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내가 본 것을 믿지 말라.

by Iro
태어나는 순간부터 마지막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까지 뇌는 두개골이라는 어둡고 조용한 상자에 갇혀 있다. 뇌는 매일매일 눈, 귀, 코를 비롯하여 여러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세계로부터 감각 데이터를 지속해서 수신한다.

이 데이터는 우리 대부분이 경험하는 의미 있는 광경이나 냄새, 소리와 같은 형태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빗발치는 광파와 화학물질, 그리고 기압의 변화에 불과하며 그 안에 본질적인 의미 같은 건 없다.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중에서


과거의 경험과 기억이 우리가 보는 것을 결정한다.

경계 근무 중인 군인의 귀에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멀리 덤불 속에 사람형상을 한 무언가가 총을 들고 접근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위기를 감지한 군인은 방아쇠에 엄지손가락을 올리고 발사하기 직전입니다. 동료가 다가와 어깨를 두드리는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덤불 속 사람은 어린아이였고, 손에 든 총은 긴 나무 막대였습니다.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에서 발췌 및 수정한 내용입니다.)


뇌가 이런 식으로 작동하는 것은 진화적 이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바나에서 포식자에게 쫓길 때로 돌아가보겠습니다. 0.1초 만에 반응한 개체는 의식적 판단에 0.5초를 소모한 개체보다 더 많이 살아남았습니다. 최소한의 정보로 예측하고, 그렇게 아낀 에너지 중요한 곳에 보내는 것이 유리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 뇌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감각 기관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최소화하고, 과거의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빠르게 추론할 수 있게 진화했습니다.





보이는 그대로를 믿지 말라.

우리의 시각 지각은 카메라로 찍은 듯 있는 그대로를 보지 않습니다. 과거의 학습과 경험을 바탕으로 '최선의 추측'을 만들어냅니다.

그 예가 카니자 효과(Kanizsa effect)입니다.

가운데 밝은 삼각형은 실제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뇌는 추측을 통해 삼각형의 윤곽을 채워 넣습니다.

우리 눈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도 하고, 때로는 보이는 것을 보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행동하기 전 한 번 더, 내가 본 상황을 말로 표현해 보기!

감각 경험을 말로 한번 더 표현하는 것으로 판단 오류를 많은 부분 줄일 수 있습니다. 뇌의 자동 예측 처리 과정에 제한을 걸어, 객관적으로 평가해 볼 기회를 주게 됩니다.

감정을 말로 표현하면 감정적 흥분을 담당하는 편도체 활동이 감소하고, 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되어 격한 반응을 누그러뜨린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예)
“저기 숲에 총을 든 적이 있어.” ❌
“나무 사이로 사람이 지나가고 있어. 잘 보이진 않지만 긴 물체를 들고 있어. ⭕

“상사가 나한테 화를 낸다.” ❌
“상사는 눈이 커지고, 얼굴이 벌겋게 되었다. ⭕

“불이 났나 봐. 큰일이다, 어떡하지?"❌
“연기가 난다. 화재 경보음이 울린다. 연기가 나는 곳은 화재경보기 밑 전선 쪽이다. 아직 불은 보이지 않으니, 시설팀에 연락해야겠다.”⭕





뇌는 세상을 그대로 인지하지 않습니다.

현대사회에는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할 위기 상황이 많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여러 대안을 신중하게 검토하여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들이 대부분입니다.

시험 보기 전 떨림에도, 직장 상사나 동료와의 갈등 상황에서도 감정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냉정하게 접근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맹수에게 쫓기던 시절의 생존 방식으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뇌가 보내는 해석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이성을 동원해 한 번 더 생각해보세요.


뇌가 만들어낸 세상이 아닌, 현실에 가까운 모습을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되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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