 때까지 청소한다. 쓸고 닦고 들추고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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