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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Lee Nov 13. 2015

나는 놀이터에 간다.

인생이라는 놀이터에서 시소타기 (김애란 "나는 편의점에 간다" 감상후기)


Part 1  

며칠 전 아침, 출근길에 옆집 사람과 동시에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우리는 마주쳐버린 눈을 서로 재빨리 피해버리고, 미소도 목례도 없이 그냥 허둥지둥 복도를 빠져 나왔다. 또각또각 빨라지는 나의 구두 굽 소리를 들으며 내가 이런 사람이 되었다니 씁쓸했다. 미소 섞인 인사 한 마디면 되는데, 나는 무엇이 그렇게 불편했던 걸까. 엄마 아빠랑 살고 있었다면 부모님 체면을 위해 살짝 인사라도 건냈을지 모르겠다. 그날의 막막한 공기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Part 2

어떤 날은 명절 오후 점심상을 치우고 벌이는 왁자지껄한 윷놀이 판이 그리울 때가 있고, 또 어떤 날은 외국으로 이민 가 남편과 단둘이 사는 친구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우리의 영혼은 늘 외로움과 피곤함 사이 그 어딘가를 오간다.


Part 3

소설 속의 그녀처럼, 그리고 그녀를 기억 못하는 편의점의 알바생처럼 2015년의 대한민국은 점점 무관심에 익숙해져 간다. 관심과 참견은 ‘정’이라는 이름 대신 ‘무례함’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었고, 자신을 노출하는 일을 꺼리고 두려워하는 것이 이제는 새삼스럽지 않은 일상이 되었다. 민주주의가 실현되면서, 개인의 사생활과 인권이 더욱 가치를 얻으면서, 게다가 범죄율까지 높아지면서 어쩌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책의 글귀처럼, 난로에 손을 갖다 대는 것은 위험해도 적당히 난로 가까이에 머문다면 따뜻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다. 사람과 사람도 마찬가지다. 지독한 고독과 피곤한 부대낌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균형을 맞추어 가는 일, 그 균형 속에서 행복을 찾는 일, 그것이 인생이다.



[더 깊은 사유를 위해 추천하고 싶은 도서]  


1. 자유로부터의 도피 - 에리히프롬

2. 불안 - 알랭 드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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