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생각하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생존이다.

by Iro
뇌의 핵심 입무는 이성이 아니다. 감정도 아니다. 상상도 아니다. 창의성이나 공감도 아니다.

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생존을 위해 에너지가 언제 얼마나 필요할지 예측함으로써 가치 있는 움직임을 효율적으로 해내도록 신체를 제어하는 것, 곧 알로스타시스를 해내는 것이다.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중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언어나 공감 능력일까요, 아니면 상상력과 자유의지 같은 것일까요?


안타깝게도 이런 능력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능력은 아닙니다.


초기 포유류인 쥐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과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미로에서 길을 찾을 때, 머릿속으로 상황을 먼저 그려보고 선택합니다. 바다사자는 다른 개체의 상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새끼를 강하게 보호하는 등 기본적인 수준의 공감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동물인 침팬지는 훈련을 통해 수화를 배워 사람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태나 지식을 바탕으로 행동을 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인간만이 가진 특별한 능력도 있습니다.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이것을 믿는 사람들과 협력할 수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는『사피엔스』에서 이렇기 설명합니다. 다른 동물은 최대 150명(Dunbar의 수)제한된 사회를 구성하지만, 사피엔스는 제국과 종교 등 상상의 질서로 수억 명 규모의 사회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고요. 그리고 이것이 인류가 세상을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주장합니다.




오늘은 동물의 뇌와 크기와 구조 면에서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인간의 뇌가, 어떻게 이토록 놀라운 세상을 창조할 수 있었는지 뇌과학적 시선으로 들여다보겠습니다.





뇌는 생각하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뇌는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을까요? 그 시작은 5만 5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에디아카라기(Ediacaran period)의 바다 밑에 최초의 좌우대칭 동물인 선충이 나타났습니다. 처음으로 신경망이 생겨난 순간입니다. 한 곳에 고정되어 먹이가 들어오길 기다리는 환형동물(해파리)과 달리, 선충은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먹이 냄새가 짙어지면 계속해서 앞으로 가고, 냄새가 옅어지면 방향을 바꿨습니다.


먹이를 찾아 움직이고 위험을 피하는 것, 즉 '생존'이 뇌가 지구상에 처음 나타난 이유였습니다.



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것.


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생존과 자기 복제입니다. 신체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것이 뇌의 가장 큰 존재 이유입니다.


그렇기에 모든 감각정보를 다 처리하지 않고, 최소한의 정보와 과거의 기억을 토대로 '최선의 추측'을 합니다. 쓸데없는 곳에 쓰일 에너지를 절약해 생존에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하는 것이죠.


이것이 전체 에너지의 20%를 사용하는 에너지 먹는 하마 '뇌'의 작동 방식입니다.





나는 지금 피곤한가, 아니면 배가 고픈 것인가.


뇌에서는 심장박동이나 호흡과 같은 신체 신호를 해석합니다. 이 중 일부가 시상하부와 편도체처럼 동일한 영역에서 처리되기 때문에, 혼동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피곤함의 신호를 배고픔의 신호로 잘못 해석하기도 하고, 시험 전 심장의 두근거림을 불안함으로 해석하기도 하죠.


우리 뇌는 피로, 탈수, 수면 부족 등 다양한 신호를 '허기'라는 하나의 신호로 뭉뚱그려 해석합니다. 탈수나 수면 부족 상태에서는 스트레스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증가합니다. 뇌는 이를 에너지 고갈 상태라고 판단하여 '가짜 배고픔'을 만들어냅니다. 자기 전에 느껴지는 배고픔은 실제로 에너지가 부족해서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럴 때는 먼저 물을 한 컵을 마셔보세요. 10분 정도 기다린 뒤에도 배고픔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때 음식을 먹으면 됩니다.


에너지 고갈 신호를 '식욕'으로 착각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불규칙한 식생활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동시에 음식물을 소화시키느라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시험장에서의 떨림은 '불안'이 아니다.

우리는 시험이나 면접 등 중요한 순간에 느껴지는 신체의 변화를 '불안'으로 오해합니다. 땀이 나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장이 평소와 다르게 예민하게 느껴집니다.


이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신체 반응입니다. 내 몸이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 위해 에너지를 총 동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함으로써 뇌에 더 많은 산소를 보내고, 최상의 퍼포먼스를 낼 준비를 해두는 것입니다.


이럴 때는 이렇게 해보세요. 먼저, 심호흡을 세 번 합니다. 그리고 나서 '내 몸은 지금 집중을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는 중이다'라고 속으로 말해보세요. 몸 전체를 스캔하면서 긴장감이 느껴지는 부위에 힘을 빼 보세요.


간단한 3 step으로 불안을 낮추고 긍정적인 결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상당 부분 몸이 보내는 신호를 뇌가 해석한 결과입니다.


지금 오는 신호가 불안인지, 우울인지, 아니면 단지 심장이 빠르게 뛰거나 속이 불편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지나고 나면 '생각보다 아무 일 아니었네'라고 말하게 될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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