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과거를 떠올리며 미래를 꿈꾸다

by Grace Lee

오늘 아침 마흔의 삶에 대해 쓴 누군가의 에세이를 잠깐 읽게 되었고, 오후에는 어릴 적 동네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은행에 다니는 내 동생에게 자문을 구할 것이 있어 동생 번호를 가르쳐달라는 것이었는데, 우린 응팔의 친구들처럼 서로 집을 드나들며 밥을 먹을 반큼 허물 없이 자란 사이라 무리한 부탁은 아니었다. 그렇게 동생의 번호를 찍어주며 추억소환이 시작되었다. 휴대폰 끝번호가 어렸을 적 번호와 같아서 반가운 너네집 뒷번호다!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우리는 서로 아직도 그 시절 833, 혹은 844로 시작하는 서로의 집 전화번호를 정확히 외우고 있었다.

신도림 어느 건널목 앞 림스치킨, 상가 앞 카프리제과점에서 먹던 바나나빵, 그리고 친구 어머니가 해 주던 수제비와 겉절이가 생각났다. 키득키득거리며 놀이터에서 콩벌레를 잡던 순간도 떠올랐다. 그때가 아마 7살이었지. 지금 우리 딸보다 겨우 두 살 많은 나이다. 서른 다섯에 일곱 살을 기억하며 설레고 미소짓는 내가 또 오십 쯤에는 오늘을 기억하면서 추억에 잠겨 있지 않을까. 그 때 그렇게 열심히 글을 썼지. 그 때 책에도 푹 빠졌었지. 기억을 더듬어 지금 써놓은 글들을 찾아 열어보고 조금 멋쩍어하기도 할 것이다.

그냥 조금 울적하고 별거없는 하루들 마저 시간의 색이 덮여지면 다 훈훈하고 반짝여 보이는 것 같다. 그래서 할머니가 된 나도 오늘을 생각하면 그저 미소짓겠지?

추억은 진실과는 조금 다르게 미화되는 것 같지만 그게 꼭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할머니가 되어 기억하는 나는 늘 지금처럼 꿈꾸고 있었으면 좋겠다. 꿈꾸는 사람, 따뜻한 사람, 웃음이 많은 사람이면 좋겠다. 먹구름이 끼는 날도 있겠지만 그런 날보다 쨍쨍한 날을 더 많이 기억하고 있다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을 김애란 작가의 소설에서 차용하여 '두근두근 내인생' 으로 정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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