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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Lee Dec 28. 2015

하루 연차를 냈습니다

책. 얼마나 읽으시나요?

남은 연차를 소진해야 하는 시기가 점점 다가와, 월요일 하루 휴가를 썼다. 이렇게 하루 휴가가 생기면 대개는 밀린 볼일을 보러 치과나 은행에 가기도 하고,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하거나 주부인 친구 집에 놀러가 수다를 떨기도 한다. 딱히 밀린 볼일도 없고, 아직 미용실 갈 때가 돌아오지 않은 오늘은 동생과 함께 파주 출판단지에 왔다. 얼마전 유행하는 드라마에 나왔던 엄청 큰 도서관이 있는 카페다.    


오늘의 목적은 진득허니 앉아서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꺼내 읽는 것이다. 그러다 좋은 문장이 나오면 노트에 따라 적고, 그러다가 출출하면 달달한 핫쵸코 같은 것도 시켜 먹고, 그러다 질리면 핸드폰 게임도 한 판 하면서 푹 쉬다 가는 것이 오늘의 소박한 컨셉이다.

그런데 몇시간 째 책을 읽다가, 문득 책을 좋아하는 내 스스로가 대견한 생각이 들었다. 신문에는 연일 ‘대한민국 OECD 국가 중 독서율 꼴찌’ 헤드라인이 박힌다. 교보문고에는 늘 사람이 가득하던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긋이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내 주위만 봐도 그렇다. 친구, 동료, 가족들도 책보다는 게임, 운동, 티비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나는 어떻게 책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어린 시절 엄마한테 혼나고 나면 아빠는 우리를 데리고 산책을 나오곤 했다. 공원에 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달린적도 있지만,  대개는 동네 서점에 가서 원하는 책을 한 권씩 골라들고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내가 고른 책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책은 탈무드였다. 기독교인 엄마는 유대인들이 쓴 책이어서 그렇게 달가워하진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그 때 탈무드를 읽으며 도덕보다도 한 차원 앞선 어떤 인간적인 가치에 대해 일찍이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직도 기억나는 구절들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가장 잔인한 것은 무엇인가. 정답은 ‘혀’였다.  자식 둘을 잃고 힘들어하는 어떤 부인에게는 "하나님께서 맡기신 보석 두 개를 조금 일찍 하늘로 가져가셨어요." 라고 위로해 주는 챕터도 있었다. 그런 철학적이고 교훈적인 일화들을 읽으며 나는 남들보다 조금 더 깊이 생각하고 남들보다 조금 더 공감할 줄 아는 능력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조금 답답한 구석은 있지만 요즘 애들 치고 제법 따뜻한 사람이 됐다. 그리고 독서습관도 덤으로 얻게 되었다.


이제는 꽤 많은 사람들이 책 없이도 잘 살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책을 찾아서 얻는 정보들은 인터넷에서 간단하게 찾을 수 있는데 책을 고집하는 것은 시간낭비이자 어리석은 짓이라고. 하지만 책의 유용은 단지 정보전달에 있는 것만이 아니다. 특히 문학을 통해 우리가 얻는 것은 어마어마하다. 감성을 울리는 시 한편으로 좌절에 빠진 누군가를 구할 수도 있고,  소설 속 타인의 삶을 보며 내 세상 밖의 세계에 대해 알고 이해할 수 있는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런 다름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인간관계의 힘을 기를 수도 있다. 책 속에는 그러한 힘이 있다. 이것들은 결코 미디어에서 채울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다가오는 연휴와 주말에는 교외로 놀러가는 계획을 미루고 하루 쯤 책과의 여행을 추천한다. 서점까지 아니더라도 동, 구, 시 별로 많은 도서관들이 있다. 관심이 없어서 모를 뿐이지 동네를 둘러보면 코앞에 정부에서 운영하는 무료 도서관 천지다. 게다가 이용률이 높지 않아서 신간이 아니면 대부분 대출가능한 상태에 있다. 그곳에서 미리 책을 빌려 두고 어디든 가장 편한 공간에서 온종일 독서에 빠져보길 권한다. 내가 탈무드를 만난 것처럼 당신도 평생을 함께 할 좋은 친구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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